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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Nov 30. 2022

더플랜 훈련원장 하정완 목사님께

더플랜 후속과정(?) 끝무렵에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목사님  


장애통합에 누구보다 가장 열심이던 저에게 아이의 발달이 느려서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을 가진 상처받은 부모가,  모든 분노를 하필 나에게 터뜨린 것에 대해 억울하고 화가 났었어요.


저의 노력을 알고 있던 많은 장애부모님들이 저를 위로해주고, 대변하셨지만 저는  그 위안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위로가 한편으로 인간적으로는 필요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나를 더 연약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도 했어요.


석 달간 정말 다양한 아픔과 실망 그리고 위로받는 시간을 보냈고 가끔은 흥미롭고 재밌기까지 한 시간을 보냈어요. 요즈음 이제 터널의 끝을 알리는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플랜 훈련을 2년간 하면서 수료는 했지만 그것은 나의 꾸준함을 보여주는 성과로 그리고 성실한 과제 수행의 자랑 정도로 생각했어요.


사실 훈련 전에 저의 삶은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행복했어요. 나는 3번 유형이 가지고 있는 많은 성과 그리고 그로 인한 관대함과 매력을 뿜 뿜 풍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더플랜 훈련 수련도 그 성과의 하나로 훈장 달듯 수료했지요.


그런데 훈련과정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회오리치는 일들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을 만큼 이기적인 직원을 보거나,   이전에 없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학부모님들을 보게 되었어요.


훈련 중에는 말씀을 크게 붙들어야 할 정도로 간절함도 없었고, 누군가 때문에 분노가 올라와서 실수할까 봐 나의 내면을 돌아볼 일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삶은 하나님이 그다지 필요 없는 삶이었어요.


그런데 이 일로 인해 저는 뜻하지 않게 더 플랜 훈련 후속과정 같은 ‘더플랜 훈련 삶의 실제’를 혹독하게 훈련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3,000만 원 소송에 대해 제가 책임지겠다, 따뜻하게 지고 오겠다는 글을 본 변호사가 이 글이 얼마나 나에게 불리한지 알려주더라고요.

변호사의 입장에서 법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제 의도와 달리 그 해당 교사와 어린이집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가 다  책임지겠다고 한 것은 오만인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한 말인가? 하는 자책이 되어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어요.


그러나 이내 다시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내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결정을 내렸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내가 실수해도 이 일을 이끌어가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이끌어 가실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다윗의 시편을 읽으면서 나는 아버지께로 피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무척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엄청난 성과를 낸 엘리야가 비겁하게 목숨을 부지하고자 도망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저였습니다. 비로소 저는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엎드릴 수밖에 없었고, 기도할 힘도 없던 저에게 주님이 오셔서 회복하도록  먹여주시고 주님의 날개로 친히 덮어주셨습니다.


경찰에서는 아직 대표인 저에게 유죄 무죄를 말하지 않네요. 그러나 지금은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유죄라도 내가 경험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고 무죄라도 또 이 과정에서 내가 해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친히 아버지께서 선하게 인도하실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것이 크게 저의 내적 평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을 봅니다.


오늘 경쟁 교육 해소를 위해 국회에 포럼이 있어서 서울에 왔어요.

맨왼쪽 역사학자 심용환교수,  그 옆은 중앙대 독어독문과 김누리 교수


점심 먹고 광화문 한 도서관에서 시편 119편을 읽습니다. 전 같으면 다른 책을 열심히 읽었을 텐데 요즘은 말씀이 달다는 것을 비로소 느낍니다.


더플랜 후속과정 같은  ‘더 플랜 훈련 삶의 실제’ ^^  훈련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고, 침묵 속에서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비로소 조금씩 맛보고 있습니다.


혹독한 훈련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저를 이렇게 고생시키는 하나님에게 원망스럽다고 하시기도 하셨지만 저는 압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결코 훈련될 수없을 정도로 딱딱한 껍질에 쌓인 사람이라는 것을요. 이제 껍질 한 꺼풀 벗겨냈습니다. 아직도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알맹이가 있기나 한 걸까 싶은 초라한 삶이지만 그렇게 까진 껍질이 결국 내 삶임을 그리고 알맹이가 아닌 그 껍질 자체를 하나님이 기뻐하심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나를 이끄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 목사님께서 더플랜 훈련을 만들어주시고


하나님께서 나를 그 훈련에 넣으셔서 그분의 삶으로 나를 이끌어 주신 그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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