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경계 너머에서 – 복지와 국경, 그리고 정체성

6-1.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 정체성의 경계에서 복지를 묻다

by Eunhye Grace Lee

어느 날, 동료 복지사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씨는 한국사람인데, 일본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그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내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과 같았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에서 공부했고, 이제는 일본의 복지제도 속에서 고령자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이제 나의 일상은 일본어로 이루어지고, 내가 만나는 어르신들의 삶은 일본의 전후사와 경제성장의 흐름 위에 있다.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외국인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나는 ‘일본의 복지를 실천하는 한국인’인가,아니면 ‘국적을 넘어 사람을 돕는 실천가’인가?


사회복지는 ‘현장’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그 현장은 제도와 행정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한 사람’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복지사라는 존재는 정책의 이해자이자, 생활세계의 동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이 일을 하게 되면, 정체성의 층위는 한결 더 복잡해진다. 나는 행정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도를 설명하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억지로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어르신들과의 대화에서 벽을 허물게 만든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기에 더 천천히 말을 건네고, 더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인다. 그 태도는 ‘누군가에게는 낯선 존재’라는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지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자에 대한 감각’이기도 하다.


타자를 대할 때, 자신이 ‘다수자’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들기 쉽다. 그러나 내가 항상 ‘이방인’의 자리에서 이용자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내게 경계와 겸손을 가르쳐 주었다.


때때로 일본인 동료들조차 무심코 내게 “외국인은 이런 점이 다르죠”라며 일반화된 문장을 꺼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조용히 웃는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되묻는다.
‘나는 정말 그 일반 속에 속하는가?’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사회복지사는 어디에 속하느냐보다, 누구의 곁에 서느냐가 더 중요한 직업이다. 경계는 언제나 존재한다. 국경이라는 물리적 경계, 언어와 문화의 경계, 제도의 구조와 실천의 기대치 사이의 경계. 그리고 그 모든 경계 위에서 우리는 늘 고민한다.

‘나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복지사로서의 나, 외국인으로서의 나, 여성으로서의 나, 그리고 그냥 한 인간으로서의 나. 이 각각의 정체성이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나는 점점 더 복잡한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 복잡성은 내 실천을 깊게 만든다. 나는 어르신들과 이야기할 때 한 걸음 늦게 반응한다. 내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 신중함은 때로는 느리지만, 의외로 많은 신뢰를 쌓는다.


정체성의 혼종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하게 얽힌 삶의 조각들이 복지의 다층성을 이해하게 만든다. ‘표준적 삶’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매일의 실천이 가르쳐준다.


나는 더 이상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불안하게 되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 말은 국적도, 언어도, 제도도 모두 초월하지 않지만 그것들 너머에 존재하는 ‘관계’라는 실천의 본질에 나를 정박시켜 준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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