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전달 능력의 본질적 가치(5장)

by Ehecatl

프롬프팅이 자동화될 수 없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프롬프트 작성도 결국 AI가 자동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럴듯한 추측이다. AI가 발전하면 인간이 대충 말해도 AI가 알아서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의도라는 것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의도는 근본적으로 주관적이고 맥락 의존적이다. 같은 말을 해도 말하는 사람의 상황, 목적, 제약조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은 마케팅 전략을 짜줘"라는 요청이 있다고 하자. 스타트업 창업자가 하는 말과 대기업 마케팅 임원이 하는 말은 같은 문장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도를 담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우 제한된 예산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반면 대기업 임원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 같은 요청이지만 배경, 자원, 목표, 제약조건이 모두 다르다.


맥락의 복잡성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맥락이 매우 복잡하다. 단순히 명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조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 업계 관행, 경쟁 상황, 규제 환경, 내부 정치 등 수많은 암묵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복잡한 맥락을 AI가 자동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 제조업체에서 "생산성 향상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AI에게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표면적으로는 간단한 요청 같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복잡한 맥락이 있을 수 있다. 노조와의 관계, 기존 설비의 상태, 품질 기준, 환경 규제, 작업자의 안전, 투자 가능한 예산, 경영진의 우선순위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들은 대부분 문서화되어 있지 않고, 조직 구성원들의 경험과 이해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암묵적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창발적 니즈의 특성

비즈니스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니즈가 끊임없이 생겨난다. 시장 변화, 고객 요구의 변화, 기술 발전, 경쟁 상황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창발적 니즈는 미리 패턴화하거나 학습시키기 어렵다.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갑자기 "비대면 업무 환경을 구축해달라", "온라인 고객 접점을 늘려달라",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달라" 같은 요청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요청들은 기존 데이터에는 거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니즈였다.


AI는 기존 패턴을 학습해서 비슷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잘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서 창발적으로 나타나는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간이 새로운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AI가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해주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불완전한 사용자 의도를 구체화하는 능력

실제로 사람들이 AI에게 요청하는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 불완전하고 애매하다. "뭔가 좋은 걸로 해줘", "더 나은 방법을 찾아줘", "문제를 해결해줘" 같은 추상적인 요청들이 많다. 이런 애매한 요청을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지시사항으로 변환하는 것이 의도 전달 능력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매출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하자. 이를 AI가 처리할 수 있으려면 다음과 같은 구체화가 필요하다. 어떤 제품/서비스의 매출인지, 목표 증가율은 어느 정도인지, 사용 가능한 예산은 얼마인지,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어떤 방법은 사용할 수 있고 어떤 방법은 안 되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구체화 과정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자신도 명확히 모르고 있던 자신의 의도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거였구나"라는 깨달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기계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애매한 목표를 실행 가능한 지시로 변환

비즈니스에서 제시되는 목표들은 대부분 추상적이다. "고객 만족도 향상", "브랜드 이미지 개선", "조직 문화 혁신" 같은 목표들이 그렇다. 이런 추상적 목표를 AI가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변환하는 것은 복잡한 사고 과정을 요구한다.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는 목표를 예로 들어보자. 이를 실행 가능한 지시로 변환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현재 고객 만족도 수준 파악, 불만족 요인 분석, 개선 가능한 영역 식별, 각 영역별 구체적 개선 방안 도출, 실행 우선순위 결정, 성과 측정 방법 정의 등이다.


이 과정에서는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고객 심리에 대한 이해, 조직 역량에 대한 평가,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것이다.


복잡한 제약조건의 체계화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수많은 제약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산, 시간, 인력, 기술, 법규, 윤리, 조직 정치, 시장 상황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제약조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한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하자. 겉보기에는 간단한 요청이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제약조건들이 있을 수 있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개발 인력과 시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일관성, 보안 요구사항, 성능상의 제약, 유지보수의 용이성, 향후 확장성 등이다.


이런 제약조건들은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보안을 강화하면 사용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고, 기능을 추가하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런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이해하고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판단 영역이다.


