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이 보내는 하루
퇴사한 지 3개월이 지나자 일상은 약간 뻔한 연속이 되었다. 밤새 이것저것을 뒤지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카톡, 인스타그램, 메일을 순서대로 확인하고, 유튜브 쇼츠를 보며 잠든 뇌를 깨운다. 그 후 점심을 먹고 다시 카페에 가서 제안서를 보낸다.
어제도 새벽 2시에 잠이 오지 않아 롤을 한 판 하고 잠들었다. 요즘 나는 주변의 많은 도파민에 집중력을 빼앗기는 듯했다. 해야 할 일들을 조금 등한시하며 나태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밖을 나가면서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첫 행선지는 종로 도서관이었다. 가기 전에 검색을 했어야 했는데 막상 가보니 휴관일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갈 때마다 지나쳤던 카페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테블릿을 들고 가 기존에 읽고 있던 책들을 2시간 정도 읽었다. 손이 심심하지 않았다. 부족한 도파민은 담배가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집중하고 나서, 저번 주에 찍은 필름을 맡기기 위해 현상소로 가는 길에 잠깐이지만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귀에는 노래 소리가 들렸고, 틈틈이 인스타그램을 보는 버릇이 있어 길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의 짧은 외출은 자유로운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