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역시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방역 정책이 강화되었다. 피로도와 무력감은 커지고 독자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위로 받기 위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 등과 같은 판타지 소설을 읽었으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나 재테크, 미래 트렌드 등과 같은 전망 도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출판 시장에도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았다. 2021년 5월에는 도매업체 2위인 ‘인터파크 송인서적’이 파산했고, 6월에는 오프라인 3대 대형서점인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부도 처리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출판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고, 회복 탄력성도 강한 편이어서 환경 변화나 경기 불황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또한 온라인 환경에 따른 디지털 기술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구독 경제 기반 위에서 디지털 콘텐츠(전자책, 오디오북 등)에 대한 관심과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전자출판 산업은 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21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산업별 매출액 규모에서 출판사는 전년 대비 2.6% 감소했고, 출판 유통사는 3.1%가 증가했지만, 전자책 유통사 매출액은 약 4,6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7% 크게 증가했다. 참고로 전자책 유통사 매출액은 일부 종이책 기반 출판사와 전자책 전문 출판사의 매출 규모로 추정한 것인데 여기에 포털 사이트(네이버, 카카오 등), 통신사, 웹소설 전문 사업자 등의 매출까지 포함한다면 전자출판 매출액은 훨씬 높을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전자출판 산업은 향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가구 비율이 99.9%이고,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도 93%나 된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이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뉴미디어의 확장과 디지털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들의 등장으로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웹소설 등의 디지털 출판물 이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가 늘어나면서 독서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비록 독서 인구수 대비 독서량은 계속 감소하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 중심의 디지털 독서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1 국민 독서실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는 제외)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7.5%로 2019년 대비 8.2%p 줄어들었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종이책 독서율은 40.7%로 2019년 대비 11.4%p 감소했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19%로 2019년 대비 2.5%p 증가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다. 그리고 오디오북 독서율은 4.5%로 2019년 대비 1%p 증가한 수준이지만 향후 가파른 증가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시각적 피로도(visual fatigue)가 증가하자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19년 3조 1,000억 원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24.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국내 오디오북 시장 역시 2021년 약 300억 원 규모에서 2024년에는 약 1,08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독 형태의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서재는 2021년 1월 사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어서 올리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오픈하며 프로슈머(prosumer)가 중심이 되는 오디오북 DIY 환경을 제공했다. 그리고 9월에 국내 음원 시장 BIG 3인 지니뮤직(genie music)이 464억 원을 투자해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며 1대 주주가 되었고 이후 10월에는 오디오북, 오디오 예능, 오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문 인공지능(AI) 오디오북 서비스 ‘스토리G’를 오픈했다.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가 발표한 <2021년 연말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 청취 시간은 총 1,330만 시간으로 전년(514만 시간) 대비 2.6배 증가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역시 270만 건으로 전년(180만 건) 대비 1.5배 증가했다.
2021년에는 소셜미디어, TV, 영화, OTT 플랫폼 등에서 흥행한 작품들의 원작 도서가 크게 재조명받았다. SBS 드라마 <홍천기>의 원작 소설 『홍천기』(파란미디어)나 tvN 드라마 <나빌레라>의 원작 웹툰을 도서화한 『나빌레라』(위즈덤하우스) 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2021년 10월에 개봉한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SF영화 《듄》 역시 흥행에 성공하며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 『듄(DUNE)』(황금가지)도 많은 판매를 기록했다. OTT(Over the Top)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콘텐츠 《D.P.》의 원작 만화 『D*P 개의 날』(시네21북스)은 2021년 8월 콘텐츠 공개 직후 677.8%의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옥》의 원작 만화 『지옥』(문학동네)도 그해 11월 콘텐츠 공개 직후 445.3%까지 급증했다.
특히 지난 2021년 9월 넷플릭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을 선보였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굉장한 열풍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K콘텐츠가 주목받았다. 그러자 지식재산권(IP) 확장의 원천 콘텐츠로서 웹소설과 웹툰이 크게 주목받으며 관련 콘텐츠 확보를 위한 플랫폼 간 M&A가 활발히 이뤄졌다.
네이버는 2021년 5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억 달러에 인수했고, 9월에는 국내 기업인 문피아의 지분 56.26%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난 2022년 3월에는 일본 계열사인 ‘라인디지털프론티어’를 통해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을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2021년 5월에 북미 웹콘텐츠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각각 약 6,000억 원과 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12월에는 래디쉬를 통해 우시아월드를 450억 원에 인수하며 아시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등이 웹소설이나 웹툰 기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IP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업체들은 이미 흥행하고 있는 웹콘텐츠 플랫폼들을 M&A하는 방향으로 IP 자체 보유가 아닌 IP의 독점적 확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간 콘텐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라인 채널과 디지털 콘텐츠 사용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앱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앱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의 인앱결제(IAP) 의무화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모바일 중심의 산업이 확장하면서 독점적인 앱 마켓을 거치지 않고서는 앱 배포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은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앱 마켓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앱 개발사들이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강제하였는데 지난 2020년 7월 일부 인터넷 업체에 플레이 스토어 수수료 30%를 징수하는 방침에 대해 안내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는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모든 분야로 인앱결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여러 단체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앱 마켓과 모바일 운영체계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국회에서는 구글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국회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구글은 2021년 1월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인앱결제 강제 도입 시점을 10월로 연기했고, 3월에는 연간 100만 달러 미만의 앱 매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15%만 받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7월에는 인앱결제 의무화 도입 시점을 다시 2022년 4월로 연기했다. 결국 7월에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제한 전 세계 최초 입법 사례로 기록되었다.
구글은 결국 제3자 결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했지만 이에 대한 수수료를 높게 부여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를 선택하면 매출 규모나 서비스 유형에 따라 30~1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제3자 결제방식을 이용하면 26~6%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앱 개발사에서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경우 구글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 외에도 카드 수수료와 PG(결제대행업체) 수수료를 별도 지불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와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
전자출판물은 주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서 구매와 이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앱에서 전자출판물의 판매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21년 6월 전자책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구글 인앱결제가 출판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40%까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창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기반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자출판과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도 있다. 출판 시장에서 전자출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5~6% 정도이지만 최근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에 힘입어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중이다. 그런데 인앱결제로 콘텐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매출은 감소할 것이며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앱결제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강제적인 변화를 맞이했다면 2022년은 보다 자율적인 선택과 확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출판은 이제 올드미디어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디지털 중심의 사고 전환과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독자들을 확보하고 출판의 신성장 동력 마련의 기반을 갖출 수 있다. 이에 2022년 전자출판 시장이 맞이할 주요 변화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첫째, 디지털 창작 플랫폼이 고도화될 것이다. 최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기록하기 위한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창작물의 완성도나 저작권 문제 등이 있기에 이러한 이슈 해결을 위한 기능들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구독 서비스 중심의 하이브리드 큐레이션이 강화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콘텐츠 사용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또한 나노사회에 접어들면서 초개인화 맞춤형 큐레이션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과 휴먼 큐레이션이 조합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셋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한 독서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다. 전자책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며 교육시장 등에서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오디오북은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한 연령대별 독서 방법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넷째, 뉴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여전히 동영상 중심의 소셜미디어의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늘어날 것이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려면 출판 산업 내부에서도 그 이상의 다양성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장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22년은 「제5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2022~2026)」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출판의 지평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