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에게 클래식을 듣느냐고 물었다

음악의 정답을 찾아서.

by 에원

친구가 나에게 클래식을 듣느냐 물었다.

나는 그 친구를 사람으로서 정말 존중한다. 성적과 성격을 떠나서, 그냥 진짜 존중한다.
'그 애도 날 그렇게 바라봤으면 좋겠는데.'

이 생각에 무조건 대답했다.

“응.”

그리고 덧붙였다, 양심에 찔려서.

“옛날에 많이 들었지.”


그건 사실이다. 옛날에는 진짜 클래식 많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워낙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클래식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피아노가 얼마나 오래 연주하고 오케스트라가 다 섞여 악기소리가 안 들린다, 뭐 이런 변명은 나한테 안 통했다. 예쁜 선율에 쉽게 신경이 기울어 어느 순간 심취해서 듣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들어간 이후에는 오케스트라의 구조를 생각하며 더 즐겁게 들었다. 한마디로, 내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곡을 들으면서는 '어 퍼스트 바이올린 파트다!' 이러면서 들었다ㅎㅎ
피아노는 내가 감히 잘할 엄두조차 못 내는 악기여서 더 신기하게 들었다.

들을수록 잘 연주할 수 있다는 여러 사람들 말에, 우리 집에 한때 바이올린 곡이 끊이질 않던 때가 있다. 다른 클래식을 모두 멈추고 바이올린만 주야장천 들었다. 스즈키 곡들, 한 4~5권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스즈키는 바이올린을 배울 때 사용하는 유명한 책이다. 수학에서 쎈 과 같은... 1~10권까지 존재한다)

이상하게 바이올린 곡을 듣는 건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다. 자의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싫어했던 게 내가 아닌 내 쌍둥이인가? 잘은 기억 안 난다.

엄마가 밥 먹을 때, 차 탈 때 둘 중 하나에는 무조건 바이올린을 듣자고 했고 우리는 차 탈 때를 골랐다.
아, 처음에는 밥 먹을 때로 골랐다.
차를 타는 횟수가 밥 먹는 횟수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아챈 후에는 바로 바꾸긴 했지만ㅎㅎ

너무 오래 틀어두면 아빠가 정신 사납다고 별로 안 좋아하시기도 했고, 권수가 올라갈수록 바이올린을 듣는 횟수가 줄었다. 내 쌍둥이가 바이올린을 그만두면서, 그 횟수는 더 줄었다.
아무래도 둘을 위한 게 아니라 하나를 위한 행동이었으니까.



어느 순간 보니, 우리의 음악 목록에서 바이올린은 거의 사라졌다. 바이올린을 듣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클래식도 거의 듣지 않게 되다 보니, 우리 가족의 생활에서, 내 인생에서, 클래식 음악은 사라졌다. 오케스트라 연주곡만 몇 번 듣는 정도, 그마저도 올해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클래식에서 내가 멀어진 데에는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 것 같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흔히 스키즈라고 불리는 그룹 스트레이키즈이다.


간단한 소개사진ㅎㅎ

물론 나는 오랫동안 주접을 계속할 수 있지만, 줄여보자면...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스키즈는 4세대 8인조 다국적 보이그룹으로 자신들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로 유명하며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내며 K-pop 아이돌 최초이자 빌보드 70년 역사상 최초 기록인 빌보드 1위 7 연속을 해낸 그런 그룹이다.

이런. 스테이(스키즈 팬덤명)의 모습이 나와버렸군.



사실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그럴 수 있지', '뭐 어때', 이런 반응도 있는 방면,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사실 어른들 중에서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 싼티가 난다, 헛수고다, 다 성형한 얼굴이다, 돈 버리는 일이다...

나도 사실 입덕하기 전까지는 아이돌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고 긍정적인 느낌도 안 들었다. 그렇지만 팬들도 콘서트를 많이 가고 앨범을 많이 사는 팬들이 있고 나처럼 콘서트 한번 못 가보고 음악과 영상만 즐기는 팬이 있듯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방법은 누구나 다르다. 그리고 한 그룹을, 그 그룹의 음악을 즐긴다는 데에서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말이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내가 '아이돌을 좋아한다'라고 했을 때 혹시 따라올 수 있는 많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구하고도 브런치스토리에서까지 스키즈를 들고 나온 이유는 하나다.

바로 내 친구의 질문을 대답하기 위한 것.


사실 바이올린은 지금까지도 연주하고 있고, 오케스트라도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내가 클래식을 그렇게까지 안 들을 이유는 없다. 사실 바이올린을 켜면서 직접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 그렇지만 내 음악 비중에서 그것이 많이 사라진 이유는 스키즈가 좀 큰 것 같다.


물론 서정적인 노래도 너무너무 좋지만 강렬하고 매운 '마라맛' 곡으로 흔히 잘 알려진 스키즈의 노래는 나에게 스며들었고 내 취향을 딱 맞췄다. 물론 멤버들 한 명 한 명 너무 좋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음악에 스며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학생이라 콘서트도, 팬사인회도 아무것도 못 가고 앨범도 몇 개밖에 없다. 핸드폰 제한이 있어서 영상도 마음껏 못 본다. 즐길 수 있는 건 음악밖에. 그렇게 나는 점점 멜론에서, 그리고 유튜브 뮤직에서 상위 1% 스트레이키즈 음악 정취자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언급한 두 음악은 정말 정반대 음악인 것 같다. 고전적이고 서정적이고 교양 있는 클래식과 현대적이고 강렬하고 매력 있는 아이돌 음악. 이 둘 사이에서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바이올린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때에는 정말 바이올린에 사랑에 빠지는 것만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때는 정말 자부심이 느껴진다. 마음을 고요하게, 평화롭게 해 주는 건 클래식만 한 게 없다.


그렇지만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취향저격의 음악은 스키즈의 음악이다. 가사도 거의 대부분 알고 멜로디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한다. 물론, 음악이 정신 사납고 시끄럽다는 말들도 많지만, 지루한 일상 속에서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3분을 그렇게 재미있게 알차게 보낼 방법은 이것뿐인 것 같다.


따로 두고 보면 정말 완벽해 보인다.


교양과 지식과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바이올린과 같은 클래식 음악과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스키즈 음악. 그렇지만 그 둘이 섞이면서 점점 내 음악 세계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클래식을 듣다가 너무 지루해서 꺼버린다. 스키즈 음악을 듣다가 너무 정신사 나워서 꺼버린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꼭 그 둘 뿐만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인생 자체가 음악에 잠겨있는 느낌이 든다.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선율과 멜로디로 된 까만 바다에 혼자 둥둥 떠다니는 섬이 된 기분이다. 사람들과의 단절이 좋으면서도 싫다.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고 가끔 의욕을 잃는 때도 있다.

음악 중독이라는 것도 세상에 존재하나...


음악이라는 것에 답이 있을까?


한 청소년인 내가 고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 아닐까.

이렇게 또 회피를 해버리면 영원히 음악이란 바다에 잠겨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친구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했던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시 내가 알 수 없는 질문들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쉽게 알 수 없는 질문들에 나는 브런치에 이 내용의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모르는 이 질문에, 이 복잡한 상황에 공감을 하고 정답을 아는 누군가는 있지 않을까, 없다면, 다 같이 고민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음악이란 것에 답이 있을까?

없다면, 그 답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몫일까?


클래식을 듣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렇다 대답을 하면서도, 눈을 못 마주치는 나의 모습, 그리고 그 친구와 헤어진 이후 걸어갈 때 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을 토대로 본다면, 내 정답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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