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옆자리 직원과 사이가 안 좋다. 두 번 정도 싸웠다. 나는 그 직원을 너무 싫어한다. 듣기 싫은 말을 너무 많이 한다. 안 좋아하는 사람의 듣기 싫은 말을 하루 종일 듣기는 힘들다. 그 사람은 말하는 것을 지기 싫어하는 것 같다. 한마디를 하면 덧붙이고 덧붙인다. 대화의 주도권을 못 잡으면 불안한 것처럼 행동한다. 계속 말을 한다.
내가 통화를 하면 슬그머니 내게 다가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으려고 해서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탄 적도 있는데 너무 무례한 것 같아 화가 났었다. 내가 뭐하는지 궁금해서 내 모니터를 종종 보는데 너무 화가 난다.
그리고 나에게 지기 싫은지 내가 무슨 행동을 하면 따라 한다. 내가 팀장님께 빵을 주면 조금 이따가 팀장님께 아몬드를 준다. 내가 팀장님께 예의 있게 행동하면 팀장님한테 잘한다. 원래 상급자에게 잘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자기가 없을 때 우리끼리 재밌게 대화를 하면 또 뭔데? 그러면서 약간의 신경질을 낸다. 내 눈치를 보는 모습도 이상하다. 가끔 눈치를 보는데 그러면 마음이 씁쓸하다.
당당하게 행동할 때는 그냥 화가 나고
또 소극적일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나를 이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나보다 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하고 나보다 더 말하려고 하고
나를 따라 해서 기분이 나쁘다. 너무 화가 난다. 내가 하는 행동을 카피해서 업그레이드해서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
그 사람이 정신병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병자에게 화내면 안 되지. 나는 강박증 환자인데 환자끼리 부딪히는 것 같다. 무시하는 게 내 맘 편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에서 말이 많이 줄었다. 무슨 말을 하면 반박하고 무시하는 말투로 이야기하니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아져서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주제의 말을 많이 한다.
그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아서 옆자리지만 거의 보지 않는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내 분노가 드러날까 바로 피한다. 시한폭탄처럼 내 마음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문득 내가 말을 안 하는 것을 즐기고 있을 것 같고 자기 계획대로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래서 어제 말을 많이 하니 그 사람은 내 눈치를 봤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니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 사람은 정신병자 같다. 뭔가 자격지심이 많고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라 서로
싸우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다른 팀원들이 모두 출장을 가서 그 사람과 둘이 점심밥을 먹었다.
나는 평소에도 그 사람을 싫어하는 티를 낸다. 싫어하지만 싫어하는 티를 안내는 사회생활의 내공이 나는 약하다.
같이 아무 말 안 하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산책을 하러 나왔다. 카페가 보였다. 그 사람은 라떼를 좋아한다. 커피숍에 가서 따뜻한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샀다.
사무실에 돌아가는 길에 라떼를 다른 사람에게 줄까 고민이 됐다.
그 사람은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려서 팀원들과 나눠먹는데 나는 그 사람이 내리는 커피가 먹기 싫어서 안 먹겠다고 몇 번 말을 했었다.
사무실에 가니 그 사람은 없었다. 내가 먹어버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기다렸다.
그 사람이 오자 산책하는 길에 샀다고 하고 좋아하는 라떼 맛있게 드시라고 했다.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 사람은 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식의 칭찬도 해줬다.
라떼를 주니 그 사람이 미웠던 마음이 순간 없어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묘한 긴장상태였는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서로 눈치를 봤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다. 신기했다.
오랜만에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오후를 보냈다. 퇴근시간에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마음은 관성의 법칙 같다. 미운 사람은 계속 밉다. 하지만 관성은 의지라는 더
큰 힘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싫은 사람에게 미운 마음의 관성에서 180도 돌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따뜻한 라떼를 한잔 선물해보자. 어쩌면 차가운 빙산처럼 막혀있던 벽이 따뜻한 라떼로 잠시나마 조금은 녹여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우리 관계에도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좋겠다.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와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 [잠언 16:7]
When people's lives please the LORD, even their enemies are at peace with them. [Proverbs 16:7, N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