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일
그동안 저희 아이를 위해 바친 기도는 바로 저 자신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마음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큰 아이가 시험을 치를 때는 시험전날 평소와 다름없이 보낸 것 같은데, 작은 아이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가 긴장이 되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연말 구성원 행사 준비로 정신이 없는 바쁜 시기인데, 마음이 아이에게 가 있으니 요 며칠은 근무시간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귀가를 했다.
집에 도착해 저녁을 차려놓고 100일 마지막 기도를 하러 성당에 가기 위해 서둘러 다시 집을 나서면서 '드디어 시험날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후련하면서도 허탈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일부러 기도 시간보다 30분 일찍 성당에 왔다. 깜깜한 성전에 불을 켜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는데 주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성경의 이야기가 너무가 또렷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기도를 하며 무엇인지 모를 맑은 기운이 느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수험생을 위한 마지막 100일 기도를 드리며 지난 100일의 기간이 축복의 시간이었다는 기도 문구에 공감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올해 시험을 볼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아무런 확신 없이 시작했던 기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남들처럼 아이를 위해 100일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고, 주님께서 우리 아이를 다시 돌아오게 하신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더 단단해졌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 마음이 조금은 편해져서 내일 저녁 즈음에는 아이 손을 꼭 잡고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 달라는 바람을 청하며 100일의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이제 조금은 다른 수험생 엄마들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 반드시 희망적인 미래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도 아이도 마음의 여유를 찾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주님, 수험생이라는 힘든 여정을 가는 아이와 기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가 시험을 준비했던 힘겹고 오랜 시간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 언제나 저희 가정을 어여삐 보시고 보호하며 지켜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