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의 오디오북 이야기
모든 것들이 연결될수록 책을 읽는 독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수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내용에 집중하면서 텍스트를 읽어야하기 때문에 웬만한 노력 없이는 쉽지 않다. 책이 팔리지 않고 독자수가 감소하면서 출판업계는 침체기에 빠져 있다. 오디오북은 이런 출판 환경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오디오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자책 시장의 초기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오디오북 시장이 8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가 18세 이상의 미국 오디오북 청취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간 청취한 오디오북의 평균수가 2019년 6.8권에서 2020년 8.1권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APA, “2020 Consumer Survey and 2019 Sales Survey”, June 18, 2020) 또한 미국 오디오출판협회(APA)에서 발표한 2020년 오디오북 매출(13억 달러)은 미국 출판협회(AAP)에서 발표한 전자책 매출(11억 달러)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제는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오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 많은 사업자들이 오디오북 서비스를 오픈했다. 2019년에는 글로벌 오디오북 서비스업체인 스토리텔(Storytel)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었다. 2020년에는 오디오북 관련 서비스와 기술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갔으며, 출판 시장에서 오디오북의 활용 가치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전략 및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시장 확장을 꾀하며 오디오북 매출 규모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종이책과 동일하거나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전문 오디오북 내레이터를 캐스팅하고, 녹음실을 대여해 녹음해서, 오디오 엔지니어가 음향 및 편집 작업을 한 뒤에 검수해야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자책보다 훨씬 높은 제작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보니 오디오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높은 가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고객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제작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정부와 기관에서는 오디오북 제작 지원센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오디오북 내레이터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음성합성 기술을 보다 더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개발해 나가고 있으며, 오디오북 제작 플랫폼을 제공해서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오디오북 제작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둘째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초기에는 오디오북을 단권으로 판매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디오북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분야와 융합하며 오디오북 시장을 수평적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전 세계의 주요 오디오북 사업자들은 주로 구독 서비스 형태로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있다. 각 사업자별로 보유중인 오디오북 종수와 구독료를 분석해 보니 보유 종수에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월별 구독료는 대부분 10~15달러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었으며,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전자책이나 다른 디지털콘텐츠까지 포함한 형태로 구독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의 오디오북 서비스 역시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초기에는 오디오북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지만,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월정액 서비스 형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오디오북만 이용할 수 있는 월 구독료는 대부분 1만 원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으며, 다른 콘텐츠까지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별도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 참여형 오디오북 콘텐츠 확장 서비스도 등장했다. 밀리의서재가 지난 2021년 1월 내만오(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오디오북 도서 대상으로 사용자가 직접 만든 오디오북을 등록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재생할 경우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시각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고, 유튜브(YouTube)나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의 소셜 미디어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오디오 서비스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 가운데 오디오북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확보를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침체되어 있는 출판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오디오북 시장의 방향과 전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교적 짧은 길이의 완독형 오디오북 콘텐트가 증가할 것이다.
오디오북의 가장 큰 특징이 음성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따라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상황은 출퇴근 시의 자투리 시간이나 조깅, 산책, 운동 등과 같이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효과적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다. AAP의 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 구매자의 43%가 1~3시간 길이의 오디오북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따라서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오디오북으로 만드는 것은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둘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더 집중할 것이다.
오디오북 시장 역시 월정액 서비스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독자가 이탈하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풍부한 콘텐츠나 품질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오디오북 콘텐츠는 특정 서비스 사업자에게만 독점으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기간의 독점을 추진하거나 자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오디오북 제작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사용자가 다양한 버전으로 오디오북을 등록할 수 있는 환경들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지능형 사물인터넷(IoT)과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오디오북 이용 채널이 확장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은 오디오북을 가장 많이 듣는 장소가 되었다. AAP의 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 이용자의 60%가 AI스피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AI스피커 소유자의 46%가 오디오북을 들었다고 한다. 음성인식을 통해 손쉽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사물들은 계속 증가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보다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사물들(TV, 냉장고, 전등, 거울 책상 등)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등과 결합하면서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넷째, 오디오 관련 산업들과 융합하며 수평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오디오북은 다양한 내용과 스토리가 들어있는 책의 내용을 전문 오디오북 내레이터가 읽어주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들어도 좋고, 혹은 다른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와 융합할 수도 있다. 2021년 9월 KT의 자회사인 지니뮤직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되었다. KT는 음악과 전자책, 오디오북을 결합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11월에는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미국의 오디오북 회사인 파인드어웨이(Findaway) 인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이러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섯째, 유형별 교차 이용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독서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오디오북은 시각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반대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보다가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한 오디오북은 종이책이나 전자책과는 다른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윌라가 오디오북 이용자의 독서습관 파악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디오북 이용 이후 이용자들의 독서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스포츠서울, “윌라 오디오북, 독서량 증가 효과 봤다...”이용자 독서량 월평균 4.4권“”, 2021.10) 특히 오디오북은 신기술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한다. AAP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을 자주 듣는 사람의 57%가 45세 미만이라고 하며 계속 증가추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북은 책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새로운 독자 확보에도 매우 용이하며,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체제가 아닌 전체 출판 시장을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어휘력 증가와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혹은 분석력을 향상사키기 위해서 등 매우 다양한 필요에 의해 책을 읽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누군가의 관점이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의 형태가 기술, 문화, 세대 등의 다양한 환경 요인들과 만나면서 변화되고 있다. 특히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오디오북은 매우 자연스럽게 독서의 다른 형태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오디오북이 가지는 매력과 가치 활용을 통해 독서 인구가 늘고 출판이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