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필명 “지음 허투루”
이제와서 구태의연하게 유치뽕짝으로 자꾸 실웃음이 나온다.
애써 무덤덤한 척하려 해도 손발 오그라드는 낯부끄러움은 몽땅 낯짝의 몫이다.
왜 이런 필명을 지었을까 떠올려보면 차마 변변찮고 보잘것없는 탓에
떠올려보는 것조차 용기를 내야 할 만큼 심력만 허비된다.
허투루의 ‘가볍고 소홀하다 ‘ 의미는,
뭐 얼마나 좋은 글을 쓴다 시도조차 않고 시늉만 하다 접고, 자세만 잡다 다시 접고, 반복하는 주접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어떻게든 무작정 첫 문장의 꼬리를 이어가려는 시도를 '허투루'로 역설하려 했던 것인데,
역시나 어설프고 허접하기 짝이 없던 것이다.
어쨌든 아직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면에선 그럭저럭 의도는 유지한 셈이지만,
글 내용이 너무 시원찮고 헐겁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배째라는 식의 뻔뻔함은 죄의식 앞에서는 대범하지 못하고 바짝 쫄아 있다.
애초에 예술하려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이 제법 잘 이뤘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딱 거기까지가 필명의 정체성이다.
그런 정체성을 굳이 전면에 세우지 않아도 독자라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 같다.
과감하게 필명을 바꾸려 아니, 그냥 본명으로 돌아가려 한다.
지금까지 “지음 허투루”란 이름에 의문을 품었던 혹은 품지 않았던 모든 독자들께 감사를 전한다.
내 이름은 “이동한”이다.
성 따위 떼고 “동한”으로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