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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Mar 02. 2023

이상한 택시 드라이버

뭣이 중헌디?

 어느 날 출장 가는 길에 택시를 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아 택시 타는 손님들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택시 미터기를 보면 요금이 보이잖아요. 택시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터기에 작은 글자 17 옆에 표시된 금액이 그때까지의 택시 운임 합산액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기사님이 알려주셨거든요. 제가 3시 40분쯤에 탄 택시는 13만 원 정도가 찍혀있었습니다. 코로나 전 수입의 30~40% 밖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안전벨트를 맸는데도 어떤 경고음이 계속 들렸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서 기사님의 왼쪽 어깨를 보니 안전벨트를 안 한 거 같아서 물어보았습니다. 

"기사님,  안전벨트 안 하셨어요?"

기사님은 안전벨트를 안 했다고 했습니다. 택시 기사가 안전벨트를 안 하는 게 신기해서 왜 안 하시냐고 물어보니 답답해서 안 한다고 했습니다.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스타일이라 계몽 차원에서 왜 안 하시는지? 가족이 걱정은 안 하는지? 사고는 언제 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돌아온 기사님의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대답들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본인은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한 예로 기사님 가족은 어딜 갈 때 같은 차를 절대로 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온 가족이 다칠 것을 막기 위해서죠. 그래서 꼭 차를 나눠 타고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집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가풍으로 비행기를 탈 때도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비상구 근처에 좌석을 예약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나를 갖고 노나? 장난하나?' 뭔 소리를 하는지 정신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전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안전 민감도가 높은 양반이 정작 생명벨트라고 불리는 안전벨트는 왜 안 할까요? 기사님을 생각하고 아이러니라는 영어 단어를 외우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고 허탈하고 답답한 모순 덩어리 아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양반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한 저는 대화를 포기하고 택시회사에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꽤나 오지랖이 넓지요? 택시 회사 전화번호와 택시 번호판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기사님은 기분이 안 좋으시겠지만 그래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왜 특이한 모순투성이 인간을 만났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그 택시를 타게 하셨을까요? 저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한테는 친절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러지 못한 모습, 여자 친구를 좋아하고 예쁘다 하지만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모습, 열심히 일하는 척 하지만 보여주기 식은 아닌지,  꿈은 있지만 꿈을 위해 하루 한 시간도 노력하지 않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존재 자체가 기사님과 용호상박을 이루는 모순 덩어리였습니다. 


저는 단팥 없는 단팥빵입니다. 저에게 이런 시간을 갖게 해 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는 택시 드라이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것처럼 저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는 이런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야! 규정하며 점점 더 마른 장작처럼 경직되어 갑니다. 고집불통 모순 덩어리 고약한 할배로 굳어져 버리지 않도록 정신적 곡괭이질과 삽질을 날마다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만든 좋은 땅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고 벼도 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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