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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balist Oct 24. 2023

실무자가 알아야 할 게임스컴 2023 트렌드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 출장기 - 3편

2023 게임스컴 현장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들


해외게임쇼에 가면 유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유럽은 정말 콘솔이 강세일까?

한국 콘텐츠는 정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서브컬처 게임은 유럽에서도 매력적일까?

...


글로벌 인사이트를 넓히기 위해선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인터넷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쉽게 스킵해 버리는 튜토리얼 스토리를 해외 게이머들은 빠짐없이 읽는 행동 양상을 알 필요가 있고, 흩뿌려진 많은 게임들 중 어떤 장르와 플랫폼이 화제인지 현장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게임스컴을 준비하는 담당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를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게임쇼 기획과 전략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트렌드'를 전하려고 한다.


B2C Hall마다 어떤 게임사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유저들의 발길을 끌었던 게임과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Chapter.1 게임 그 자체의 재미, 게임스컴 B2C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스컴의 B2C관은 6~10홀, 총 5개 홀로 운영된다. 글로벌 대형게임사도 있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IT기업들도 B2C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넷플릭스 같은 OTT기업의 참가는 게임쇼 변화의 흐름이기도 하다.


유럽 게임쇼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바일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닌텐도, MS, 유비소프트, 세가, 반다이남코 등 대형게임사 대부분 PC·콘솔의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출전하였고, 손꼽히는 국내 참가기업 중 '하이브IM' 또한 단독 부스를 내고 '별이되어라2(영문명 ASTRA)' 게임을 멀티플랫폼으로 소개했다. 우리 회사는 하이브IM의 2022 지스타 마케팅에 이어 이번 게임스컴의 통합마케팅을 수행하게 되었다. 지스타 때부터 글로벌 타깃의 브랜딩을 목표로 진행했기에 일관성 있는 부스 컨셉을 유지하고 유럽시장 흐름에 맞게 모니터, 키보드, 콘솔 게임패드로 시연존을 구성했다.


실제 현장에서 방문객들은 컨트롤러 손맛을 통해 액션을 즐겼고, 다른 부스에서도 유저들이 게임패드를 쥘 수 있도록 콘솔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국 게임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레트로 컴퓨터로 시연존을 구성한 게임사가 있었을 뿐...


현지 유저들의 선호도는 NFT, 블록체인, 메타버스가 아니라, 게임 그 자체의 '재미'라는 걸 충실하게 이행한 게임사들을 'B2C Hall plan'을 통해 눈여겨보자.

* 게임스컴 B2C는 'Entertainment Area'로 B2B는 'Business Area'로 표기된다.




Hall 6 : Level Infinite, Giants Software, NetEase, Game Science, HoYoverse, Astragon, Bandai Namco, Frontier, Grinding Gear Games, Ubisoft



Hall 7 : Event Area

Hall 8 : Microsoft Xbox, SEGA, HYBE IM, Aorus, Erazer, Aerosoft, Freifläche, Corsair, Marvelous



Hall 9 : Nintendo, SAMSUNG, Netflix, Pearl Abyss, CI Games, Plaion, EVA


Hall 10 : BMW Airconsole, Gravity, 9 GAG, Raw Fury, Soedesco, YAMAHA, Logitec, Lasergame, Indie game companies..



6홀에는 일본과 중국 게임사가 모여 있었고, 8홀은 콘솔 게임사와 게이밍기어 제조사(Aorus, Erazer, Corsair) 부스들이 있었다. 8홀 공간의 3분의 1은 MS의 차지였으며, SEGA는 마스코트 소닉을 내세워 입구에서부터 푸른빛의 위엄을 자아냈다. 8홀을 거대하게 채운 대형게임사들 사이에서 용의 꼬리가 될 수도 있었던 하이브IM은 뱀의 머리가 될 만큼 시연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이브IM '별이되어라2' 시연을 대기 중인 게이머들


9홀은 닌텐도가 메인처럼 보였으나, 삼성과 넷플릭스가 가세하여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관이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을 다양한 게임과 연결하여 광범위한 게임 시연존을 구성했고, 유저들은 최신 디스플레이를 통해 몰입도 높은 게임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정말 뜻밖이었는데, 인지도 높은 콘텐츠들을 내세워 영화 세트장 같은 연출과 다채로운 이벤트로 게임 하나 없이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어 냈다.


닌텐도 스위치 'Just dance'에서는 블랙핑크 노래가 흘러나왔다. 유비소프트가 제작한 댄스형 리듬 게임 저스트댄스는 K-pop이 인기곡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는 핑크퐁의 아기상어가 화제의 음악이었다.) 화면을 보고 'How You Like That'을 신나게 추는 백인 남성이 이목을 사로잡았다. 주변에서는 이에 질세라  따라 추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스트댄스 주요 테마곡이 케이팝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면, 한류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체감할 수 있었다.


