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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 stem cell Nov 03. 2019

사내정치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사무실에서도 정치가 필요하다. 잭 고드윈 <사무실의 정치학>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검사와 판사들에 대한 고발도 끊이지 않습니다. 감옥이 우리나라 대통령의 필수코스가 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치’는 더러움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도 정치라는 말이 붙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게 됩니다.

정치인들의 실망스런 행태들로 인해 죄없는 정치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도 정치라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저 사람은 정치를 참 잘해서 승진이 빨라’라든지 ‘너 참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정치’는 상사에게 하는 아부 혹은 조직 내에서의 권모술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더럽게 만든 것이지 정치가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정치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기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있었던 활동입니다. 알아채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 학교, 직장, 국가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삶의 모든 자리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사내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정치학자 잭 고드윈은 <사무실의 정치학>이라는 책에서 ‘정치적 행동은 인간의 원시적이고 본능적 요소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권력’이 개입되는 상황이 ‘정치’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정치와 그 수단이 되는 권력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권력다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회사에서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사내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사에는 자기 이익을 위해 권력을 획득하려는 암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권력싸움에서 자신도 모르게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내정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지 나랑은 상관이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회사에서 이뤄지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저자는 ‘권력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들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 것인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독자들에게 조언합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정치권력의 지형을 이해하고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라는 틀 안에 있으면서도 타인의 명령과 원칙이 아니라 자신의 원칙에 따를 수 있는 자율적인 행위자가 되기 위해서 기술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노동 시장 안으로 밀어넣어졌다가 잔인하게 뽑혀나가는 ‘인적 자원’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258쪽)

적절한 ‘때’를 알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잭 고드윈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회사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미시정치’라고 지칭했습니다. 저자는 미시정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은 천차만별이기에 구체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는 중요한 원칙들을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 그리고 언제 항복하고, 언제 저항하며, 언제 공격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 역시 자신을 지켜가면서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도 이 능력을 갖추는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저자의 생각에 100% 공감합니다. “적수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망신을 주는 데는 성공할 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스스로도 상처를 입는다.”(30쪽)고 저자도 썼는데, 저 역시 욱하는 성격으로 상사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다가 정작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얻어내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무력감을 극복해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력감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약자이기 때문에,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나는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라는 제안입니다. 또한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저 자리에 가면’이라는 생각도 무력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의 현재 위치가 약하기 때문에 나는 무력해. 하지만 내가 우두머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거야.’ 이런 식으로 약자들은-조직도 상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자리 때문에-책임을 맡지 않는 것을 합리화한다.(중략) 그들은 그들이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얼마나 ‘완벽하게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 있을지’에 대하여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36쪽)

회사에서 이런 합리화를 정말 많이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시스템에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저자도 설득이나 교육을 통해 신념체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회사들이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규율과 벌, 돈보다 더 힘이 있는 것이 문화입니다.

인간의 실패에서 배우며 스스로 생각해야

지배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잭 고드윈은 ‘인간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인간이란 돈에 쉽게 매수되고, 소유에 집착하고, 질투하고 타락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스스로를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를 성찰하고 교훈을 얻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요람을 흔드는 손은 수류탄을 던지는 손이기도 하며, 화염방사기를 쥐는 손이기도 하다.(중략) 히틀러는 인간이었고, 스탈린도 마찬가지였으며, 예수의 다리를 내리친 병사들도 그들 손의 희생자만큼 인간이었고,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106쪽)

저자가 언급한 것들 중 마지막으로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보다 더 적게 가졌다는 인식(결핍)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결핍을 극복하기 위한 경쟁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회사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앞엔 항상 최고의 경쟁자가 있고 그들 앞에 서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또한 직원들 개인도 필요없는 경쟁에 참여시키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회사의 비전제시와 직원을 다루는 전략들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인 직원들을 ‘인적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상징적 학습 전략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면 자신 또한 잃어버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시간이 전혀 없고, 방향감각도 전혀 없으며, 그리고 그들의 삶을 주도할 수단도 전혀 갖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상징적인 성취감을 쫓느라 삶을 낭비하며, 이로 인해 그들은 동일한 결핍을 공유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 속해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한다.”(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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