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의 이용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숏폼(short-form)이란 길이가 짧은 형태의 콘텐츠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인스타그램 릴스(Instragram Reels), 틱톡(TikTok) 등이 있다. 이런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고 소비 방식이 변하면서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서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성비(時性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산업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콘텐츠 길이도 짧아지고 있다. 영화의 상영시간이나 음악의 러닝타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도서도 페이지수가 줄어들며 얇아지고 있다. 심지어 홈쇼핑에서도 숏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 화면에 전혀 다른 3~4개의 영상이 동시에 재생되는 슬러지 콘텐츠(sludge contents)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19세기 독일 철학자인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명언 중에 "보통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쓸까만 생각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숏폼 시대의 특징은 단순히 짧은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점을 넘어서, 정보의 본질적인 가치와 전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 교육, 독서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보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며,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긴 글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긴 글을 읽고 능동적인 사고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핵심 정보를 얻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분량이 많은 책보다는 요약본이나 짧은 글, 혹은 시청각 자료 등을 통해 수동적인 정보를 얻고 있다. 자연스럽게 독서 문화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서관 역시 새로운 형태의 지식 전달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닌 인간의 지식 습득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법에 관한 것이다. MZ세대에게 있어서 책은 더 이상 단순한 지식의 원천이 아닌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비되어야 할 콘텐츠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는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고 소비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도서관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도서관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해온 지식의 보고로써 시대가 발전하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며 유기적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미디어와 숏폼 콘텐츠의 급격한 성장으로 사람들의 집중력이 짧아지고 있다. 책 읽을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당연히 독서율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4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에서도 잘 드러났다. 공공도서관의 기반시설과 서비스 개선의 영향으로 도서관 방문자 수는 1관당 159,137명으로 전년 대비 1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출 도서 수는 1관당 109,637권으로 전년 대비 2.0%가 감소했다고 한다.
숏폼 시대의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도서관에서는 변화 요소들을 새롭게 융합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지식 전달 방식의 조화, 빠른 정보 소비와 깊이 읽기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우리 사회의 지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요즘 도서관에서는 독서 장려를 위해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지식 전달 방식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도서관을 단순히 도서 보관 공간이 아닌, 지식 전달과 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다. 특히 도서 요약 서비스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책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원본 도서의 핵심 내용을 약 5% 내외로 축약한 도서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도서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Korea) 에서는 지난 2021년 4월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도서본문 검색과 도서 및 논문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5년 3월부터는 도서관에 AI 기술들을 융합해 미래 도서관의 서비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AI실감서재’도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도 비독자나 간헐적 독자의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2025년 1월부터 시 도서관을 통해 도서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을 희망하는 회원들에게는 매주 1회 추천 도서 6권의 도서 요약본을 카카오 알림톡으로 발송하는 ‘북 도시락’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정남진도서관에서도 올해 3월부터 다양한 독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1회 필요한 도서의 요약 정보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아침독서 알림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다양한 독서 기회를 접하고 독서 문화를 향유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광주동구도서관, 광명시도서관, 안양시립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들에서 도서 요약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책이 아니더라도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가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독서 활동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독서는 여전히 사고의 확장, 창의력 향상, 주체적 인식 개선 등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독서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서 요약 서비스는 도서의 핵심내용을 빠르게 살펴봄으로써 이용자의 시간을 절약시켜 주며, 흥미로운 도서의 발견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독서 동기 부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도서 요약 서비스에 너무 익숙해지면 장문의 글을 읽는데 집중력이나 문해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도서 요약 서비스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책의 내용을 깊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보충 자료로 인식하고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징검다리 역할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대부분의 도서 요약 서비스들은 주로 책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책의 주요 인사이트 정보나 관련 추천 도서 등과 부가가치 정보들을 함께 제공한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AI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개별 사용자의 독서 성향, 관심사, 독서 패턴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도서 요약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욱 개인화된 독서 경험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시대가 급변해 나가더라도 깊이 있는 독서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창의성을 자극하는 독서의 본질적 가치는 계속해서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기술은 독서 방식을 변화시키지만, 지식과 통찰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해답을 ‘도서관’과 ‘책’에서 찾아야 한다. <끝>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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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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