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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Jun 13. 2023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

아래와 같이 준엄하게 브런치에 나흘에 한 번 글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대중 앞에 선포했지만 목표를 반도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이 첫 실패는 아니다. 약 한 달 전 갔던 HJ와 제주도 여행 중에도 업로드를 하지 못했다.   

   

여행 가서 핸드폰으로 써서 올리려 했지만 몸이 힘들고 공간도 달라지니 쓰기가 싫었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어기고 집으로 돌아온 후 사흘쯤 지나고 글을 올렸다. 이 흐름을 다시 타서 다시 4일 1번이라는 패턴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또 실패하고 말았다.     

 

직접적인 이유는 게임 때문이었다. 최근 종합 게임사이트인 스팀에 있는 <아스트라:리비전>이라는 게임에 꽂혔다. 스팀엔 그동안 한 게임시간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일주일 채 되지 않았는데, 무려 49.6시간이 떠있다. 일주일에 매일 거의 일곱 시간씩 한 셈이다. 실제로 퇴근하고 난 후와 쉴 때는 거의 이 게임만 하면서 보냈다.     


이렇게 회사 가는 시간을 빼놓고 게임에 몰두하니 글쓰기 루틴이 깨졌고, 결국 글쓰기 데드라인을 다시 어기고 말았다. 사실 글쓰기 루틴만 깨진 게 아니다. 내 루틴을 짧게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밥을 먹은 후 동네 카페로 간다. 카페에선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고 삼십 분 정도 글을 쓴다. 그리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이게 내 주요 루틴이다. 그런데 게임하느라 카페에 가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운동도 안 했다. 이런 이유로 브런치에 200일 50편 쓰기 프로젝트도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내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는 게임 외에 간접적인 이유도 있다. 그건 내가 글 쓸 때 초심을 잃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게 본질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처음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다른 사람 반응에 눈치 안 보고 내가 쓰고 싶겠을 내 맘대로 쓰자고 마음먹었건만 어느새 조회수와 댓글들을 의식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번 의식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아닌 남이 원하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됐다. 이런 마음을 먹으니 곧 머리와 손이 무거워졌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억지로 쓰게 됐고 글 퀄리티가 떨어진 것 같다. 이런 떨어진 퀄리티를 의식한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악순환이었던 것 같다. 글의 주제도 내가 쓰고 싶은 것보단 조회수가 잘 나오는 글 위주로 쓰게 됐다.    

  

오히려 이렇게 일주일을 쉰 게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런 계기가 아니었다면 또 억지로 글을 발행하고 있었을 테니깐 말이다. 이번 계기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겠다. 반응이 잘 나오고 퀄리티 있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보단 쓴다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두고 써야겠다. 즉, 내가 쓰고 것을 써야겠다.    


다른 사람 반응에 연연하다간 좋아하는 취미인 글쓰기를 영영 잃어버릴 것 같다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따지고 보면 게임을 하게 된 것도 이런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내가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행위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이 돼버려 스트레스를 주니 이를 회피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곳으로 도망쳐버린 거다.     

 

정리해 보면, 루틴이 깨졌을 땐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사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걸 안 하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루틴은 깨진 거다. 이럴 때 내가 왜 이 루틴을 하게 됐고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느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이 루틴을 지속할 수 있고 이 행위가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나도 목표를 수정했다. 브런치 300일 50편이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다시 쓸 거다. 다시 시작하자. 도냥이 파이팅!


Image by Han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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