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으로 계절을 안다

중학생의 일상

by 에원

급식을 먹고 후식이었던 단감을 친구와 같이, 동시에 베어 물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 애들이 핫팩을 들고 후디를 입고 벌벌 떨던 날이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되니까 햇빛 비치며 추위가 좀 누그러졌다.


10월의 맑은 하늘과 햇빛에 빛나는 단풍 비슷한 잎들을 보니 가을 느낌이 좀 나나 싶다. 나는 상쾌하고 시원한 가을이 좋은데, 가을은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정확히는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시원하고 상쾌하고 기분 좋은 날씨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더 짧을 수밖에. 더 아쉬울 수밖에.

애들 중에서도 봄이나 가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데, 더운 거보단 추운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계절 얘기가 나오면 항상 누군가는 수군거리는 말.


"우린 요즘 사계절 아니라 이게절(2계절)이잖아 "

"내 봄가을 돌리도.."

"여름이랑 겨울밖에 없는데 뭐..."


맞는 말이지만 역시 씁쓸하다.


오늘도 친구와 단감을 후식으로 먹었는데 가을인지 겨울인지 뭔지... 헷갈린다. 결국 친구에게 말한다.


"단감 나오는 거 보니까 급식 상으로는 이제야 가을이네."

친구는 무의미한 소리로 반응하고 또 감을 베어문다. 내가 한 말이 웃겨서 난 다시 한번 쐐기를 박는다.

"우린 계절을 급식으로 아네?"

친구가 웃는다.


어차피 며칠부터, 몇 월부터 정확히 가을인지 겨울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급식으로 분간한 수 있는 게 우리 나름의 사계절이 아닐까.

학생에게는, 급식으로 딸기가 나오면 봄. 수박이나 자두가 나오면 여름. 감이 나오면 가을.

가끔 철이 지난 과일이 나오기도 하지만, 뭐 어때. 그날은 그냥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참고로 배, 사과, 파인애플, 포도는 사계절 가리지 않고 랜덤 하게 나온다.

급식도 계절을 잘 모르는 날에는 그런 과일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을 바나나가 나왔다.

뜬금없는 열대과일에 이미 조금 썼던 이 글이 생각나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급식을 통해도 계절을 모르는 날들이 있는 거다. 사실 오늘 날씨도 아침은 춥고 점심시간에는 햇빛 있고 선선했다. 점심시간에 다른 여자애들과 회전초밥처럼 운동장을 들며 산책하니 기분이 진짜 좋은, 그런 날씨였다.


그래 오늘도 날씨는 애매하고, 나도, 우리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애매하고, 그렇지만 기분 좋은 순간도 있고...

오늘은 바나나가 나왔지만 내일은 다른 게 나올 수도, 과일이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내일 우리는 또 급식을 먹을 것이며 그렇게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간절함 속에서 피어난 뜨거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에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