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for the Unfading Wound

탄산수 2화

by Soden
"Have I gone mad?"
"I’m afraid so. You’re entirely bonkers. But let me tell you something — the best people usually are."

“내가 미쳤나?”
“그런 것 같아. 완전히 말이야. 하지만 말이지, 최고의 사람들은 대개 그래.”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모자장수는 미치지 않았어'

앨리스 이야기만 나오면 난 늘 모자장수의 편이였어.



'그는 단지 앨리스를 사랑한거야.

앨리스를 향한 마음이 너무커서 미쳐버린 것뿐이라고!'

모자장수를 두둔하기 바빴지.

마치 그가 나의 모자장수 인것처럼.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3월의토끼가 나를 알수없다는 눈으로 바라봤어.

그리곤 이내 툭- 튀어나온 앞니 양옆으로 가지런히 자리한 은빛의 털을 손으로 쓱쓱 쓸어내려.

마치 뭔가 알아차린듯 12월의토끼마냥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날 향해 묻는거야.



"무슨 소리야 앨리스? 모자장수가 널 사랑한다고?"



'너'라니? 3월의토끼가 지금 날 향해 앨리스라 칭한건가? 순간의 당혹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봤어.

분명히 나는 모자장수와 앨리스의 사랑을 믿지 않는 독자들에게 그들의 사랑을 밝혀보이겠다며 사흘밤낮으로 작업실에 틀혀박혀 있던참이었는데...?

( 아, 물론 약간의 혼잣말은 오랜 습관이다. )



모자장수가 미친게 사실이라면 그건 분명 사랑에 미친것 이어야만 한다고, 연신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을 뿐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일일까?



나 정말 순간이동이라도 한건가?

아니, 그것보다도 내가 앨리스라니...?


당혹스러움에 주변을 바라보는데,

이 공간이 이상하리만치 낯설지가 않았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심어놓은듯한 윤기가 도는 잔디밭과

누구하나 굴러도 될 법한 크기의 우드향 짙은 테이블까지.

그 위론 얼마나 형편없는 수예사가 바느질을 마구잡이로 한건지 모를 울퉁불퉁하기 짝이없는 식탁보가 깔려있었지.


이런 혼란스런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자는쥐가 다가와서 한마디 툭 내뱉는다는게

"앨리스 3월의토끼 이야기는 신경쓰지마. 귀가 길쭉해서 소리를 잘들으니 어쩔수 없잖아?

그건그렇고 얼른와서 티타임(Tea-time)준비를

좀 도와줘. 나 벌써졸리다고"

하며 유유히 떠나 버리는게 아니야?


하긴 어쩐지 아까부터 다들 분주해 보이긴했어.

그래도 티타임(Tea-time)이라니 설레이기 시작하는걸.



있잖아, 혹시 이세계가 내 소설속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앨리스를 사랑한 모자장수'

번외편이 맞고, 내가 그 세계로 온거라면

티타임(Tea-time) 은 조금 특별할지도 몰라.




티타임(Tea-time)이 궁금해도

준비가 다 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으니까!








'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그러니까 일단 난 주인공인 앨리스란 거고,

일단 내가쓰고 있던 소설의 번외편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다음 내가 뭐라고 썼더라?'



3월의토끼가 날 이상하다는 눈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눈짓으로 나의 어깨너머를 가르켰어.

난 그런 3월의토끼의 눈짓이 향하는곳을 바라보았지.



아뿔사!

내가 궁금해하던 그 모자장수가 자신의 비뚤어진 모자를 이리저리 한참을 고쳐쓰며 걸어오고 있는게 아니겠어?


어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는 내 모습이 즐거운지 3월의토끼가 자꾸만 웃어대는거야.



"앨리스?"

모자장수가 나를(앨리스가 된 나)부르지 않기를 바랬는데.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안그래도 눈동자에 흰자가 많던 모자장수의 눈이 더욱이 휘둥그레져버렸어.

