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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Mar 02. 2023

사람은 먹을 것을 만들고 먹는 것은 사람을 만든다.

이젠 돌도 씹어먹을 나이 아니여?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인상 깊은 문구가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책에서 아몬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삶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입안에서 아몬드가 깨질 때 현실에선 맛보기 힘든 문제가 부서지는 듯한 묘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몬드와 견과류를 아주 좋아해서 무척 공감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개념공부만 하고 문제 푸는 걸 싫어하거든요. 특히 3,4점짜리는 제대로 풀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현실보다 이상을 추구하며 높은 목표를 설정해서 늘 실패하고 좌절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의 사람입니다. 살면서 제 힘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몬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처럼 작은 노력으로 아몬드를 부서뜨리고 좋아하는 고소한 맛을 느끼며 달콤한 성공을 손쉽게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금니로 아몬드들을 박살 내면서 통쾌함을 느낍니다. 그 고소한 맛이 좋아 하루에 100알 넘게 먹기도 합니다.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을 먹느냐입니다. 아이는 단단한 것을 못 먹습니다. 단단한 것은 어른이 먹고 어른이라도 건강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단단하고 질긴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보니 어른 아이 같습니다. 떡볶이도 무척 좋아합니다. 천 원짜리 몇 장만 있어도 말랑말랑 매콤 달콤한 떡볶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피자와 치킨은 어떤가요?! 만 원짜리 몇 장으로 치킨 퐈뤼 & 피자 파뤼로 기분 낼 수 있잖아요? 떡볶이, 피자, 치킨이 나왔는데 햄버거가 빠지면 섭섭하죠? 햄버거는 최애 푸드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쉽게 만들고 쉽게 먹으려고 만들어진 거네요? 저는 쉬운 걸 좋아하는 쉬운 사람인가 봅니다. 뭔가 진득하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꾸준히 지속하는 능력이 달립니다. 부끄럽지만 하체 힘도 약해요. 흔히 말하는 뒷심이 부족합니다. 용두사미맨 DRAGON HEAD SNAKE TALE MAN 줄여서 DHST MAN이죠. DOHC 엔진 마냥 무슨 엔진이름 같네요. 진돗개도 인간도 아닌 주제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대명사인데 저는 진돗개만도 못한 놈일 수도 있겠네요. 젠-장. 


배움의 가치를 모르는 아이는 쉬운 문제만 줄구장창 푼다고 합니다. 자기의 똑똑함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싶은 거죠. 칭찬을 받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의 난이도는 뒷산 언덕에서 백두산만큼 높아지면서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증명할 수 없게 됩니다. 엄마아빠, 형누나, 동생, 친구, 옆집 할아버지, 슈퍼 아저씨, 요구르트 아줌마 등등 모두 자기가 똘똘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거죠. 존재를 지탱해 온 기둥이 흔들리면서 현실이라는 바닷물에 모래성은 무참히 무너지며 쓸려갑니다. 그때가 중학교 1-2학년 정도라고 하네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그 시기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바닥을 뚫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실패를 통해 배우는 배움의 가치를 배워야 도전의 연속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유튜브에서 봤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사는 것은 태양과 토성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고도 머니까요. 


 아몬드 얘기부터 시작해서 배움의 가치까지 비둘기 열차를 탄 듯 돌아가고 있지만 요점은 제가 뭘 먹는지를 통해 쉬운 인간이라는 것과 배움보다 자랑을 좋아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입니다. 저는 보여주기 대장입니다. 인정받기에 목말라하는 인간입니다. 저의 가치를 타인이 대충 매겨주는 점수에 맡겨버리는 멍청이입니다. 


요상한 결론에 도달해 보겠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예약하기도 어려운 초밥 오마카세도 먹어보려고 합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하는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식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햄버거, 떡볶이, 치킨, 피자는 이제 졸업해야겠습니다. 과학자 흉내를 내며 가설을 세워봅니다. 저의 가설은 '먹을 것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입니다. 실험을 통해 정말 저의 인생이 바뀌는지 관찰하고 피드백하며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배움의 가치를 알기 위해 수학문제를 풀면서 생각하고 문제에 매달리고 배우는 훈련을 해야겠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이 가설과 실험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잖아요? 노벨상을 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 오마카세를 예약할 겁니다. 피자, 떡볶이, 햄버거, 빵, 과자, 치킨, 초콜릿, 사탕도 한 달 동안 먹지 않겠습니다. 하루 1시간 수학책을 읽을 겁니다. 아니 하루 10분으로 수정합니다. 수학은 어려우니까요. 오-예(수학공부를 할 생각만 했는데도 젠-장이란 말이 생각나서 젠-장이라고 썼다가 긍정적인 말로 수정합니다. 오-예) 일주일에 5분씩 추가하는 걸로 해보죠. 용두사미,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ps. 다음 가설은 '먹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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