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 주의 영화 뒷담화
코로나 19 장기화로 극장가 영화 또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거리두기, 집합 금지 같은 행정 정책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던 은신처를 만들어 마치 카타콤처럼 사람들을 그런 곳으로 몰아넣는다. 다만 기독교 박해를 피해 무덤으로 모여든(?) 순교의 행보와는 성격이 다른 이 은신처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실현하고자 만든 일탈의 공간으로 펜데믹 시대, 반항과 불응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과장이 좀 섞임)
나 또한 그런 은신처를 하나 꼽자면 ‘극장’이다. 저항 따위는 엄두도 못 낼 공신력(?)처럼 나를 집 밖으로 꺼내 줄 유일한 명분이자, 구실이며, 이유고, 자기 합리화이다. 그래서 그런지 극장을 향해 내딛는 발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니, 아~어찌 이리 볼 영화가 없단 말인가! 이상한 갑자기 그리움에 사무치곤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원더우먼 1984』 개봉으로 무수한 리뷰와 후기가 쏟아져 내릴 텐데, 나는 『원더우먼 1984』 뒷담화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상태라 다른 영화를 찾는 마음이 조급하고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능~
그래서 떠올린 게 스크린 수도 적고, 사람들이 그다지 보지 않을 것 같은, 숨은 명작(?) 찾기처럼 놀이하듯 영화를 선택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는 중 유일하게 씨네Q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퍼스트 러브』의 영화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미이케 다카시”의 연출이란 것에 좀 멈칫했지만, 칸영화제 초청작이란 말에 한 번 속아 넘어가 보자 하는 맘이 서린다. 딱히 나는 만화를 원작인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건 만화가 주는 영향력이 큰 탓도 있지만, 각색의 기준을 이해하지 못한 다소 편협한 편식쟁이이기 때문이다. 『악의 교전』 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 같은 그의 연출 作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도 매우 크다. 그러나 아직 그의 오리지널 작품은 본적이 없다는 것과, 어디 한 번이란, 펜데믹 시대 시간을 어서 떠나보내고, 먼길을 떠나온 내 발길을 위로해야 했으니, 천천히 상영관 안으로 SSG~
영화는 야쿠자 간의 세력 다툼과 그 사이에 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반인 사이에서 오해와 배신으로 얽힌 누아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인물들 간의 고리는 제법 잘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에서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일본 특유의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유머가 나름 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건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을 잘 설득하고 있기 때문일 터, 그러니 야쿠자 조직의 규모가 그리 거대하게 보일 필요도 없고, 마약이라는 다툼의 소재도 단순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스토리(시간 흐름) 중심의 레러티브에 충실한, 어쩌면 성실하기까지 한 몰락드라마다.
성장드라마의 역발상 같은, 파국을 위한 어리숙함. 어리숙함을 단순히 코메디물로 변질하지 않기 위해 도구적으로 잔혹을 설치한 미장센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아서 되려 신선한? 모순을 참 시니컬하게 보여준 매력의 영화랄까? 그게 좋은 영화냐 아니냐의 기준은 될 수 없으며, 재밌는 영화냐 아니냐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없는, 아니, 싫은, 섣부른 애정을 품지 않으며, ……방임으로 날개들 달던가, 벼랑 끝에 서서 발끝에 온 힘을 모으고 있던가.
쇠락해 가는 야쿠자 조직 멤버 카세 부패경찰 오모토와 짜고 조직의 마약을 빼돌리려고 한다. 그 둘은 야쿠자 조직의 마약 운반책이 노동력 착취를 위해 감금하고 있던 모니카에게 마약을 훔쳐 도망간 거라~ 누명을 씌우려는 계획을 세운다. 한편, 권투선수인 레오는 시합 중 쓰러져 병원을 찾아왔다가 덜컥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거리를 헤맨다. 그러다 우연히 오모토에게 쫓기던 모니카를 돕게 된다. 본의 아니게 그 둘은 카세의 계획에 휘말리고, 레오의 개입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카세와 오모토의 계획. 그로 인해 모든 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과정과 결과를 여지 따위는 사치인냥 모조리 보여주는 영화 『퍼스트 러브』
특히, 인물들이 전사를 하나 하나 애정어리게 마련한 꽤 촘촘한 영화다. 그렇다고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매우 경제적으로 인물 프로필과 내용을 잘 짜놓았다. ‘성실하기까지하다’의 말이 보일정도로 응원마저 하게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마약으로 환각에 시달리는 모니카, 마약운반책과 그를 사랑한 여자의 복수심. 쇠락해가는 야쿠자의 무력감을 무력을 통해 회복하려는 야쿠자의 속성. 그런 일본 토박이 야쿠자에게 인의 따위를 강조하는 중국 야쿠자, 모니카를 외면하지 못한 레오와 뚱딴지 같은 시한부의 해프닝. 부패경찰의 최후. 만화 같은 르와르 액션과 야쿠자 보스의 마지막 간지.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미이케 타카시 컷’설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약100분의 런닝타임에 붙들려 있다 풀려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당신에게 자신있게 추천하지 못하겠다. 왠지 그런 기분을 들게 한다. 누군가 너 그거 봤어? 묻는다면 분명 봤다고 할 텐데…… 재밌어? 물어도 음, 볼만하다. 라고 할 것 같은데, “진짜 좋아 한 번 봐봐.”라고는 못하겠고! 혼자 소장하고 있다가 마지 못해 당신에게 ‘그럼 다운받아서 봐봐!’ 할 것 같은, 물론 불법 말고 합법으로~ 돈 주고 구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