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초판 1쇄를 찍었던 이 책, 지금과 달리진 건 무엇일까?
이제 더 이상 어리광 피우지 말아! 이제 더 이상 어리광 피우지 말라구! 너 혼자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니가 저질러 놓은 이 일들을 수습해. 그도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돌아가서 문제가 발생한 거기서 해결해!
_by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_혜완의 대사
넌 절망에조차 이르지 못해. 바로 그것 때문에. 한번 자신을 팽개쳐봐. 그럼 뭔가를 다시 움켜잡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정말 소설을 쓸 수 있을 거야.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자 이제 사회를 알 수 있는 창구는 오직 남편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피곤해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웃고 싶지 않을 때에도 웃어야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는 일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영선이 결혼을 서둘러 결심한 건 어쩌면 그런 집안의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의 '탈출'과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고 혜완은 그 후에도 가끔 생각하곤 했었다.
영선아 그건 너의 선택이었어. 네 말마따나 차선책이었어. 하지만 니가 그때 너무 쉽게 그렇게 니 공부를 포기했던 건 경솔했어. 알고 있잖아. 그렇게 자기를 포기해 버린 여자들이 그것을 다시 찾기 위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차라리 돈이 떨어졌을 때 둘이 나가서 똑같이 일을 하고, 그리고 다시 똑같이 공부를 했어야 했어. 그런데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야. 물론 그땐 왜 그랬는지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영선은 수줍은 듯했다. 미소를 띨 듯 말 듯 긴 파마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마도 아이를 낳기 전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인 듯했다. 아직 많이 불행해지기 전에, 아직은 무언가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시절, 아직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을 때 영선은 수줍게 웃었다.
"가정과 일, 아이와 자아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가 있을까, 엄마?"
"간단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일을 하려면(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려면) 누군가 뒤통수에 총을 겨누는 가운데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하고 택시를 타고도 늘 뛰어가고 있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