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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09. 2024

목포는 '시작'이다.

[Day1] 4박 5일,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영감] : 미완성 상태로 나를 자극하는 것


* 여행 title : 화해  (나 자신, 타인) + 자족 + 수용



4/22(월) 출발. 도착지는 '목포'


전날 오후, 무작정 기차표를 끊었다.

삶의 변화가 많은 시기, 낯선 장소에서 생각정리가 필요했다.

itx 열차에 올라탔다. 행선지는 '목포'. 오전 10시 19분에 출발해 오후 2시 20분에 도착한다.

4시간여 만에 갈 수 있는 그 거리를, 나는 이제야 처음 가본다.


왜 목포인가?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하면 다닌 거고, 안 다녔다고 하면 안 다닌 건데(주관적이기에)

의외로 '국내'를 많이 안 가본 게 생각났다. 그리고 가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하나 둘 이름을 올렸다.


해남, 남해, 여수, 목표, 순천, 등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점을 떠올려보니, '목포'였다.

그래, 일단 목포로 이동 후 렌터카를 빌려서 아래로 내려가거나 해 보자, 이 맘으로 일단 출발


[사진설명_창가에 비췬 나, 열차에서 읽은 책]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내려오는 거라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오고 가는 기차에서 읽을 책도 챙겼는데, 출발행 기차에서 손에 잡힌 책은 바로 <40에는 긴머리> 였다.


아주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일상을 떠나 어딘가로 향하는 이 기분, 나쁘지 않다.


특히나 출산 후 거의 십 년 간 '육아'라는 큰 틀에 묶여 있어서, 어딜 가더라도 항상 의무감이 가득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했던 많은 역할들을 많이 내려놓고, 위임하고, 그렇게 일상을 떠났다.


[memo]

-삶의 방향
-정체성(가치관)
-무엇 때문에 사는가? (꿈이 갚아야 할 부채처럼 느껴질 때 그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경주마처럼 살지 않기를
-탄탄한 기본기
-순응 vs 망각
-내 안의 복잡한 소용돌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함으로써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어느 한 때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았던 삶이 다시 오리무중에 빠진 것 같은 40대 초입에서.
-어떤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조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난 내가 참 마음에 들어요."
-[그림책] 눈이 뛰어난 생쥐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카모메 식당/일일 시호일
-레베카솔닉, 멀고도 가까운

by _book_40에는 긴 머리 (이봄 에세이)


[사진설명_by _book_40에는 긴머리 (이봄 에세이) 中]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라, 숙소를 고민하다 떠오른 것은 바로 '게스트하우스'였다.

20대, 외국에서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 룸에서 묶었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4박 5일의 여행이기에 숙박비를 최대한 아끼고 싶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혼자서 충분히 사색하고 경험하는 여행을 떠나는 동시에,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연히 예약을 한 숙소는 목포역에서 도보 10분 내외의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호화롭게 휴양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여성 4인 도미토리 룸' 1박 가격은 25,000원에 예약했다.  (총 4박 5일 10만 원)  


오후 2시가 넘어, 목포역에 도착했다. 비가 살짝 내릴 것 같은 날씨의 목포는 습했다.

특정 도시에 가면 느껴지는 냄새와 분위기가 있다. 마치, 제주도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바다가 있어서 그런가... 목포의 첫인상은 '약간의 습함'이었다.


[사진설명_김영하 소설가가 목포에 오는구나~~~ 아, 내가 있을 때였네? 저기서 듣고 올 걸 그랬나 ㅎㅎ]


아날로그 가득한 나지만, 네이버 지도 등을 통해 숙소를 찾아 이동했다. 구도심에서 볼 수 있는 느낌이 목포 구도심에서도 느껴졌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친절한 사장님이 맛집 및 주요 관광지를 소개해줬다. 60대 인상이 좋은 여자 사장님은 마사지사였다고 한다. 여기저기 몸 상태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주며 어깨도 눌러줬다. 그리고 커피도 시켜주셨다.


느지막하게 도착해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 숙소 근처를 둘러봤다. 구도심 느낌인데 '목포'가 '예술의 도시'였는지 소규모의 '무료 전시관'이 많았다.


"어머, 이거 내 취향인데~ 마치 목포에 처음 온 나를 웰컴하는 것 같았다."