그 모습이 마치 '렌(치와와를 모티브로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을 닮아서

나도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올뻔하는걸 간신히 참았지뭐야?


' 윽..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모자장수도 써내려갈때 좀더 잘생기게 이미지묘사를 할 걸 그랬나? '

이런 생각까지 드는걸보면 역시나 이곳은 내가 써내려가던 소설의 번외편이 맞다는 확신이들어.



(물론 나는 원작자는 아닌 앨리스와 모자장수의 사랑 이야기만 좀 각색하고 싶은 필자인건 다들알지?)




"미안해 모자장수, 내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건 그렇고 오늘도 모자가 정말 멋진걸!"

'모자장수의 표정이 다시 풀리기시작해!'

(아, 흰자도 돌아온다)


"역시 앨리스! 내 모자를 알아봐주는건 너뿐이야"



옆에서 연신 나를 비웃어대던 3월의토끼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 모션을 취하는게 보이는거야.


' 3월의토끼는 역시나 오지랖이 장난 아니구나.'



"모자장수, 말이 조금 섭섭한걸?

나도 너의 모자를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근데 어째서 앨리스에게만 매번 좋은말을 해주는거야?"


3월의토끼가 음흉한미소를 띄고 모자장수

주변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마치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얼른 모든걸 실토하라는 토끼처럼 구는 거야!



"이봐 3월의토끼! 그런식이면 모자장수가 곤란하잖아!"

어라? 이건 내가 말하고 싶어서 내뱉은 말이 아니었어.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는걸!


앨리스는 이순간에 이런대사를 했다는걸,

내가 이런 대사를 써놨다는걸 알아차렸지.



애꿎은 모자만 조물락거리던 모자장수가

쓰고있던 모자를 벗었어.

그리고는 이내 나를 향해 자신의 모자를 건네며 말하기를.


"앨리스는 내가 지금껏 모자를 사랑 할수있게 해주었던 모든 시간들과 같지"



모자장수의 대사를 끝으로 티타임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

아마 앨리스는 이 종소리를 듣지 못했을거야.


왜냐고?


나도 이 종소리를 설정해놨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거든.









[ 부록편 - Tea time ]



모자장수와 앨리스를 뒤로하고 한편에선

분주하게 티타임이 시작되었어.


이 곳의 Tea-time은 서로가 꺼내지 못하고 혼자만이 아파해왔던 시간들을 꺼내게 될거야.



"Tea for the Unfading Wound"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위한 차 한잔)

나와 내 소설속 모두를 위한 티타임이야.


이 티타임은 모자장수, 3월의토끼, 잠자는쥐, 앨리스를 마지막으로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시작할거야.


그리고 서로가 너무도 아파하지만 차마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이 티타임에 참여한 우리들중 한명이

그 기억에 자리할거야.


사실은 말야 너는 혼자가 아니었다고.

그날 온전한 너의편인 내가 옆에 있었고,

너는 더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야.


이 차한잔이 모두 비워질때쯤엔

우리들중 누군가 상처가득한 너의 기억속으로 다가가

든든한 너만의 편이되어 있을거야.

그러니 이제 더이상 지우지못해 아파하며

살지않아도 되는거야.




아참, 이글을 읽고있는 당신 말야,
영원히 지우지 못하고 아파하며 말 못하는 기억이있다면 우리의 티타임에 방문해도되.

이번주 차는 런던 포그(London Fog)를 준비했어.

원한다면 베르가못 시럽을 듬뿍 추가해서 마셔도 좋아 달달해서 기분이 한층 좋아질거야.


혹시알아?

Tea-time이 끝나면 당신의 지우지 못한 기억속엔

이제 든든한 너만의 편이 생겨있을지말야.



그럼 이제 우린 티타임의 시작편에서 만나자 안녕.




이 글은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반으로 한 메타픽션 창작물이며,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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