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24년 1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 출생아수가 21,44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으며 1분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한다. 지속되고 있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대학생 수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폐교되는 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은 최근 강원관광대(2024년 2월 29일 기준)를 포함해 22곳이며, 심지어 2046년에는 국내 대학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매월 3%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전국 가구의 2023년 상반기 월평균 오락·문화비(185,945원)에서 서적구입비(9,549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싼 대학교재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 복제해 사용하는 학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대학교재 시장 전망은 어둡다 못해 참으로 암울하다.
대학에서는 학점이 학생의 성취와 성적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학과나 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교 일반학과 기준으로 약 130~150학점 정도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강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대학교재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한 학기에 필요한 대학교재의 구매비용은 최대 6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막상 교재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수업과 시험에 나오는 분량은 일부분밖에 되지 않다보니 종이 교재가 지닌 고비용과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재를 구매하기보다는 불법 복제를 선택하게 되고 해마다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매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에브리타임과 같이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PDF 교재를 거래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온다. (※ 에브리타임은 편리한 시간표 제작, 대학교 커뮤니티, 대학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2010년에 비누랩스가 출시한 온라인 서비스이다.) 당연히 PDF 교재는 불법 복제물이다. 하지만 무단 복제의 위법성에도 불구하고 실물 교재를 구매하는 것보다 PDF 교재가 훨씬 저렴하고 활용도가 편리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과 기술 발달로 불법 거래량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불법 제본으로 인해 국내 대학교재 시장은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피해 금액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기반위에서 매체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한 Z세대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대학교재의 복제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복사집을 이용해 교재 한 권을 여러 권으로 제본하여 이용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앱이나 무인 스캔방을 이용해 교재를 스캔하고 PDF 파일로 변환해 이용하다보니 단속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저작권 침해 예방을 위해 대학가의 복사집이나 무인 스캔방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표한 <2024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출판 불법복제물의 이용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61.9%가 전자 스캔본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 했다. 또한 전자 스캔본을 확보한 경로에 대해서는 불법에 해당하는 ‘이메일, USB 등으로 주변 지인으로부터 공유받음’이 44.6%로 가장 높았으며, ‘카페,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한 경우도 12.5%나 됐다. 이는 펜데믹 이후 변화된 교육 방식과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수가 제공하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만으로도 수업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교재를 구매하는 비중이 전체 학생 대비 불과 10%도 되지 않으면서 대학교재 출판사들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구매한 교재를 스캔하는 행위는 불법일까? 그렇지는 않다. 복제한 장소와 사용 목적에 따라 저작권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 제1항에 따라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만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의해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구매한 교재를 집에서 스캔하거나 필기를 위해 복사본을 만들어 혼자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제30조 단서에서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 복사 업체에 맡겨서 스캔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스캔한 대학교재 파일을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고파는 행위는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범정부 케이-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대학생 대상의 저작권 보호 지침인 '대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상식' 자료집을 제작하고 배포했는데 이를 참고해 두면 좋을 것 같다.
디지털교재 구독 서비스의 확장
최근 대학생들의 대학교재 불법 이용률을 줄이고 합법적 이용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은 종이 교재 구입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디지털교재를 이용함으로써 교육비의 부담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Business Research Insights)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 디지털교재 대여 시장의 매출액은 3억 9,100만 달러였으나, 2024년부터 2031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20.1%로 성장하며 2031년에 20억 3,548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등) 사용이 일상화되었고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디지털교재 구독 서비스 시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 경우 아마존(Amazon), 체그(Chegg), 퍼레고(Perlego), 블룸즈버리(Bloomsbury), 아이플리피디(iFlipd), 북렌터(BookRenter), 이홀렛(eFollett) 등 수 많은 디지털교재 대여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간편한 디지털교재 대여 서비스 이용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교재 대여 서비스 이용 학생들은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여 시장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매력적인 가격 정책이기 때문에 종량제 모델(Pay as You Go Model),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 디지털교재 대여 모델(E-textbook Rental Model) 등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향후에는 종량제 모델 유형이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어슨은 지난 2021년 7월에 피어슨 플러스(Pearson+)라는 디지털교재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달 14.99달러를 내면 피어슨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대학교재를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지금은 월 구독료가 10.99달러로 인하된 상태이다. 이런 피어슨이 지난 2023년 가을에 피어슨 플러스 디지털교재 중 3종에 생성형AI 학습 도구를 도입하며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만 명의 학생들로부터 331,000건 이상의 상호작용이 있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AI도구 사용자의 75%가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2024년 가을에는 수학, 과학, 경영, 간호 분야에서 최소 40종 이상을 추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생성형AI 도구는 강사가 강의를 설계하고, 과제를 지정하며, 학생들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마이랩(MyLab)과 마스터링 상호작용 플랫폼(Mastering interactive platform)에 사용되었다. AI학습 도구는 학생들의 학습과 강사의 교육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교재 단체, 출판사, 스타트업들이 종이교재에서 벗어나 Z세대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교육 매체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및 NFT 도서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인 미러는 전공 서적과 교재를 챕터별로 분할 판매하고 전자책 뷰어에 탑재된 에디터를 통해 교재의 원하는 내용만 발췌하고 편집한 멀티북을 만드는 도서 플랫폼인 퍼즐(puzzle)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내 최대의 학술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는 대학교재 플랫폼인 캠퍼스북(Campus Book)을 자체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대학출판협회는 스콘북카페(SCONN 북카페)과 연계하여 대학교재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교재 콘텐츠 확보에 대한 이슈가 존재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정보 제공을 위한 대학교재 구독 서비스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대학교재의 불법복제로 교재 출판사들은 존립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사들은 좋은 학술 서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여 투자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정부와 산업이 긴밀하게 협조하며 꾸준하게 저작권 단속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또한 Z세대들에게 익숙한 디지털교재 구독 서비스도 속속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교재 대여는 기존의 실제 교과서에 비해 저렴한 비용, 편의성, 텍스트 검색 및 강조 표시 기능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므로 점점 인기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저작권 보호 인식도 높아지고 있어서 합법적인 구매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디지털교재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구조이며, 주교재의 사용 비중도 높지 않아서 실효성 측면에서는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학교의 약 11% 정도는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출판사와 포괄적 접속(inclusive access) 계약을 맺고 전자책과 디지털 학습 자료 구매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 비용은 등록금에서 활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교재 정책처럼 국내도 정부, 학교, 출판사가 연계하여 교재비용을 무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단순하게 디지털교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간 상호 소통하며 체험할 수 있는 교재 플랫폼 제공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학교재 시장이 성장하고, 불법스캔 건수도 줄어들며, 학생들도 보다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끝>
본 글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웹진 <출판N> 2024년 5~6월호(Vol.53)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또한, 본 글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는 글로써 인용 시 출처 정보를 꼭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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