[사진설명_목포 구도심 무료 전시관에서 내 눈에 든 것들]


여유로이 그림도 보고, 산책도 하고 슬슬 배가 고파왔다. 열차 탑승이 늦어질까 아침도 프레첼에 라떼 한 잔 먹고 점심도 걸렀는데 오후 4시가 다 되어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 준 '태동반점'에서 '중깐'이라는 짜장면을 먹고 숙소 근처인 '북교동 예술인 골목'을 산책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을 보며 걸었다.


'걷는다는 행위'는 참 좋다. 매우 '능동적'인 행위이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걷기다 좋다. 무기력하고 절망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걷는 것'이다. 걸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바람소리와 숲 내음을 맡다 보면, 생기가 솟아오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약간은'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론, 울면서도 걷는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부족한 나 자신을 수용하기 위해, 현실을 살면서 그래도 꿈을 지켜가기 위해서.


어쨌든, 그렇게 걷고 나면, 그래도 좀 살 것 같다. 그래서 걷는다.


[사진설명_북교동 예술인골목을 배회하면서]


'목포'가 나를 이끌었나?


예술과 음악, 문학과 낭만을 좋아하는 나를 어떻게 알고서.... 첫날부터 '취향저격'이다....

동네가 다 미술관 같다. 아니면 내 눈에 '그런 것만' 보이는 걸까?



[사진설명_송원 갤러리]



한참 걷다가, 외관이 눈에 띄는 한 건물을 봤다. 호기심 많은 나는,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갤러리'였는데 이날은 휴관일인데 작품들 이동 등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 화가분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는 '아홉수'가 있었는데, 뭐랄까 마흔이라는 나이, 40대라는 게 뭔가 늦어버린 건 아닐까... 30대에 여러모로 많은 걸 놓쳐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임신, 출산, 육아라는 새로운 과업을 수행하고 예상치 못한 멈춤으로 뒤쳐지고, 단절되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건 아닐까 하는 조금함과 불안감까지.... 이젠 회사는 취업도 안 될 텐데 어떤 일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까지~


이번 여행에서 해답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40대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마음속에 남아있기도 했다. 7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선생님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목포가 물이 좋아서일까, 만났던 여성분들은 너무나도 젊어 보이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풍겨오는 분위기와 아우라까지....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섹시한 아줌마 & 귀여운 할머니가 내 모토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었는데, 세상 다 산 것 같이 굴다니...

너무 고우신 '박화자' 서양화가 선생님과 나눈 대화 중 내 귀에 들어온 것들은....


-이제 막 40대 (늦지 않은 나이)

-나에게 칭찬하기

-비교하지 말자. 부족한 것이 없다,

-잘해왔던 거 생각하기. 못한 거(지나간 거) 생각하지 말자.

-좋아하는 일 하기 (내가 떠오른 것>>작가/인터뷰 전문기자/ 등)

-교회 봉사하니 채워주셨다. (그림은 40대 이후 자녀들 키워놓고 다시 시작하셨다고 함.)

-하고 싶은 일 있으면 꿈을 잃지 않으면 된다.

-참 잘 살아왔네. 힘든 과정에서도 잘 넘겼네~~


다음 날, 다니시는 교회에서 '예술제'를 한다고 놀러 오라고 해서, 갔다. ㅎㅎㅎㅎ



나의 룸 메이트, 2000년 생 entp 대학생


4인 도미토리 룸에, 평일이라 그런지 나와 반대편 1층에 한 명의 여성이 더 있었다. 어색함을 잠시 뒤로하고 인사를 한 뒤 통성명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00년 생 여대생이었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걸 실감하는 게 생년월일 계산이 잘 안 된다는 거다...ㅎㅎㅎ 이십 대 중반의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는데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수학을 복수 전공한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사는 학생인데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험기간인데 끝나서 여행을 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해외로도 혼자 보내기도 했다고...


이 친구에게서 나는 여유느긋함을 느꼈다. 이런 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학부모로서 아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요즘 친구들은 참 똑똑하다. 러시아어도 어려운데, 수학을 복수 전공한다니...정말~문과체질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문과 이과 통합형 인재가 기본인 시대인 건가~내일 아침에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고 해서 여행 잘하라 이야기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현실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 '목포'에서 보낸 첫날의 밤이 지나갔다.

오늘 내가 느낀 것을 정리해본다.


여유(풍류/멋/일상)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동행(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내가 나 돌보기

혼자서 오롯이 가는 인생

20년 전 습관이 지금 나타난다. (질병도)

다 가졌다. 충분하다. 자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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