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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청년센터 오랑 독서모임 복기

<천 개의 파랑>

by 도냥이

일시: 2024. 6. 8. 토요일 14:00

장소: 서울 강서구 청년센터 강서 오랑

참석: 5명(K, A, J, P, L)

작가 및 선정책: 천선란 <천 개의 파랑>

발제자 : L


1. 인상 깊거나 매력적으로 느낀 인물은 누구인가요?

두 명입니다. 한 명은 엄밀히 말하면 인물이 아닙니다. 작중 로봇인 콜리입니다. 호기심을 가진 로봇인 콜리는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리움이나 외로움이 뭔지 말이죠. 이런 감정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콜리를 꼽았습니다.


지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작중에서는 싹수없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 일머리도 있습니다. 특히나 친구인 은혜가 사과를 했을 때 받아주는 배포도 있고요. 이런 여러 장점들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남성 캐릭터들 중에 입체적인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게 그 점이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소방관이나 경마장 사장 같은 인물들은 선하거나 악하거나 하는 등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좀 더 입체적인 남자 캐릭터가 있었다면 글이 좀 더 풍부해지지 않았았을까 싶습니다.


2. 장애인을 위해 평소 불편하다 여긴 것이 있나요?

예전에 지하철에서 역무원으로 6개월 동안 근무했습니다. 이때 E/V가 고장이 나서 신고를 받고 갔는데 E/V 옆에 장애인분이 휠체어를 타고 서게시는 모습을 봤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군가에게 E/V가 어딘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이런 일이 있을 때 계단으로 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겐 이런 길이 절벽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을 많이 겪었는지 담담하던 장애인 분의 모습이 인상 깊기도 했고요.


일반 사람에게 출근길이란 평소에 고민의 대상이 되진 않습니다. 가기 싫다거나 가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할 순 있겠지만 출근길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반면 장애인들에게는 언제라도 출근을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프라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3.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끊임없이 세상과 부딪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경험한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 349p를 보면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 나 자신은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시속 60km로 가는 중입니다. 적당한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지금 딱 좋네요. 일이 바쁘거나 여유가 없어지면 보통 나에게 질문하는 일보다는 외부에 질문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에게 스스로 어떻지란 질문을 많이 하게 되어서 좋습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외부 3 내부 7 정도 되는 것 같아요.


5. 인상 깊은 문장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소설을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아래 같은 문장들이 가슴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연재와는 우애가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자매 관계였다. 절친한 친구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타인은 아닌 수준. 같은 반이어어서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알지만 서로의 성향이나 관심사는 잘 모르는 1분 단과 4 분단 거리라고 말하면 적당할 것 같았다.


물에 닿으면 전부 용해되어 사라질까 봐 닦지도 못한 소방복이 그날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채 잘 개어져 있었다.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서로에게 스며든 소음이 서로의 시간을 맞춰줄 거였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도록 말이다.


6. 천 개의 파랑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J 추가질문)

사전으로 보면 파랑이라는 뜻이 두 개가 나옵니다. 하나는 색을 뜻하는 파랑이 있고 또 하나는 파도를 뜻하는 파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는 파랑은 전자의 뜻으로 써였지만 작가는 후자의 뜻을 염두에 뒀다고 생각합니다.


천 개의 파도, 파도가 천 번을 치지만 모두 모습이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파랑이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여러 사랑 모습이 등장합니다. 콜리가 말인 투데이를 사랑하는 것. 지수가 친구인 연재라는 사랑하는 것 등 말이죠.


이처럼 분명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작가는 이렇게 뭉뚱 그러져 있는 단어를 구체화시켜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하 작가도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짜증 난다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 짜증이라는 표현에 화나 당혹감, 놀람 같은 모든 단어들을 뭉뚱그리니까요. 이런 면에서 천선란 작가는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야기 형태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사랑의 모습은 이렇게 다양하구나를 느끼게 해 줬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직위들은 작가에 의하여 모두 임의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림 출처 : Ai Copi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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