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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허투루 Nov 30. 2020

RUN 런:to your!

영화뒷담화 Review

영화 『RUN』애서 Run은 ‘뛰다‘의 의미는 쫓기는 것보단 쫓는 쪽의 의미가 왠지 더 물큰하다. 클로이에게 다이엔은 엄마로서 양육의 전반을 책임지고, 장애로 일어난 한계를 건너는 거대한 권력자이자, 꿈과 욕망을 잡고 뒤흔드는 유능한 추격자다.  이 거대한 관계를 뒤집는 불씨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일어난다.


나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점점 불어나는 시작과 사건을 가진 이야기가 좋다. 특히 자신의 결핍이 한계를 옭아매고 있는 상황이면, 작은 변화들은 전부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럴듯한 개연성이란 것은 복선의 치밀함이 만들어 내는 것보단 캐릭터의 매력이 결정하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엄마와 딸, 아이러니한 상황의 대결구도 플롯일 경우 더더욱!    

영화 『RUN』스틸 컷 네이버영화

클로이는 선천적으로 중증장애를 앓고 있다. 부정맥, 당뇨, 천식 등 복합적 질환 또한 곁쳐서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영화는 이미 클로이의 한계를 규격화해놓고선 그 경계에 밀어 넣는다. (클로이와 다이엔의 집)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엄마의 보살핌으로 보내온 17년, 너머의 삶이 절실한 클로이.  대학 합격 통지서는 절실한 마음을 현실로 만들어줄 희망이다. 클로이를 극진이 보살펴 온 다이엔.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한부모 가정의 가장. 언뜻 보면  애틋한 평범한 모녀의 시골 성장기다. 초콜릿을 짱박으려고 장바구니를 뒤지다 엄마 이름표가 붙은 정체불명의 약을 발견하는 클로이. 어느새 그 약은 클로이의 약으로 바뀌어 있다. 이상함을 느낀 클로이는 다이엔의 눈을 피해 그 약의 정체를 밝히려 고곤분투한다. 마침내 그 약이 개에게 처방된 약이란 걸 알게 되고,(개밥도 아니고 사람에겐 치명적인 개약!)  그동안 다이엔이 클로이에게 쏟은 사랑이 학대로 변하면서, 한계의 영역이 한 차원 넓고 높아진다.

영화 『RUN』스틸 컷 네이버영화


영화 전면에 내세운 한계는 신체적인 것뿐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역할 관계다. 엄마는 엄마로서 딸은 딸로서 역할을 뒤집는 관계의 Run, 클로이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세계로부터 벗어나려 애쓰지만, 다이엔이 말했듯 ‘넌 내가 필요하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내 옆’이란 것을 자신의 세계가 가장 ‘안전하고 완미하다’고 클로이의 Run를 막아서며 상기시킨다. 클로이의 2층 방, 인터넷, 텔레비전, 스마트폰 하나 없는, 다이엔에 의해 통제된 세계.  하지만 먼 길을 돌아 다시 돌아왔을 땐, 승자와 패자로 나뉘듯. 쫓기는 Run에서 쫓는 Run으로 위치가 서로 바뀌었음을 다이엔도 깊이 통감한다.


스포 안 하려 용쓰는 중 차라리 먼 길 돌아 나중에 결말 포함한 리뷰로 해야... 

아! 괜히 신경 쓰이고, 귀찮은......!  

 나는 그런 통쾌가 좋다. 해결은 다시 시작하는 갈등의 불씨이고, 불은 번져야 제맛! 폭력은 ‘대물림 된다.’가 아니라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긴장감을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나란 관객이 취해는 태도이며,  tone & manner이다. 적어도 한 명의 관객으로, 극장을 찾는 죽돌이로써, 가슴에 늘 품고서 영화를 볼 때마다 꺼내 쓸고 닦는, 단 하나의 바람이자 욕망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랜만에 주인공, 그니까 클로이. 프로타고니스트에게 온전히 몰입하게 되었다. 나는 매번 빌런을! 안타고니스트시점에 즐겨 서있었는데, 오히려 정해놓은 뻔한 결말을 혹시 뒤집을 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재앙 시점의 힘과 욕망을 추양 하던 시선으로부터 오래간만에 정자세를 취해본 날이다. 스스로 삐뚤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그것이 무릇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말이다. 우쭈쭈~ 토닥토닥~ 쓰담쓰담~                 

영화 『RUN』스틸 컷 네이버영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싶은데 그럼 스포가 될 까 봐. 겁나 조심스러운 마음 깊은 곳에... ‘애초에 별로 볼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스포고 뭐고 그냥 질러. 말어.’ 같은 성급함과 섣부름과 경솔이 역류하듯 스멀스멀올라온다~ 아, 이를 어째! 뻔한데, 뻔하다 말할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 포스 슈퍼 파워레인져 1호 레드레인져 변신~ 과 클로이가 갑자기 기적을 일으켜 평범한 소녀의 일상을 찾는...끔찍을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게 넘나 고마운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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