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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09. 2024

예술의 도시, 목포.

[Day2] 목포예술 문화회관과, 목포문학관을 가다.

'여행'의 둘째 날이다. 오전에 일어나 근처 추어탕 집으로 향했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예전에는 '스파트타식 여행'을 했다. "내가 이곳을 또 언제 오겠어~" 하며, 새벽부터 일어나서 근무보다 빡센 여행을 하고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일정을~ 그것은 여행이 아닌, 또 다른 업무 같은 여행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목표했던 게 slow였다. 일정도 줄이고 몸 컨디션에 맞게 천천히~~~

(나름 slow라고 했지만, 정말 느긋하게 즐기는 분들이 보기에는 타이트한 여행이었을지도...)


[사진설명_4박5일간 머물렀던, 수다방게스트하우스~첫 날 아침 식사 추어탕, 9천원으로 맛과 가격 모두 굿~~~]




'목포문화 예술회관'으로 향하다


택시를 타고 '목포문화 예술회관'으로 이동했다. 어제 만났던 박화자 서양화가분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예술제'를 한다고 했다. 목표했던 '목포 문학관'등과 가까운 위치라 둘째 날 여행의 첫 장소를 그곳으로 잡았다. 비가 조금 내릴 듯 말 듯 한 날이라 우산을 챙겼다. 여행 전문가가 아니라서 날씨와 의상선택이 아직은 초보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산복을 입고 걷고 있었다.


여행지이기에, 일상에서 잘 못 입는 '크롭니트'를 챙겨 왔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입고 나왔다.(but, 바다 바람과 갓바위 등의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날 아는 이 없고, 의식하는 시선 없으니 자유로울 것 같았다. 그러나, 바람이 좀 불고 체중이 좀 늘어서인지, 이유 없이 '의식'이 됐다.


[사진설명_목포 바다와 목포문화 예술회관의 모습]
[사진설명_시선을 사로잡은 작품명 '환생'. 순간 자코메티의 그림이 떠올려졌다.]
[사진설명_80세가 넘는 어느 권사님의 작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진설명_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목포에 예술인이 많은 건지, 내가 만난 분들이 특별히 '예술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2024 목포 크리서천 예술제에,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 천천히 둘러보다가 나왔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급하게 아들의 '첫 휴대폰'을 개통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 연락을 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서 폴더폰(공부폰)으로 개통을 해줬다. 일상을 벗어나서는 기존에 하던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겠다 다짐했지만, 뼛속까지 엄마인 나로선 틈틈이 아들이 생각났다.


"아, 학교는 늦지 않고 잘 갔을까?"

"학원 갈 시간인데 잘 가고 있으려나?"

"학원 숙제는 빠짐없이 잘했을까?"


등등......


차로 영어학원 픽업을 해줬었는데, 여행 떠나오기 전 버스 타고 가는 연습을 했었다.

처음으로 버스 타고 영어학원 갈 텐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는 잘 탔으려나, 내릴 곳에서는 잘 내렸을까, 안전하게 걸어갔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났다. 그러면서 아들과 메시지도 주고받고, 아들도 모르는 것들은 전화로 물어봤다.


"아, 많이 컸구나. 이제 안심하고 나도 내 할 일을 할 시간이 왔구나."


[사진설명_아들과 문자로 나눈 메시지들. 많이 컸구나! 안심이 된다.]


갓바위길을 홀로 걸으며 목포 풍경을 감상했다. 날씨가 흐려서 인지 어제보단 조금 잔잔한 마음이다.


[사진설명_목포문학관으로 향했다.]


'목포 문학관'내부를 둘러보다가 잠시 쉬는 곳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예전에 <아티스트 웨이> 책에서 <동시성>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비슷한 그 무언가가 많이 느껴진다.


작가의 글 중 기억나는 것들은,


-"특별한 대책 없이 직장을 잠시 그만뒀을 때였다. 하루를 강제하던 루틴이 사라졌은 불안과 시간이 동시에 증가했다. 불안과 시간은 글쓰기에 가장 좋은 재료다. 연료가 마구 쏟아지니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나며 그냥 쓰기 시작했다."


-내게 가장 소중한 일은 하루하루를 지나친 기대와 미움 없이 살아내는 것이다.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으니 나 힘든 걸 애먼데 화풀이하지 않고, 최소한의 교양과 상식을 유지하며 나이 드는 것이다. 다가오지 않은 것들을 염려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들에 목매지 않으며, 그렇게 사는 데에 글쓰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음을 붙잡기 위해'쓴다. 타인을 위해, 세상을 위해, 역사를 위해 쓰지 못한다. 나는 다만 나의 편도체를 덜 날뛰게 함으로써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덜 다치게 하고 싶다. 어차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처라면 너무 깊지는 않게, 당신 또한 당신만의 '믿는 구석'으로 금세 아물 수 있게.


-"글에는 내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틈과 간격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조바심이 생기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는 조바심이 없을 때 발휘된다.'


"나는 네가 원고지에서 날아다닌다는 걸 알고 있어."


-'쓰기'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팠나, 어떻게 아팠나, 얼마나 아팠나, 아프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병원에 가면 의사가 을 묻는 말들에 대답하듯 그냥 내가 직접 묻고 답했다. 다른 점은, 병원에서는 문진 뒤에 처방을 따로 해주지만 글쓰기는 자문자답의 과정 자체가 처방이 된다는 점이었다. 쓰면 나아졌다.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진 않아도 쓰기 전보다는 나아졌다. 어지러움의 일부가 고요를 되찾고, 우울은 서핑 가능한 수준의 파도가 되었다. 활화산 같던 일들이 성냥불처럼 소박해졌다. 나는 입김을 후 불어 불씨를 껐다."


무엇보다, 책의 '목차'가 마음에 들었다.

[거리가 필요해서 쓴다]

[고통에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쁜 어른이 되지 않기 해 쓴다]

[작게 실패하기 위해 쓴다]

[더 이로운 연결을 꿈꾸며 쓴다]

[고독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 쓴다]

[잊지 않으려고 쓴다]


4명의 인물에 대한 전시가 있고, '김현' 관을 보던 중, 그중 마음에 드는 텍스트들을 찍어봤다.


날씨 때문인가, 크롭니트 때문인가. 뭔가 편치 않은 찝찝함이 있는 느낌이다.


하긴, 여행 왔다고 늘 '행복'할 순 없지. 여행도 일상인데 컨디션에 따라, 감정에 따라 높낮이가 있는 법이지.


저녁이 되기 전 숙소에 돌아왔다. 룸메이트가 바뀌어 있었다. (다음날, 이 분과 하루 여행을 동행했다. 72년 생 맥가이버 언니라 칭했다. 왜냐하면, 없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날 저녁은, 부엌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과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다. 군부대 강의를 위해 1박을 하러 온 양평에 사는 72년 생 강사분, 제주출신 아들 대학 보내고 한 달간 여행 중인 맥가이버 언니, 결혼 후 아이들 키우고 쓰리잡 등 하느라 번아웃이 와서 휴가 내고 오토바이 여행 중이라는 내 또래 84년 생 남성 분, 퇴사 후 잠시 쉰다는 29세 문신 청년까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자기 전 떠오르는 생각들.


-아들은 사랑이자 축복이다. 


내 문제에 몰입되지 말자. 늘 그 나이대의 문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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