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같은 고딕 없다
완성도 높은 타이포그래피와 분위기에 잘 맞는 폰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작업 전 이미지의 분위기와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타입 페이스를 정한 다음 사용될 매체와 용도에 따라서 폰트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중요한 문서에 아기자기한 손글씨 폰트를 사용한다든지) 머지않아 끔찍한 파일명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프로모션이나 포스터, 기획전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보편적인 경우 중립적인 타입 페이스를 가진 고딕 폰트 '노토 산스, 스포카 한 산스, 산돌 고딕 등'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환경에서도 가독성이 좋고 다양한 언어환경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웹/앱에서 높은 활용도를 자랑하고 숫자를 활용할 때 빛을 발하는, 스포카 한 산스 네오의 장점과 특징들을 알아봅시다. 소개에 앞서 높은 퀄리티의 폰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진행해주신 '스포카'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스포카 한 산스 네오
도도 포인트와 도도 카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포카’에서 직접 개발한 서체로, (점심에 갔던 카페에서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가독성이 높고 다양한 환경에서 대응 가능한 장점이 있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사용이 자유로운 오픈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가벼운 용량으로 웹에서도 사용 가능한 ‘스포카 한 산스 네오’는 토스, 타다, 망고 플레이트 등 여러 기업에서 사랑받고 있는 폰트랍니다.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국문, 영문, 일문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언어 환경의 사용성이 극대화되어있고 숫자를 많이 쓰는 서비스의 특성이 반영된 만큼, 숫자와 국문을 같이 쓰게 되는 경우에 매끄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웹에서 사용할 때의 용량 문제를 크게 줄여 첫 버전이 16MB 현재는 441KB 수준으로 엄청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합니다.
간단한 png 이미지도 400KB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대단하네요. 더불어 2015년 한글날에 처음 폰트를 공개한 후 다양한 피드백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영혼까지 갈아 넣어) 적극 반영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니 완성도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밖에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던 다양한 글리프를 서체와 어울리도록 형태를 변경하고, 더욱 밀도 있는 타이포 그래피를 구현할 수 있도록 Regular와 Bold 사이에 Medium 두께를 추가하는 등의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UI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디테일도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제작한 가상의 콘텐츠입니다. 실제 사례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영문으로 활용해봤는데요. 대문자의 높이와 베이스라인에서 오는 안정감이 인상적입니다. 별도의 값 조절을 하지 않아도 꽤 괜찮은 타이포 그래피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글자를 눕히거나 기울여도 안정감이 유지된다는 점 또한 좋았습니다.
영문을 사용할 때는 베이스라인이 불안하거나 국문보다 디테일이 떨어지면 별도의 영문 폰트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습니다.
앱/웹 콘텐츠에 활용하기에도 좋아요. 적당한 대비의 두께 덕분에 강약 조절이 수월하며, 깔끔하고 시원시원합니다. 중립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활용에 딱히 제한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작은 크기에서의 판독성이 노토 산스 보다는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안티 앨리어싱 옵션을 조절해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포카 한 산스 네오’의 특징 중 하나인 숫자를 활용한 ‘가상’의 디스플레이 콘텐츠인데요. 국문과 같이 사용해도 이질적인 느낌 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숫자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되었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마치 가변폭이 적용되어 있는 듯한 시각효과로 일반적인 고정폭의 폰트보다 가독성이 좋고 숫자+국문 조합이 매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고딕 서체와 차이점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가변폭 : 활자 꼴에 따라 너비가 달라지는 형태
*고정폭 : 활자 꼴에 상관없이 고정된 너비를 가진 형태
크기는 42pt, 자간은 -15로 동일한 값을 주고 비교해봤습니다. 위가 ‘스포카 한 산스 네오’이며 아래가 ‘노토 산스’입니다. 폰트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각각 다르지만 숫자의 모양에 맞춰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조절된 ‘스포카 한 산스 네오’가 좀 더 가독성 좋고 조화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숫자와 단위가 비교적 쉽게 인지된다는 점이 데이터 시각화, 금액, 전화번호, 주소 등 숫자를 사용해야 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시면 ‘스포카 한 산스 네오 내려받기’가 있습니다. 모두 내려받기, OTF 오리지널, OTF 서브셋, TTF 오리지널, TTF 서브셋 총 5가지의 옵션이 있는데요.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해상도 출력과 웹에서 좀 더 깨끗한 출력을 원하신다면 OTF를, 일반 문서작업 용도로 사용하시려면 TTF를 다운로드하시면 됩니다. 서브셋의 경우는 (처리가 빨라야 하는 경우) 가볍게 사용하고자 하실 때 적절합니다. OTF와 TTF는 용도에 맞게 선택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스포카 한 산스 네오’는 개인 및 기업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오픈 폰트 라이선스로 자유롭게 사용, 수정 및 재배포하실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 낸 높은 퀄리티의 폰트를 무료로 배포하여,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퇴근시간을 앞당겨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