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의 오디오북 이야기
지난 9월 지니뮤직(Genie Music)이 464억 원에 지분 38.6%를 확보하며 전자책 구독서비스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는 밀리의서재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2022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예정인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등 콘텐츠의 다각화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도서 대상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오디오북을 등록할 수 있고 청취 수에 따라 수익도 받을 수 있는 내만오(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비대면 환경으로 독서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콘텐츠(전자책, 오디오북 등)의 이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미국출판사협회(AAP)에서 발표한 전자책 매출(11억 달러) 보다 미국오디오북출판협회(APA)에서 발표한 오디오북 매출(13억 달러)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 아마존의 오더블(Audible)이 킨들(Kindle) 점유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오디오북 매출과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밀리의서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을 한 번이라도 들은 회원 비중이 2019년 대비 2021년 1.8배 증가했으며, 전체 구독 회원 가운데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회원 비중도 2020년 20%에서 올해 상반기 28%로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밀리의서재는 최근 매달 1,000여권 이상의 오디오북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오디오북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비대면 문화의 영향, 스마트폰, AI스피커, 무선이어폰 등의 빠른 대중화,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 등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켜나가고 있다. 오디오북 이용자가 늘고 활용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대규모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오디오북이 독서 이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교육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온라인으로 원격교육을 진행하거나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blended)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으로 교육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홈스쿨링(Home Schooling)이 주목받고 있다. KT와 아이스크림에듀가 협업해 ‘KT홈스쿨☓AI홈런’을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청담러닝과 함께 영어교육을 위한 ‘U+아이들나라 4.0’을 출시했으며, 교원그룹은 ‘REDPEN 유아 한글’을 출시하는 등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홈스쿨링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주로 스마트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오디오북이 중요한 교육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존의 오더블도 어린이용 오디오북 다수를 6개 언어(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이탈리아어)로 무료 공개했다. (Catalin Cimpanu, “Audible to provide free audiobooks for children & teens during COVID-19 pandemic”, ZDNet, March 19, 2020.)
정보를 전달하고 기억할 때 청각은 시각보다 빠르고 오래간다. 음성에는 감정이 실려 있기 때문에 눈으로 읽은 내용보다 4~5배 오래 지속되며 이해도 빠르다. 이처럼 인간은 그림→소리→텍스트 순으로 정보를 잘 기억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오디오북을 정보 습득과 교육 목적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시장에서 오디오북의 활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재는 종이책(혹은 전자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읽기에 불편한 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이 있다. 오디오북은 이처럼 학습 차이가 많이 나거나 난독증, 맹인, 시각장애 학생들을 돕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교사에게도 좋은 도구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오디오북을 학습도구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은호, “오디오북의 교육적 활용 방안 연구”, 한국전자출판학회, 전자출판연구, pp. 22-34, 2020.4)
특히 난독증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오디오북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노웰 중학교(Norwell Middel School) 에서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로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수업 시 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보고 듣게 하는 수업 방식을 통해서 독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학생들이 크게 회복됐다고 한다. (Mary Whitfill, "Audiobooks ar school's newest learning tool", Wicked Local, Apr 1, 2019) 또한 미국 도서관 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에게 오디오북을 사용하게 했을 때 유창함과 이해력이 향상됐고, 어휘력이 확장됐으며,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오디오북은 교육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청각 장애는 청력 손실이 심해서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데, 크게 유전적인 요인이나 출생 시의 원인 그리고 연령 증가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잘 들리지 않는 노인성 난청(presbycusis)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력이 저하되면 단순하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넘어서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회적 단절이나 고립 등을 겪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감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로 보청기를 통해 청각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표준 청력 테스트에서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시끄러운 환경에서 집중하기 어렵거나 사람의 말을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숨겨진 청력 손실(hidden hearing loss)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담겨 있는 오디오북을 듣게 함으로써 청력 향상과 정보 습득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생아 1,000명 중 약 1~2명 정도는 고도의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또한 출생 시 정상이더라도 성장하면서 난청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만 3~17세의 소아 청소년의 1.8%가 난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청각 장애는 언어적 자극이나 학습 경험 부족 등으로 지적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청각은 단순하게 소리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해석해야 하는데 오디오북은 뇌에서 소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영역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억양이나 여러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각 재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최근 인구 고령화와 함께 후천적 감각신경성 난청(sensorineural hearing loss,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로부터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까지의 신경 부위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 한다.)인 노인성 난청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75세 이상 노인의 1/3이 청력을 상실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인성 난청은 뇌 기능 퇴화와 함께 치매 발병율을 높이고 우울증까지도 유발시키기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의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 중 알츠하이머가 두 번째로 많은 질병으로 나타났다.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저하,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판단력 및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취미활동과 소일거리를 지속하며 운동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사고력 향상이나 문제 해결 및 판단력 증진을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좋은데 백내장 등 시력 문제가 있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오디오북을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1,5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황원경, 손광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반려가구 현황과 노령견 양옥실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1.3)에 따르면 2020년 말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반려견 가구가 80.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반려묘 가구가 25.7%를 차지했다.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하루 평균 시간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문화 확산과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2018년의 6시간 3분보다 23분 감소한 5시간 40분으로 나타났다. 집을 비울 때에는 반려동물을 위해서 TV나 조명 켜놓기, 자동 먹이공급 장치 이용, 냉/난방 시설 가동, CCTV 설치, IoT 시스템이 구비된 전자제품 등을 이용한다고 한다.
반려견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외출 시에 AI스피커를 활용해 사람 목소리를 재생시켜 놓으면 진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은 개 행동 전문가인 시저 밀란(Cesar Millan)과 협력하여 사람의 목소리로 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8년 11월 호주 오더블은 애완동물 보호소인 ‘Sydney Dogs & Cats Home’과 파트너 체결을 맺고 ‘개를 위한 오더블(Audible for Dogs)’ 패키지를 출시했다. 반려견이 혼자 집에 있을 때에 주인의 목소리를 담은 오디오북을 들려주면 더욱 안정적이고 편안한 심리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이은호, “뉴미디어 시대에서 출판경쟁력을 재고하기 위한 거시정책”, 한중출판학술대회, 한국출판학회, 2019.6) 이 오디오북 서비스를 사용해 본 사용자의 약 76%가 자신의 애완동물이 더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처럼 오디오북은 반려동물의 불안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오디오북은 어학 습득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언어 능력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현지인과 대화를 통한 방법인데, 이를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오디오북이다. 현지인이 녹음된 오디오북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억양이나 발음도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반복 듣기를 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의 장점 때문에 어학 습득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나 시력이 약해진 노인과 같은 정보취약층 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목소리이다. 전문 내레이터가 녹음한 오디오북은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정보 습득 수단으로 활용될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불면증으로 잠을 잘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수면 효과를 제공할수도 있으며, 지역 사투리나 문화를 오디오북 형태로 기록해 놓을 수도 있다.
다양한 콘텐츠(음악, 팟캐스트 등)와 함께 오디오북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다양한 소비자에게 콘텐츠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출판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오디오북의 활용 가치는 매우 높다.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했던 비독자를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해 줄 뿐만 아니라 산업의 수평적 확장에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물인터넷의 확장 및 기술 발전과 더불어 음성인식 디바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감성적인 힘을 담고 있는 오디오북의 잠재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