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삶을 다시 써내려간 기록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사나 직업의 변화가 아니다. 익숙했던 언어, 문화, 인간관계를 뒤로하고 전혀 다른 삶의 조건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때로는 내 존재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다.
내가 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된 것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엔 언어도 완벽하지 않았고, 문화적 배경도 달랐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가’ 하는 불안감이 항상 마음 한켠에 있었다.
1. 문화 충격 – 예상은 했지만 준비되지 않았던 순간들
일본의 일상 속에서는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수많은 장면들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같은 아시아권이라고는 하지만, 복지 시스템부터 일하는 방식, 인간관계의 거리감,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예를 들어 회의 중 침묵이 흐를 때, 나는 그 침묵이 불편했지만, 일본에서는 그 침묵조차도 ‘배려’와 ‘숙고’의 시간으로 여겨졌다. 그 침묵을 이겨내기까지, 나는 내 안의 조급함과 싸워야 했다. 작은 차이들이 쌓여 처음 몇 개월은 마치 내가 ‘틀린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2. 적응 – 타인의 방식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배운 것은, 모든 걸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적응의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일본 사람들의 조심스러움 뒤에 있는 진심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나 역시 나의 방식대로 진심을 전했다.
서툴지만 정직한 언어, 부족하지만 진심이 담긴 태도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내게 일본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익혀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 그대로 살아가면서 배우는 곳이 되었다.
3. 성장 – 낯섦이 나를 다시 쓰게 하다
지금 나는 일본 오사카의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고령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예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문화 충격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낯선 감정 덕분에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적응은 나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성장은, 내가 만들어내는 삶의 새로운 챕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