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년이 지났다. 이수해야 하는 6개의 과목을 다 수강하였으나, 결국 1개의 과목은 과제를 하나도 못내서 다시 수강해야 한다. 나머지 5개 과목은 어찌되었건 턱걸이로라도 통과는 했다.
처음엔 영어도 낯설고 영어 말하기도 글쓰기도 다 낯설었는데, 역시 언어는 쓰다보면 느는 것. 계속 같이 토론하고 에세이 쓰고 발표도 시키는 대로 하고 하다보니 많이 늘었다. 물론 여전히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수업은 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녹화본이 유투브로 공유되는데, 처음 1년차에는 꼬박꼬박 리딩도 열심히 하고, 수업도 다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수업마다 있는 조별토론도 성실히 임했지만, 역시 인간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을 부리기 마련.. 더욱이 2년차인 2023-24년에는 한국의 박사학위논문을 위한 현장연구를 집중해서 수행하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더더욱 탈성장 석사과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내야 하는 과제만 겨우 겨우 제출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이수는 했다.
사실 더 열정적이고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그 안에서도 네트워킹에도 적극적이고, 커뮤니티 운영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거나, 세미나를 조직하거나, 금요일의 학생자율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거나 그렇게 하면서 관계들을 쌓아나가는 것 같았지만, 나는 한국의 현생도 바빠서 그냥 수업을 참여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게 한계였다. 그래서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탈성장 석사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킹이지만, 그 장점을 나는 별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2년을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친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도 얼굴 한 번 봤다는 것 하나, 같은 소속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 하나가 가져다주는 소속감과 친밀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2023년 여름에, 나도 탈성장 석사과정을 간 게 내 연구를 확장시키고 싶어서였으니 탈성장 컨퍼런스에 초록을 제출하고 가서 발표를 했다. 발표 자체는 호응이 매우 좋았다. 신선한 관점, 새로운 관점이라 좋았다는 반응들을 받았다. 탈성장 석사과정의 친구들 중에 여기 참여한 사람이 정말 많았고, 온라인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을 만날 수 있었다. 탈성장 석사과정의 친구들 중 몇 명은 우리 탈성장 석사과정 네트워킹 모임을 조직해서 만들어주었고, 덕분에 같이 식사도 하고 좀더 알아가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탈성장 컨퍼런스에서는 국제 탈성장 네트워크(International Degrowth Network)와 연결된 각종 주제별 모임과 지역별 모임을 조직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나도 그 시간에 참여해서 연구 모임(Research Circle)과 남반구 모임(Global South Circle) 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흘러흘러 지금은 두 모임은 활동을 안하고 새로 만들어진 아시아 모임(Asia Circle)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제 탈성장 네트워크의 여러 모임이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에 같이 탈성장 석사과정을 다녔던 사람들이 여럿 있는 걸 보고 뭔가 친근감과 소속감을 느꼈다. 개별적으로 친분이 없어도 일단 아는 사이라는 게 가져다주는 효과라고 해야 하나. 뭔가 모르게 의사소통에도 벽이 하나 허물어진 채로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이제 남은 건 숙제를 하나도 못 내서 통과를 못한 한 과목을 재수강하는 것과 논문을 쓰는 것. 정식 등록 말고 Adapted enrollment 라고 해서 추가등록 같은 시스템이 있는데 그 과정을 진행하는 중. 논문도 잘 써야지.
#Degrowth Online M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