상황 맥락에 따른 동적 조정

의도 전달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요청 내용을 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초기 요청과 AI의 응답을 보면서 방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요구사항을 업데이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마케팅 캠페인 기획을 AI에게 요청했는데, 초기 결과를 보니 타겟 고객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이때는 고객 페르소나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추가하고, 그에 맞게 캠페인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이런 동적 조정 과정에서는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며,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도메인 전문성과의 결합

효과적인 의도 전달을 위해서는 해당 업무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특정 업무의 미묘한 요구사항이나 업계 관습을 자동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런 도메인 전문성은 오랜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의료진이 AI에게 진단 보조를 요청할 때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이 환자를 진단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력, 현재 증상, 검사 결과, 복용 중인 약물, 알레르기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제공해야 한다. 또한 어떤 질환을 중점적으로 감별해야 하는지, 어떤 검사 결과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등도 명시해야 한다.


이런 요청을 제대로 작성하려면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이 필수적이다. AI 도구 사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AI 활용 능력이 결합되어야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와의 연결

의도 전달 능력은 창의적 사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AI에게 요청하려면, 먼저 인간이 그 아이디어의 방향성과 제약조건을 창의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광고 캠페인을 예로 들어보자. "참신한 광고 아이디어를 제안해달라"는 막연한 요청으로는 AI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 대신 "Z세대를 타겟으로 하되 기존의 화려한 비주얼보다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는 형태의 광고 컨셉"처럼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방향성 설정 자체가 창의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AI는 주어진 방향 안에서 다양한 옵션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방향 자체를 창의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윤리적 판단의 필요성

AI 활용에서는 윤리적 고려사항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활용할 것인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AI에게 "좋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때, 어떤 기준으로 '좋은' 후보자를 판단할 것인지, 어떤 편향을 피해야 하는지,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이런 윤리적 판단은 법적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기업 문화, 장기적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복합적 사고를 요구한다. AI는 주어진 기준에 따라 계산할 수 있지만, 그 기준 자체를 설정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과 인간관계의 고려

비즈니스에서는 논리적 계산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감정적, 관계적 요소들이 많다. 팀원들의 사기, 고객의 감정, 파트너사와의 관계, 브랜드 이미지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AI에게 전달하려면 상당한 맥락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때, 단순히 수치상의 효율성만 고려할 수는 없다. 직원들의 동요,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 대외 이미지,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복합적 상황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고도의 소통 능력을 요구한다.


실시간 상호작용의 중요성

효과적인 의도 전달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이다. AI의 결과를 보고 피드백을 주고, 방향을 조정하며, 점진적으로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이런 상호작용에서는 AI의 응답을 정확히 해석하고, 다음 단계의 요청을 적절히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AI에게 시장 분석을 요청했다고 하자. 첫 번째 결과를 보니 데이터는 충분하지만 고객사가 관심 있어 할 인사이트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면 두 번째 요청에서는 "고객사의 전략적 고민인 A와 B 문제에 특히 초점을 맞춰서 분석해달라"고 구체화해야 한다.


이런 상호작용 과정에서는 AI의 강점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요청 방식을 조정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능력이다.


조직적 맥락의 이해

기업 환경에서는 개인의 의도뿐만 아니라 조직의 목표와 제약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업무라도 조직의 현재 상황, 전략적 우선순위, 가용 자원, 조직 문화 등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AI에게 요청할 때, 개인적으로는 혁신적인 기능을 선호할 수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조직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AI 요청에 반영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의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


미래 변화에 대한 적응성

의도 전달 능력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미래 변화에 대한 적응성이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도구들이 등장함에 따라 의도 전달 방식도 계속 진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 핵심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AI 도구가 나올 때마다 그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파악하며, 효과적인 활용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계속 개발하는 것이다.


본질적 가치의 지속성

결국 의도 전달 능력이 본질적 가치를 갖는 이유는 의도 자체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의도를 완전히 자동으로 파악하고 실현하기는 어렵다. 의도는 개인의 경험, 가치관, 목표, 상황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 전달 능력은 AI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서 지속적인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기른 사람들이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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