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IT로 물든 독일 상반기 전시 로드맵
2025년, 독일은 다시 한번 전 세계 산업과 혁신의 중심 무대로 떠오른다. 독일은 깊이 있는 전시 문화와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첨단 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논의와 교류는 각 산업의 변곡점을 만들어내며, 협력과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상반기, 독일에서 개최될 주요 전시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2025년 상반기에 열릴 독일의 주요 국제 전시회와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소: Köln Messe (Messepl. 1, 50679 Köln)
기간: 2025년 3월 25일 - 29일
개최 주기: 2년
유형: B2B
참관객 수: (2023년 기준) 162개국 / 116,693명
IDS(International Dental Show)는 쾰른에서 진행되는 치과 기자재 전시회로, 치과 산업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이다. 이곳에서는 디지털 치과 기술, CAD/CAM 시스템, 임플란트, 치과용 소재, 소독 및 위생 기술 등 다양한 제품과 혁신적인 솔루션이 소개된다. B2B 전시회답게 참가 기업들은 치과 전문의와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산업 전반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2023년에 100주년을 맞이한 IDS는 치과 기자재 제조사와 치과 의사 간의 교류를 증진할 목적으로 1923년 베를린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당시 치과 산업은 급속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있었고, 치과용 재료와 기기의 표준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IDS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출발해, 초창기부터 치과 산업 내의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1951년 쾰른으로 장소를 옮긴 이후 점차 국제적인 규모를 갖추며 글로벌 전시회로 성장했으며, 유럽 치과 산업의 중심지로서 독일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흥미롭게도, IDS는 한국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전시회로도 주목받고 있다. 2023년에는 전 세계 참가국 중 독일 다음으로 한국기업(197개)이 가장 많이 참가했다. 이는 한국이 디지털 치과 기술과 치과용 소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혁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이러한 성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선보이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 바로 IDS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는 IDS가 단순히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며 치과 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 Deutsche Messe (Messegelände, Hermes Allee, 30521 Hannover)
기간: 2025년 3월 31일 - 4월 4일
개최 주기: 1년
유형: B2C
참관객 수: (2024년 기준) 156개국 / 126,978명
Hannover Messe는 디지털화,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재생 에너지,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핵심 주제를 다루며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시회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Hannover Messe라는 명칭이 하노버 전시장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노버 산업 박람회’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하노버 전시장 자체는 ‛도이췌 메쎄(Deutsche Messe)’로 불리며, 이는 전시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인 Deutsche Messe AG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특히 이 명칭에 사용된 ‛Deutsche(독일)’라는 단어는 독일 산업의 중심지로서 하노버 전시장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독일이 글로벌 전시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노버 산업 박람회는 역사적으로도 독일 경제 재건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굉장히 중요한 행사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피폐해진 독일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1947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이 박람회는 독일의 산업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전쟁으로 단절된 무역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박람회에는 50개국에서 약 73만 6,000명이 방문했으며, 1,943건의 계약이 체결되어 총 3,000만 달러(390억 원) 규모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전후 독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핵심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으며, 하노버 산업 박람회가 국제적 무역과 협력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되었다.
한편, 하노버 산업 박람회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전시회가 바로 CeBIT (Centrum für Büroautomation, Informationstechnologie und Telekommunikation, 정보 기술 및 통신 전시회)이다. CeBIT은 1970년에 하노버 산업 박람회의 IT 부문으로 출발했으며, 이후 독립적인 IT 박람회로 발전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디지털 기술, 소비자 기술 등 IT와 디지털 기술 전반을 폭넓게 다루며, 한때 세계 최대의 IT 박람회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IT 산업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CeBIT은 모바일과 디지털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MWC와 같은 전문 전시회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CeBIT은 관객과 기업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2018년을 마지막으로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 다시 통합되었다.
그렇다면 CeBIT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 MWC는 어떤 전시회일까? 비록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국제 전시회지만, IT 산업의 중요한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MWC에 대해 잠시나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장소: Fira Barcelona Gran Via (Av. Joan Carles I, 64, 08908 L’Hospitalet de LIobregat, Barcelona, Spain
기간: (스페인) 2025년 3월 3일 - 6일 / (중국) 2025년 6월 18일 - 20일
개최 주기: 1년
유형: B2B
참관객 수: (2024년 기준) 205개국 / 101,000명
CeBIT이 IT와 디지털 기술 전반을 아우라는 종합적인 박람회였던 것과는 달리, MWC는 모바일 기술과 네트워크 혁신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과 디지털 트렌드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1987년, ‟GSM World Congress”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MWC는 모바일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에 등장했으며, 초기에는 칸(Cannes)을 비롯한 여러 유럽 도시에서 순회 개최되었다. 2006년에 바르셀로나로 고정 개최지를 선정한 후, 2008년에는 행사 이름을 Mobile World Congress로 변경하였다.
