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 천국의, 시네마 천국에 위한, 시네마 천국을 의한 전시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처음 전시명을 접했을 땐 ‘영화인을 위한 다양한 영화 장면 전시인가?’, ‘이머시브는 뭐지?’ 등의 의문이 생겼다. 알아보니 시네마 천국은 1990년도에 개봉했던 이탈리아 고전 명작 영화 이름이었다. 또한 이머시브(immersive)는 ‘에워싸는 듯한’이라는 뜻의 영어로 전시와 연결 짓자면 관객 몰입형 전시를 의미한다. 그렇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영화 시네마 천국에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아직 영화가 낯선 나도 전시에 몰두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을 가지고 전시장을 향했다.
전시는 크게 3 구역(아날로그, 아날로그&디지털, 디지털)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구역은 영화 시네마 천국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시작으로 쥬세페 감독과 엔니오 음악 감독의 작업 현장을 엿볼 수 있다. 토토와 알프레도를 이어주는 영사실과 다량의 필름. 따뜻하게 느낌으로 꾸려진 공간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를 살아본 적 없음에도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진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알프레도-‘. 영화 속 대사가 영사실 벽면 한쪽을 밝게 비춘다. 어린아이가 지닌 뜨거운 열정이 오래도록 지속됐으면 하는 어른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한마디라 우두커니 대사를 쳐다봤다. 일에 대한 열정보다는 팍팍한 현실에 집중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내가 떠올라 슬펐다.
전시는 계속해서 영화 속으로 관객이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시칠리아 세트장을 일부 구현한 구역과 당시 실제 입고 사용한 의상과 소품들이 이어진다. 또한 배경뿐만 아니라 감정도 관객이 함께 동화되도록 한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우정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 벽면을 가득 메우는 두 사람의 만남, 타오름, 이별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정에 빠져든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연극이 끝나기 직전이다. 어두운 방의 한 벽면에 ‘세상 모든 토토에게 보내는 편지’가 흘러나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말라는 당부의 이야기. 전시를 끝까지 본 끝에 내게도 알프레도가 생긴 것인가 생각했다. 편지가 나온 뒤에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처럼 영화관에 혼자 앉아 울고 있는 중년의 토토가 나온다. 영화는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보고 있었다면, 전시는 토토의 과거 기억이 차례대로 흘러나온다. 토토에게 영화란, 단순한 과거를 기억하는 행위가 아닌 노스탤지어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영화의 의미가 잘 표현된 전시 구역이라 느껴졌다.
또한 전시 내내 엔니오 음악감독의 음악이 감미롭게 흘러나오고 있어 한 층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시 안에는 엔니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악 감상실도 마련돼 있었다. 앞뒤에 배치된 스피커를 보며, 관객 몰입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고 싶었다. 그야말로 이번 전시회는 '오롯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경험이었다.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영화 시네마 천국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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