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만 나열하는 나의 나쁜 버릇, 그리고 AI라는 거울

by Ehecatl

나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다.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버릇인데, 내가 생각하는 단어들을 그저 나열만 할 뿐 논리적으로 배열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버릇이 생겼을까? AI에 단어 몇 개만 던져주어도 내 의도에 맞게 문장을 너무나 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의도가 맞지 않아 다시 써야 할 때도 있었지만, 직접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무척이나 편리했다. 특히 짧은 글은 정말 손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우리는 왜 글쓰기를 싫어할까? 사람이 글을 쓰는 작업은 다양한 문법과 흐름, 뉘앙스, 그리고 사회적 기호와 규범을 모두 망라한 고도의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스트레스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나의 나쁜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예시>

"마침 오늘 주말에 어떠한 특이 사항이 없어서 토요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버텼다. 아침 커피, 소금 한 꼬집, 물 2리터, 잠, 독서. 깊은 집중은 못 했고 유튜브 보고 집중 못 하고 힘듦. 하지만 단식 효과 너무 좋다. 40시간째 자가포식."


이런 단어들만 던져주어도 AI는 너무나도 멋진 문장을 만들어준다. 지금 적고 있는 이 글은 AI를 쓰지 않고 스스로 입력한 글이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부끄럽게도 이런 투박한 글이 나조차 더 쉽게 읽히곤 한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명확한 주제가 없어서 글이 더 이어지지 못하고 난잡해지는 것은 분명 나의 실력 문제다. 이럴 때는 분명 AI가 나보다 나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습관에 대해 두 가지 주제로 다시 나누어 고민해 보려 한다.


1. 지금의 습관이 가져올 문제, 그리고 이대로 괜찮은가?

단어만 나열하는 방식의 장점은 아이디어를 좀 더 과감하게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아이디어의 논리 정연함을 중시하느라 '이게 반드시 맞을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닐까?',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겠지' 같은 고민에 빠져 나만의 공상으로 남겨두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단어들을 나열해 놓은 다음 AI를 통해 이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방금 조금 혼동한 부분이 있는데, 글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와 사업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섞였다. 우리가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주로 사업적 맥락에서 쓰다 보니 나 스스로도 단어의 오류를 범한 것 같다.)

지금처럼 내 생각이 오류화되어 있거나 막연하게 추상적일 때 AI는 이를 다시 검증한다. 학습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정확하게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파악하겠지만, 나는 그 정도의 학습을 한 사람이 아니라서 이마저도 AI에게 물어보고는 했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단어를 나열하고 AI에게 재배열시키는 습관은 현재 상황에서 결코 좋은 습관이라 볼 수 없다. 앞서 장점을 이야기했지만, 단점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인 나에게만 장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습관의 단점은 하나의 흐름을 쫓지 못하고 휘발성이 강하며 쉽게 파훼된다는 점이다. 또한 AI의 해석을 거치며 나의 생각이 변질되기 쉬우므로, 반드시 나의 생각을 먼저 고정해 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까와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하자.


"마침 오늘 주말에 어떠한 특이 사항이 없어서 토요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버텼다. 아침 커피, 소금 한 꼬집, 물 2리터, 잠, 독서. 깊은 집중은 못 했고 유튜브 보고 집중 못 하고 힘듦. 하지만 단식 효과 너무 좋다. 40시간째 자가포식."


나는 여기서 단식의 생물학적 효과보다 단식을 통해 얻은 마음의 평안과 감정의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위 단어들 내에 이를 표현할 충분한 내용이 없었음은 차치하더라도, AI는 아마 이 글을 보고 단식의 유효성이나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쓸 것이다. 이처럼 나의 의도와는 다른 글이 작성될 수 있기에 초기 작업이 중요하다.


이에 나는 최소한의 '생각 고정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가. 아이디어는 반드시 먼저 따로 초안을 적도록 한다.

나. 가능하면 마인드맵 형식으로 하위 개념을 상정하여 준비하도록 한다.

다. 초반에 작성한 의도와 맞지 않으면 방향을 다시 고정하고, 가능한 한 내가 직접 초안을 많이 써보도록 한다.


2. 비약적으로 발전할 미래, 그리고 인간의 자아

미래에는 나처럼 단어만 던져도 AI가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꿔주는 일이 당연해질 것이다. 이런 습관에 대해 비약적인 상상을 해보면, 결국 사람은 뇌에서 단어를 생성하고 그 단어를 바로 입이나 손으로 현출하게 된다. 먼 미래 혹은 근미래에 뇌에서 단어를 직접 읽어내는 기술이 도입되고 AI가 이를 수신한다면, 우리 인류는 과연 얼마만큼 스스로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을까?


과연 '생각'이라는 구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본인의 자아는 어떻게 구분될지, 스스로의 입력과 출력이 어떻게 달라질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까?


현재 AI가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재가공한 지적 결과물은 모두 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생각의 범위 역시 모두 내 것이고, 그 범위를 정하는 원동력은 '호기심'일 것이다. 결국 미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호기심'이 되겠고,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보에만 접근하게 하는 '통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뇌 신호를 읽어 기계와 연결하는 것은 인류의 거대한 도전 과제이며, 마치 '신의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 뇌의 부드러운 조직과 기계의 딱딱한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만 한번 고민해보고자 한다.

만약 뇌와 기계가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입을 열어 말할 수도 있지만, 뇌의 신호가 기계 화면에 문장으로 즉시 출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생각은 더 부드럽고 멋진 문장으로 다듬어질 것이며, 우리는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진심을 오해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인간 사이의 더 깊고 좋은 교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기술이 단순히 이런 '출력의 보완' 정도로만 쓰일까?

우리가 뇌와 하드웨어를 연결하고, 이를 다시 AI에 연결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일까?

방금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진화의 단계를 감히 예측하기란 어렵고, 답을 내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방금 전까지 나는 AI를 단순히 내 생각을 출력하는 보완재 정도로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인식을 전환하여 AI를 내 뇌에 정보를 집어넣는 '입력의 보완재'로 사용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때의 나는 과연 어디까지 존재를 확장할 수 있을까? 내 인식이 확장되어 AI와 함께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결국 나의 의식이 전 세계 모든 이들과 연결되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내 뇌와 하드웨어의 연결은 단순한 도구의 발명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정의를 바꾸는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너무나 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한 번쯤은 우리 모두가 깊이 사유해 보아야 할 지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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