블랙핑크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친구 ^^


Hall Plan에 보이는 것처럼 게임스컴 주최사는 하나의 홀에만 집객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형게임사들을 홀마다 나눠서 배치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세로 느껴졌던 홀은 MS, 세가, 닌텐도가 있는 전시관이 아닌, 6홀이었다. 오픈하자마자 중국 게임사 부스에 관람객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호요버스는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환호가 가득했다. 반중국 정서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들, 게임 그 자체에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예감할 수 있었다.


대형게임사와 소형게임사의 적절한 배치를 위한 주최 측의 노력에도 유저의 선호도, 트렌드에 따라 힘을 발휘하는 관은 매번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게임스컴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Chapter.2 게임스컴 2023 트렌드



1. 대륙의 기세


중국 게임이 쾰른메세를 꽉 채웠다.

6 Hall은 ‘차이나조이’인가 싶을 만큼 중국 게임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게임사도 있었지만 중국 게임사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레벨인피니트, 호요버스, 넷이즈, 게임사이언스 부스에 유저들이 바글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언제부터 중국 게임이 대세의 반열에 있었던 거지?


레벨인피니트는 중국 텐센트의 글로벌 자회사, 게임 브랜드이다. 텐센트가 만든 게임사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몸집이 큰 회사라는 느낌이 드는데,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하나로 모은 플랫폼이다. '텐센트게임즈'가 중국 내 게임에 집중한다면, '레벨인피니트'는 중국 외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런칭되었다. 시프트업이 개발한 ‘니케’의 글로벌 배급사이기도 하다.

'니케'는 알아도 '레벨인피니트'를 몰랐다면, 지금부터 이 이름을 기억하자.


'레벨인피니트'의 대규모 부스


레벨인피니트는 게임스컴에서 단독 쇼케이스 ‘Into the Infinite’를 열고, 대규모 부스로 이벤트 무대를 꾸몄다. 레벨인피니트가 선보인 6종의 IP는 중국 게임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글로벌 유저에게 초첨을 맞추어 신작 대부분 PC・콘솔게임으로 선보였다. 얼마나 좋은 멀티플랫폼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지, 자신 있게 과시한 양질의 볼거리는 유저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적이었다.

레벨인피니트가 본진 중국을 넘어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활약이 기대된다.


6홀에서 대기줄이 가장 길어서 눈길을 끌었던 부스가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스 컨셉도 아닌데 붓글씨로 크게 적힌 한자 '오공' 아래 300분째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시연타임은 45분인데, 줄이 계속 길어지자 6홀에서 가장 먼저 조기마감을 한 부스.


300분째 대기 중... 오공이 뭐길래..


올해 게임스컴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게임 '검은 신화 : 오공' 역시 중국 게임사다.

오공을 출품한 '게임사이언스'는 텐센트 출신 개발자들이 독립하여 새롭게 창업한 게임사이다.(여기도 텐센트..) 스타트업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이럴 일이야? 싶겠지만, 2020년 오공 트레일러 영상을 첫 공개하고 게임플레이 영상을 올릴 때마다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 눈앞에 등장한 것.


'검은신화 : 오공'은 고전 판타지 서유기를 모티브 한 액션RPG 게임이다. 중국 고전 스토리임에도 글로벌 유저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드래곤볼로 친숙한 손오공의 등장과 동양적인 판타지가 가미된 액션들이다. 서양 게임의 카피캣과는 다르게 색다른 장르로 다가왔다. 도술과 변신술, 봉술 액션을 체험한 기자들은 트레일러와 동일한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화려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감탄이 담긴 기사들을 쏟아냈다. 호평은 거짓되지 않았나 보다. 오공은 게임스컴 어워즈에서 베스트 비주얼상을 수상했다.


<검은 신화 : 오공>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대립구조는 심화되고 있고 전 세계 동향이 반중 정서가 생기고 있다 한들, 중국 자체의 게임은 급부상하고 있다. 게임스컴은 중국과의 냉전을 반증이라도 하듯 국가 간 경쟁보다 문화의 힘이 더 강하다는 걸, 중국 게임에 사활을 건 게이머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2. 서브컬처 바람은 게임스컴에도 불었다


Tech Otakus Save the World


서브컬처 게임의 대표적인 게임사 '호요버스'는 현장에서 종이백을 나눔 했다. 종이백에는 그들이 출품한 게임 4종 캐릭터와 함께 '테크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렇다, 작지만 강한 팬덤 '오덕'들이 세계를 구하러 몰려왔다.


호요버스의 물량 공세는 걸어 다니는 바이럴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호요버스 종이백을 어깨춤에 매고 다녔다. 전시장을 넘어 쾰른시 어디에나 호요버스가 존재했다.


