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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Nov 15. 2021

오디오북 내레이터 양성을 위한 지원 정책

이은호의 오디오북 이야기

콘텐츠가 부족한 오디오북 시장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시장의 강세 속에서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오디오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외에도 트위터는 실시간 음성 채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Space)를 공개했고(2021.5), 스포티파이는 클럽하우스와 같은 음성기반 SNS 서비스인 그린룸(Greenroom)을 출시했으며(2021.6), 카카오 역시 음성 기반 SNS 서비스 음(mm)을 출시했다(2021.7). 

이처럼 오디오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오디오북 시장 역시 출판 산업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지니뮤직이 464억 원을 투자해 밀리의 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며 1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처럼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 오디오북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높은 제작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낭독자가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판매가 보장되는 검증된 도서 위주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디오북 한 편을 제작하는데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중에서 내레이터 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오디오북 평균 제작비용은 약 700만 원 정도이며, 종이책 비용까지 합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3925) 그렇다보니 출판사들은 오디오북 제작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보니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년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실비를 지원하고 ‘KPIPA 디지털북센터'(https://kaudiobook.or.kr/)를 통해 오디오북 제작 전용 스튜디오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오디오북 내레이터의 필요성과 능력

오디오북은 목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기, 호흡, 발음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성우의 역할이 크게 중시되고 있다.(※ 이은호, “오디오북의 교육적 활용 방안 연구”, 한국전자출판학회, 제14호, 2020) 따라서 전문 내레이터는 단순하게 책 내용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표현해서 청자가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오디오북 내레이터의 역할이다. 초창기의 오디오북 제작은 주로 배우, 가수,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 중심으로 진행됐거나 혹은 저자가 직접 녹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통해 고정적인 팬덤을 확보하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디오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성우나 전문 내레이터가 녹음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3년부터 국민의 진로선택을 지원하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활용하고자 신직업을 발굴해오고 있는데, 지난 2021년 3월 36개의 신직업을 수록하여 발간한 『2020 국내외 직업비교분석을 통한 신직업 연구』 보고서에 오디오북 내레이터가 포함되었다. 오디오북 내레이터는 소설 원고를 콘텐츠 내용에 맞춰 낭독하여 오디오북을 제작한다.(※ 한국고용정보원, “2020 국내외 직업 비교 분석을 통한 신직업 연구 (문화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2021) 이처럼 오디오북 내레이터는 목소리로 텍스트를 전달하기 때문에 오디오북을 내레이션 하려면 연습, 체력, 열정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디오북 내레이터에게는 다음과 같은 기술과 능력들이 필요하다.


해외 오디오북 내레이터 환경

해외에서는 2010년대부터 오디오북 산업이 연평균 두 자리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주로 대형 출판사들이 앞장서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으며 전문 오디오북 제작 업체나 스타트업들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북 콘텐츠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오디오출판협회(APA, Audio Publisher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7만 1천개 이상의 오디오북이 제작되었으며 이는 2019년보다 39% 증가한 수치이다.(※ Publishing Perspectives, Porter Anderson, “APA Cites 12-Percent 2020 US Audiobook Revenue Growth”, June 1, 2021)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가 18세 이상의 미국 오디오북 청취자들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청취되는 오디오북의 평균권수가 2018년 6.8권에서 2019년 8.1권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하면서 출판사들은 더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 그리고 책 속 내용과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내레이터를 찾고 있다. 성별, 연령, 장애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오디오북 내레이터가 새로운 직업군으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오디오북 내레이터를 위한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이 잘 구성되어 있으며, 제작사와 연결 플랫폼들이 잘 구축돼 있어서 다양한 오디오북이 제작되고 유통되고 있다.

펭귄랜덤하우스(PRH, Penguin Random House)는 보다 포괄적이고 투명한 캐스팅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는 글로벌 내레이터 오디션 플랫폼 에이햅(Ahab)을 오픈했다. 에이햅은 에이전트, 내레이터, 작가, 엔지니어, 프로듀서들을 연결시켜 모든 분야(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 팟캐스트, 비디오 게임 등)에서 적합한 성우를 찾고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에이햅은 67개국에서 온 9천명 이상의 성우가 등록되어 있다.(※ PW, John Maher, “PRH Audio Debuts Voiceover Casting Platform, Ahab”, Mar 04, 2021) 특히 에이햅으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해 캐스팅된 분야를 살펴보면 소설, 논픽션, 아동,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기차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오더블의 ACX(Audible Creative Exchange) 역시 저자, 출판사, 내레이터, 에이전트를 연결해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한 마켓플레이스를 2011년부터 시작했다. 오픈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만 이용이 가능했지만 2017년부터는 캐나다와 아일랜드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ACX를 통해 제작된 오디오북은 오더블, 아마존, 애플 북스를 통해 판매되며 내레이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옵션으로 비용을 제공받을 수 있다.

