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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Jul 06. 2024

아파트와 저택

저는 한 번도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파트에 살면 어떨까요? 아파트를 생각하면 도시적이며 안락한 거주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공산주의 체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대규모의 인구를 효율적으로 수용하고 관리하고자 아파트를 건설했습니다. 효율과 통제를 위해 아파트가 디자인되었다고 하니, 구조적으로 결정적인 장점과 함께 치명적인 약점이 공존하는 모순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도시화와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건설했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아파트는 대중 주택으로서 실용성과 효율성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서민들을 위한 주거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아파트는 어떨까요? 인간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아파트도 가만두지 않고 롯데 시그니엘처럼 20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자본주의나 부자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부의 시스템이 평범하고 실용적이며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서민들의 삶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의 일부분을 임대주택 형식으로 나누어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도 다를뿐더러 단지 안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유와 경쟁, 차별과 평등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인류의 오랜 숙제이니까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차별 없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의 위치나 형태를 어린이, 장애인, 노인, 일반인 모두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유니버설 아파트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없는 아파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 모두에게 차별 없고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아파트가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그런 아파트 단지가 있을 수 있을까요?






아파트 이야기를 했으니 단독주택, 저택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성북구청 치수과에서 근무했을 때 성북구 지하수 관리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하수는 국가 비상사태 시 중요한 식수 자원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주기적인 실태 파악이 필요합니다. 자치구의 지역마다 담당 공무원을 배정하였고 저의 담당 구역은 성북동이었습니다.


성북동은 우리나라 1세대 부촌으로, 으리으리한 저택들로 가득했습니다. 성북동의 지하수들은 대부분 대저택의 지하에 매장되어 있었고 펌프를 이용해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시지는 않고 잔디에 물을 주거나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듯했습니다. 지하수를 조사하며 성북동에 있는 이른바 회장님 저택들과 주한 외교관의 공관들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저택의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마당이 얼마나 예쁜지, 작은 언덕이 있는 푸른 잔디밭은 마치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그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면 얼마나 좋을지 부러웠습니다. 


어떤 집은 집 중앙에 작은 산이 있었고, 그 산 둘레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집 안에 말이죠. 산책로 중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예술작품들이 곳곳에 새워져 있었고, 현관 앞에는 현대미술 조각상이 트렌디하게 세워져 있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어떤 집은 심지어 자동차 엘리베이터가 있었습니다. 자동차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자동차들을 이동시킬 정도면 자동차가 몇 대나 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그 집은 성북동 산동네에서도 아주 높은 위치에 있었으니 분명 유명 회장님 집이 분명합니다. 주차장에는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처럼 고급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혜와 다송이의 집 같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푸른 잔디밭은 복잡한 세상과 우아하게 단절된 평안함과 평온함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도 많았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가 빈 저택들을 관리했는데, 일반인들은 살라고 해도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관리비가 몇 백만 원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일반 서민들은 저택을 줘도 살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부촌의 공인중개사들은 일 년에 한 건만 중개업무를 해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300억 원 저택의 거래를 성사시켜도 2%면 6억 원을 벌 수 있으니까요. 역시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큰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왜 그런 차이가 생길까요? 개인의 잘못일까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까요? 우리나라의 상위 1% 부자가 전체 토지의 약 27.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위 5%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토지 소유율은 훨씬 더 크겠죠? 상위 5%를 제외한 95%의 경쟁은 더 과열되고 가속화됩니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희년 제도가 있었는데, 이 제도는 50년마다 시행되었으며, 주된 목적은 경제적 평등을 회복하고, 토지를 처음 분배받은 가족들에게 돌려줌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희년에 모든 토지는 원래 소유주에게 반환되고 모든 부채도 탕감되었습니다. 노예도 자유를 얻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시 경제적 독립을 회복할 수 있었고 자유를 얻은 종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았습니다.


희년 제도는 경제적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강조한 하나님의 명령으로, 현대 사회에서도 경제적 재분배와 사회적 정의에 대한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희년 제도가 실행되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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