덕심을 저격하는 호요버스 코서들


2010년까지만 해도 오타쿠 문화, 서브컬처 게임의 생산지는 일본이었다. 가장 많은 소비가 일본에서 일어났고, 영감을 받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개발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브컬처 게임의 흥행력을 다운로드수, 매출 순위가 아닌 게임쇼 현장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에 숨어있던 팬들이 오프라인 행사 때에 대거 출몰하여 팬심을 과감히 드러냈다.


올해 11월에 개최하는 2023 G-STAR는 B2C를 확대하여 '서브컬처 게임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넥슨의 '블루아카이브', 시프트업의 '니케:승리의 여신'의 성공 가도를 이어나갈 새로운 서브컬처 신작들이 대기 중이다. 서브컬처의 글로벌 종주국은 이제 더 이상 일본이 아닐지도..


호요버스는 이벤트 무대를 설치하고 코스프레를 배치하여 팬들의 발길이 행사 내내 끊이질 않았다. 부스 안을 들어갈 때는 무수한 인파로 인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사실 대세를 증명하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호요버스가 판매하고 있는 굿즈의 대기줄은 연예인 팬사인회를 방불케 했다. 굿즈 아이템 사수는 또 하나의 게임이었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맛! 팬들에게는 길게 늘어선 줄도 두렵지 않아 보였다. 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을 게임스컴에서 마주하니 흥미로웠다. 서브컬처 바람은 유럽에서도 불고 있구나.


성황을 이루는 호요버스 굿즈샵


이리저리 넘실대는 서브컬처의 바다에서 국내 게임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이브IM이 글로벌 퍼블리싱을 선택한 게임, '별이되어라2(영문명 ASTRA)'는 중세 명화풍의 수준 높은 일러스트와 벨트스크롤 액션RPG로 유저들을 끌어들였다. 그래픽에만 집중한다면 평가 절하되기 쉽겠지만, 플린트는 서브컬처 게임이 주는 '세계관' 또한 놓치지 않고 캐릭터별 서사와 게임 스토리에 신경을 쓴 게임이었다. 일반적인 서브컬처 게임 룩앤필에서 벗어나 고딕 다크 판타지로 색다른 K게임을 선보였고 삼성 디스플레이와의 협업으로 강력한 게이밍 성능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K-서브컬처 게임 '별이되어라2 '를 체험하는 게이머들


부스의 밀집도나 흔쾌히 지갑을 여는 충성도 높은 유저들을 봤을 때, 서브컬처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낙관적으로 보였다. 소수를 지칭했던 서브컬처는 개성 있는 다수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하였다. 글로벌 유저들의 서브컬처를 향한 관심과 인기를 확인한 게임사들은 다음에 어떤 IP로 도전장을 내밀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다.



3. 모든 이야기는 게임이 된다.


"넷플릭스 봤어요?"


게임스컴 현장에서 스탭들이 물어보았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콘텐츠를 봤냐는 질문이 아니라 넷플릭스 부스를 보았냐는 물음이었다.

게임 하나 없이 게임쇼에 참가한 넷플릭스는 모두에게 의문이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위쳐시리즈, 웬즈데이, 기묘한 이야기' 등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내세워 부스를 채웠다. 게임 시연존은 당연히 없고 영화 세트장 같은 부스에 방문객이 즐길 요소들을 배치하였다. 나도 모르게 넷플릭스 부스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는데.. 거대한 부스 한 면을 모두 차지한 오징어게임(Squid Game) 세트장을 보고 국뽕이 차오르기도 했다. 달고나 모양의 쿠키를 얻고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영희와 분홍색 복장의 요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쪽에서는 타투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실제 타투를 받고 있는 진귀한 장면이 게임스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보였다.


자랑스러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존
게임쇼에서 타투해봤니?


넷플릭스 부스는 그야말로 떡밥 천국이었다.

콘텐츠가 주는 '재미'가 '게임'이 될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존에는 '서퍼보이 피자 가게'를 그대로 옮겨 놓고, 드라마 주인공이 항상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전시해서 반가움을 자아냈다. 기묘한 이야기 배경의 스티커 사진을 찍고 피자도 먹으며 '콘텐츠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방문객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게임으로 나오는구나'


'기묘한 이야기'의 자전거를 실제로 보니 반갑다!!


현재 넷플릭스는 인기 있었던 탄탄한 콘텐츠들을 발판 삼아 게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알리기 위해 게임스컴에 참가하여 유저들과 소통하며 기대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웹툰은 진작 게임이 되지 않았던가, 우리가 사랑한 이야기들은 결국 게임이 된다.






게임스컴에서 만난 인기 있는 현상들을 '트렌드'라고 정의했을 때, 우리가 습득한 지식과 트렌드는 계속 변할 것이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업의 서비스가 왜 확장되고 어떻게 바뀌는지, 사람들의 행동을 읽으며 '왜 변화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미래의 트렌드는 이러한 현상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고 올해의 현상은 또 다른 변주로 후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모쪼록 이 콘텐츠가 그런 기회를 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넥스트 게임스컴에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임사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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