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 걸다.

누군가에게 독설을 퍼붓고 있는 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는 증거다.

by 제니

잠시 아이를 재우고 오래간만에 모니터 앞에 앉았다.

2014년 7월 3일,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 내 삶에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그중에는, 좋은 변화도 있고 나쁜 변화도 있다.


허나, 아직까지도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나'를 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일상이다.

조금 더 평범한 여인이었더라면, 그저 순응하고 만족할 줄 아는 여인이었더라면 조금 덜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렇다. 보통 여자를 곰과 여우에 비유한다면, 남편의 말로 빗댄 나는 '호랑이'다.



도전하고, 성취하고, 갖고 싶으면 갖고, 싫으면 버리고.

한비야 언니의 삶을 동경하고, 특히나 불굴의 의지로 삶을 개척한 여성리더를 좋아한 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책을 쓴, 서진규 박사님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지난 32년을 '나'를 위해 살아왔다. 내 목표, 내 관심, 내 시간, 내 계획 등.....

당연히 '집 안'에서의 생활을 개차반이었다.



처녀 적 일상을 되새겨본다.

아침에 엄마의 수십 번 깨우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떠 거실로 나가면, 녹즙을 갈아서 나에게 건네는 엄마를 마주할 수 있었다. 졸린 눈으로 녹즙을 마시고 씻으러 갔다 오면, 이미 아침상은 차려져 있었다.


5분이라도 더 자려는 나와, 딸의 건강을 염려해 아침만큼은 집 밥을 먹이고픈 엄마 사이에서 밥을 먹네 마네의 전쟁이 또 시작됐다. 정성스레 차린 밥을 안 먹고. 늦었다는 이유로 집을 나서는 나의 뒤통수에 들리는 엄마의 화난 목소리..... 그땐 엄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정성'을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



그렇다.

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나'외의 타인에게 '희생'하는 것이다. 그 타인의 범주에는 물론 나의 남편과 아이도 있다. 그래서일 거다. 나의 육아가 이렇게 버거운 이유는 말이다...


나의 솔메이트라고 생각해, 불같은 연애를 11개월 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나의 짝꿍과는 신혼초부터 투닥거리며 부딪혔다. 잘 맞을 때는 한 없이 잘 맞는 우리였지만, 서로의 주장을 내세울 때면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런 우리의 삶의 패턴이, 아이를 낳았다고 특별히 달라지진 않았다. 이미 수 많은 양육서적에서 보고 앎에도 불구하고, '아이' 앞에서도 우린 종종 언성을 높이곤 했다.


지난 주말도 그러했다. 아침부터 시작은 매우 즐겁게 했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 아무것도 아닌 너무나도 사소한 말로 인해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거친 말들이 오가며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비판과 원망의 말들을 늘여놓았다. 결혼을 잘못했더라며..... 나는 불행하다며..... 이런 삶은 없을 거라며.... 이 지구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듯 그러한 상상의 날개를 밤새도록 펼치며 잠이 들었다.



늘 그렇듯이, 저녁의 감정은 참으로 예민하고 날카롭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잠시 평온해진 감정상태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며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고 늘 말해왔던 나는,

사실은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를 가진 결핍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내가 화를 내고 있는 건, 상대방이 아니라 '투사된 내 모습'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스스로에게 당당했던 내가, 타인의 삶을 염탐하고 부러워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육아로 인해 내 계획이 부도수표마냥 무너져버렸다는 생각에서 오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짜증.

1년 넘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와 양치도 하지 않고 시작하는 하루의 삶...

망가진 몸, 흐트러진 머리, 늘어난 목티, 그리고 더러운 집과 어지러운 나의 정신상태까지...


이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음이 분명하리라.....

이렇다 할 큰 목표를 세우지도, 실천하지도 못하는 지금, 불평불만하지 말고 작은 일에 집중해보자고 다짐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 다스리기'와 '나를 존중해주기'이다.



- 하루에 한 끼 정성스레 차려먹기(아이 잘 때 타이밍 잘 맞춰서)

- 11월 내 생일에 비키니 입을 수 있게 건강한 몸 만들기 (식단 조절과 걷기)

- 2013년에 다녀온, 유럽 여행기 블로그와 브런치에 업데이트 완결 짓기




기억하자. 지금도 나의 시간은 ing라는 걸...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타인의 성취를 시기하지도 말자.


하루하루 작은 발걸음을 걸을 때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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