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축구에 녹아든다면, 우리는 그것을 ‘병수볼’이라고 부른다. 축구 철학가 김병수가 이끄는 강원 FC의 2019와 2020을 알아보자.
1. 2019시즌의 강원은 어땠나?
개막전을 패하며 불안한 시즌을 알렸지만, 김병수 감독에 전술에 녹아든 선수들은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내며 ACL 티켓을 노릴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다만,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조재완과 김지현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수비진이 부진을 겪으면서 막판 승점 쌓기에 실패한 강원은 6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막판, 미끄러진 것이 아쉬운 강원이었지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파이널 A에 도달한 것은 김병수 감독과 선수단이 이뤄낸 큰 성과임은 틀림없다.
K리그 흥행의 중심에 대구 FC가 있었다면, ‘축구 철학 신드롬’을 몰고 온 팀은 강원 FC였다. ‘볼 소유’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전제로 하는 이른바 ‘병수볼’은 K리그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핵심은 한국영과 신광훈이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알려졌던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은 안정적인 볼 소유와 빌드업을 기반으로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K리그 최상급 미드필더임을 증명해냈다. 신광훈은 수비 시에는 오른쪽 센터백에 위치하지만, 공격 상태로 전환될 때, 윙백으로 벌려 플레이하거나 중앙에서 빌드업 임무를 수행하며 한국영과 함께 볼 점유와 찬스 메이킹에 주요한 역할을 해냈다. 한국영과 신광훈은 강원 FC 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으며, 성공률은 각각 92%, 86%에 수렴한다. 결국, 두 선수의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성공적인 수행이 선수단 전원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왕성한 활동량을 뒷받침해줌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2. 2020시즌의 강원은?
강원은 지난 시즌, 56득점을 기록하며 전북, 울산에 이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58실점을 허용하며 3번째로 실점이 많은 팀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2020년의 우선적인 목표는 파이널 A이며, 더 나아가 ACL 티켓을 바라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는데 ‘빠른 공격’과 특히, ‘안정된 수비’를 강조한 것 역시, 헐거웠던 방패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강원 FC는 발렌티노스의 이탈을 대체하기 위해 베테랑 임채민, 이범수를 영입했다. 두 선수가 보여주는 수비에서의 확실함과 안정성은 강원의 장벽을 단단하게, 임채민의 제공권은 공수 높이에서의 차이를 만들어냄을 기대할 수 있다. ‘안정된 수비’를 위해 이범수, 임채민을 영입했다면, 영남대 제자들인 김승대와 고무열이 스승 김병수가 원하는 ‘빠른 축구’를 실현해낼 것이다.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재완과 김지현이 비시즌에 합류한 베테랑 김승대와 고무열과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 영건들의 발전과 베테랑의 부활을 이끌어낸다면 강원 FC의 칼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다.
강원의 겨울 이적시장 성적은 A+다.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 선수를 알차게 영입했으며, 지난 시즌 ‘병수볼’의 핵심이었던 한국영과 신광훈이 건재하고 기존 선수들이 잔류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처럼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멀티 능력을 요구하는 다차원 전술을 보여준 김병수 감독의 병수볼, 이제는 시즌 2다. 기존의 선수들과 합류한 선수들 간의 시너지가 발휘된다면 강원의 아시아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