2004년에 설립된 파인드어웨이(Findaway)는 주로 영미권 오디오북을 B2B나 B2G 시장으로 유통하는 곳이다. 2016년도에는 B2C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2017년에는 오디오북 내레이터와 저자를 연결시켜주는 파인드어웨이 보이스(Findaway Voice)를 오픈했다. ACX와는 달리 국가에 제한 없이 전 세계의 작가와 내레이터가 이용할 수 있다. 저자는 파인드어웨이에 책을 올린 뒤 해당 책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내레이터를 선택한다. 오디오북을 제작한 뒤 약 30여 개가 넘는 글로벌 채널을 통해 유통된다.


국내 오디오북 내레이터 환경

한국출판콘텐츠에서는 오디오북 내레이터 인재풀을 구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판사에게 오디오북을 제작해줄 뿐만 아니라 유통사 배포, 판매, 정산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AKPC(한국출판콘텐츠 오디오)를 2020년 4월 오픈했다. 내레이터가 AKPC 플랫폼에 프로필과 목소리 샘플 파일을 등록하면 출판사와 연계되어 다양한 오디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오디오북 전문 내레이터 인력을 구축하여 제작, 저작권 보호, 유통, 마케팅, 정산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1인 창작자 프로그램으로 내레이터가 제작자가 되어 녹음, 편집 등 후반 작업도 직접 수행하도록 가이드하기 위한 1:1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낭독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팟빵은 누구든지 오디오북 콘텐츠를 제작ㆍ판매할 수 있도록 한 오픈 플랫폼을 개설했으며, 네이버는 누구나 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오디오클립에 올릴 수 있는 ‘소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2021년 1월 사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용자는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한 책을 골라서 가이드에 따라 본인의 목소리로 읽고 편집하여 새로운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다. 이 결과물을 공개 신청하면 밀리의서재 검수를 거친 뒤 정식으로 서비스된다. 만약 다른 사람이 공개된 오디오북을 재생하게 되면 제작한 사람에게도 구독 수익이 발생한다.


오디오북 내레이터 양성을 위한 제언

오디오북 내레이터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 잡고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오디오북 시장의 안착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출판 산업에서 오디오북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약하다. 스마트폰이나 AI스피커 등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는 뉴미디어와 이용 환경은 조성됐지만 오디오북 콘텐츠와 이용채널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다양한 콘텐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따라서 오디오북 제작지원을 위한 예산을 좀 더 늘리고, 다양한 형태의 오디오북 제작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우수 오디오북을 선별해 시상하고 공공 도서관에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자발적인 오디오북 제작 촉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오디오북 이용 채널이 확장되고 이용 콘텐츠가 늘어나서 시장이 성장된다면 오디오북 전문 내레이터도 더욱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둘째, 오디오북 내레이터 캐스팅 플랫폼을 지원한다. 오디오북을 제작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도서 내용에 적합한 내레이터를 섭외하는 일이다. 성우를 포함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출판사, 제작사, 내레이터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오디오북 내레이터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배우, 성우 지망생, 목소리 좋은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작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양질의 오디오북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서에 최적화된 내레이터를 캐스팅하는 데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셋째, 전문 오디오북 내레이터 양성을 위한 교육을 확장시키고 오디오북 내레이터 국가자격증 제도화를 추진한다. 오디오북 내레이터를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목소리, 발음, 발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교, 순발력, 표현력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해외의 경우는 녹음 이후 편집, 마스터링, 인코딩까지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 오디오북 내레이터 양성을 위해서 보다 전문화된 커리큘럼과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오디오북 내레이터에 대한 국가자격증을 제도화시켜 이러한 교육과 연계를 시켜 운영해 나간다면 더욱 공신력을 가진 전문화된 오디오북 내레이터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확장시켜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글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에서 운영하는 디지털북센터 올댓오디오북에 2021년 9월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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