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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티제 Aug 10. 2024

미디어 금식이 주는 자기 효능감

2주간 속세에서 벗어나기

SNS에 빠져서 중독처럼 손가락과 눈이 저절로 움직인다. 뇌의 명령 프롬프트를 통해 내 행동의 운영 체제를 지워버렸다. 기간은 2주, 나에게 2주는 내 인내심이다. 넘어가는 순간 포기와 정리가 시작된다. 온전히 그냥 하는 행동들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행동으로 갈아타고 금단현상이 일어나도 취미하나를 발굴해 보자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우연히 나와 비슷한 또래였던, 시절인연을 만났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여 연결 선을 꽂아보려 했으나 구멍이 맞지 않아 꽂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운영체제 중 한 시대를 대표하며 잊을 수 없는 윈도우 98 버전을 운영하고 있었다. (윈도우 98(Windows 98)은 1998년 6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매한 Microsoft Windows의 제품군으로 [14], Windows 95의 후속작이다.)




지금은 2024년도다. 여전히 윈도우 98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 발전이 아예 없는 그 시절 그대로 멈춰있는 고물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공유하는 선이 맞지 않기에 명령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윈도우 98이 나를 봤을 땐 신기, 신문명 그 자체였겠지만, 반대로 나는 윈도우 98의 기억장치가 바뀌어 없기 때문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연결 선이 없는 대화는 의미가 없다. 시절인연은 시절인연인 걸로. 지금 만났어도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명백히 알 정도로 프로그램 추가/제거에 보냈다.




시간이 많아졌다. CPU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SSD카드도 늘렸다. 지식 채워 넣고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다양한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입력하면 출력이 나오게 학습도 강화했다. 가동하던 개인적인 영역에는 반사거울을 붙이고, 내부에서 일하는 감각기관들의 선을 잘랐다. 기존의 냉철하고 냉정함에는 따뜻함이 묻어 나오게 색칠 중이다. 파일 정리할 때 해당되는 폴더에 넣듯이 명확하지 않고 애매한 것들은 휴지통으로 보내기로 했다. 재부팅을 할 때마다 초심 같은 마음으로 나를 더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게 소스를 부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주 미디어 금식 후 느낀 점]
1. 최근 나에게 벌어진 삶을 돌아보고 이제 깨달았다
2. 비어있는 내 시간을 더 알차게 썼다
3. 쓸데없고 하찮은 정에 노력한 나를 발견했다
4. 말과 행동이 다르고, 일관성 없는 사람이 싫어졌다
5. 내 삶이 궁금한 사람들은 알아서 연락이 왔었다
6. 변명 자체가 시끄럽고 들리지 않게 됐다
7. 나의 친절을 배로 갚아주는 사람을 만났다
8. 미디어 금식의 매력을 알았다
9. 하나님을 더 찾게 됐다
0.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들, 차분히 느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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