MWC의 주 행사인 MWC 바르셀로나는 가장 큰 규모와 영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MWC Shanghai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MWC Shanghai는 2012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당시에는 ‟Mobile Asia Expo”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5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특화된 모바일 및 디지털 기술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MWC는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을 겨냥한 MWC Abu Dhabi와 같은 새로운 지역 행사를 통해 글로벌 통신 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단순히 모바일 기술 전시를 넘어서 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하며 전 세계 기술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MWC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모든 첨단 기술을 포함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 AI, 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화의 주요 기술을 융합하며, 모바일 및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장소: Messe München (Am Messesee 2, 81829 München)
기간: 2025년 4월 7일 - 13일
개최 주기: 3년
유형: B2B
참관객 수: (2022년 기준) 200개국 / 495,132명
Bauma는 3년마다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기계 및 장비 전시회’로, 매회 약 50만 명의 참관객과 3,000개 이상의 참가 기업이 모이는 글로벌 행사이다. 실내외를 합쳐 약 600,000m²의 방대한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며, 건설 기계, 건축 자재 기계, 광산 기계, 재활용 기술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Bauma는 세계 각국의 건축 산업 리더들이 모여 첨단 기술과 혁신을 선보이며, 건설 기술의 발전과 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국제적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Bauma는 1954년 독일 뮌헨에서 ‟Baumachinen-Ausstellung München(뮌헨 건설 기계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되었다. 독일어로 ‛건설 기계’를 의미하는 ‟Baumaschinen”에서 이름을 따온 Bauma는 초기에 소규모 지역 행사로 출발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국가 재건 과정에서 건설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즉 Bauma는 종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건설 기계 및 장비 산업의 기술 교류를 촉진하고 급성장하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것이다.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는 유럽 전역에서 참가 기업이 늘어나며 국제적인 성격을 갖추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건설 기계뿐 아니라 광산 기계, 건축 자재 장비, 재활용 기술 등 다양한 산업군을 포괄하며 세계적인 전시회로 도약했다.
Bauma는 글로벌 건설 산업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2002년에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Bauma China를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개최했다. Bauma China는 2년마다 열리며, 주로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기술과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달리, 본 전시회인 뮌헨 Bauma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산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글로벌 건설 기계 산업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Bauma는 건설 산업의 자동화, 지속 가능성, 디지털화와 같은 첨단 기술을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산업 비전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소: Messe München (Am Messesee 2, 81829 München)
기간: 2025년 5월 7일 - 9일
개최 주기: 1년
유형: B2B
참관객 수: (2024년 기준) 176개국 / 108,917명
The smarter E Europe은 유럽 최대의 에너지 산업 전시회로, 5월에 뮌헨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회의 독특한 점은 <Intersolar>, <ees Europe>, <Power2 Drive Europe>, <EM-Power Europe>라는 네 가지의 전시회가 The smarter E Europe이라는 하나의 플랫폼 아래 통합되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린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의 시작은 1991년 태양광 기술에 중점을 둔 Intersolar Europe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에너지 산업의 변화에 따라 2014년에는 에너지 저장 기술이 중심이 된 ees Europe이 추가되었고, 2018년에는 전기 이동성과 충전 인프라를 다루는 Power2Drive Europe, 그리고 스마트 그리드와 통합 에너지 솔루션에 초점을 맞춘 EM-Power Europe이 합류하며 The smarter E Europe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즉 The smarter E Eurpe은 개별 전시회들의 역량을 결합하여 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인 것이다.
이처럼 네 개의 전시회가 통합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 기술들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결합해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이러한 에너지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전시회들이 The smarter E Europe이라는 플랫폼 하에 통합되면서 참가자들은 에너지의 생산, 저장, 관리, 소비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한자리에서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에 The smarter E Europe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과 기술 혁신의 장을 연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The smarter E Europe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 10만 명의 참관객과 1,000개 이상의 참가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아 신재생 에너지, 전기 모빌리티, 스마트 에너지 관리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3년부터 The smarter E Europe 내에서는 ees Europe의 하위 섹션으로 배터리 관련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이는 <InterBattery Europe>(Hall C3)이 개최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엑스, KOTRA가 공동 주최하며, 한국에서 2013년부터 시작된 InterBattery 전시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K-Battery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전시회는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와 부품, 제조 및 검사 장비 등 배터리 산업의 전반을 다루며, 에너지 저장 기술과 배터리 생태계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InterBattery Europe이 The smarter E Europe의 통합적인 플랫폼에서 열리는 만큼, 배터리 기술이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 전기 이동성과 긴밀히 연결된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InterBattery Europe은 유럽 배터리 시장의 중심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글로벌 네트워킹과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InterBattery Europe에 관한 내용은 아래 웹사이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https://interbattery.or.kr/fairDash.do?hl=ENG
지금까지 소개한 2025년 상반기 독일에서 열릴 주요 국제 전시회들은 각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세미나와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다. 이 글이 독일 국제 전시회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연결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