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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보람 Aug 18. 2023

의사소통 유혹하기

NDBI 전략 중 하나는 의사소통 유혹하기 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이 아무리 많아도 실제 생활에서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아이가 진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ASD 영유아의 경우 치료실이나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있을 때 분명 어떤 말을 했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잘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아이는 정말 그 말을 할 줄 아는 걸까요 아닌걸까요?

제가 미국 여행을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물이 먹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잠깐 망설이고 있는 찰나, 점원이 다가와서 'Do you want some water?' 라고 얘기하며 물을 건네줍니다. 혹은 아무 말도 없이 쓱 다가와서 물을 줍니다. 정말 고맙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물을 건네주다니! 그럼 가만히 있으면 물을 주는 이 친절한 세상에서 저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엄마 아빠가 찰떡같이 움직여주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이는 언제 말을 할까요? 즐거울 때? 심심할 때? 화날 때? 아이는 꼭 필요할 때 말합니다. 내가 말을 안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야 말을 합니다. 어떨 때 말이 필요할까요? 뭔가 하고싶은 것이 있는데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는 할 수 없을 때 말이 꼭 필요합니다. 물이 마시고 싶은데 내 손에 물이 없을 때, 비눗방울 터뜨리기 놀이를 하고 싶은데 엄마 아빠가 비눗방울을 불어줘야 할 때, 밖에 나가고 싶을 때, 꽉 잠긴 통 속에 있는 사탕을 먹고 싶을 때 표현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평소 아이가 이런 눈빛을 보일 때 어떻게 하나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우리 사이니까 얼른 달려가서 해주나요? 아니면 그 때 그 때 마음에 따라 해줄 때도 있고 안해 줄 때도 있나요? 지금부터 우리는 이런 상황을 아이가 의사소통을 시작하는 기회로 아주 소중하게 사용해보도록 합시다. 더 나아가 아이가 더 많이 의사소통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봅시다. 이 상황을 지금부터 '의사소통 유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의사소통 유혹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의사소통 목표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잠깐 기다리는 겁니다. 말 그대로 이것은 유혹이기 때문에 아이는 유혹에 넘어올 수도 있고, 넘어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혹했는데 넘어오지 않으면 다음기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유혹 성공률을 높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그 유혹이 무척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어떤 유혹이 매력적일까요? 이것은 아이의 동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가 간절히 원하면 원할수록, 아이가 그 놀잇감을, 그 놀이를, 그 활동을, 그 먹을 것을 좋아하면 더 좋아할수록 아이는 유혹에 쉽게 넘어옵니다. 우리 아아이가 평소 어떤 놀잇감을 좋아하는지, 엄마 아빠와 어떤 놀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쉽게 의사소통 유혹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의사소통 유혹에 넘어와 목표행동을 했다면 보상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줍니다. 의사소통 유혹을 통해 아이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고, 아이는 의사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구나!’를 알게됩니다. 좀 더 나아가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려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어와야 하는구나’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와의 놀이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유혹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만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매력적인 물건 두기

눈에 보이지만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기는 모든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유혹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가져갈 수 없는 장소는 어디든 가능합니다. 선반이나 책장 위에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을 올려놓아보세요. 저 책장 위에 자동차가 떡하니 보이는데 스스로 꺼낼 수 없다면 아이는 너무 갖고싶을거에요. 아이가 달라는 표시로 손을 내밀거나 ‘자동차 꺼내줘’라고 이야기하면 유혹 성공! 자동차를 건네주면 됩니다. 꼭 높은 곳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뚜껑이 꽉 잠긴 투명한 통에 놀잇감이나 음식을 담아두는 것도 아이의 눈에 보이지만 스스로는 꺼낼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유혹이 될 수 있습니다. 


놀잇감 통제하기 

아이가 놀잇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슬쩍 놀잇감을 가져가거나 놀잇감을 엄마 아빠가 가지고 있으면서 조금씩 나눠주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퍼즐을 맞추고 있을 때 다음 조각을 쥐고 있거나, 아이가 퍼즐 조각을 찾으면 엄마 아빠의 눈 가까이에 퍼즐 조각을 가져가면서 ‘퍼즐 여기있지~’ 라고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의 눈을 보면서 퍼즐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아이에게 블록을 통째로 건네주면 아이는 놀이 상대와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도 놀이를 지속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엄마 아빠가 블록 통을 들고 있으면 아이가 재미있는 놀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블록을 달라고 표현해야만 합니다.


도움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놀이하기 

아무리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도 혼자 할 수 없는 놀이라면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하고 싶어하겠죠? 비누방울과 풍선 놀이는 아이에게 요구하기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유혹이 됩니다. 비누방울 한 번 후- 불어주고 가만히 기다려보세요. 아이가 다가오면 ‘또 할까?’ 하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또’ 라고 말하면 불어주시면 됩니다. 꼭 놀잇감이 없어도 다양한 몸놀이에서 의사소통 유혹을 할 수 있습니다. 번쩍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몸놀이를 좋아한다면 한 번 번쩍 들어주고 ‘아이고 이제 힘들어서 쉬어야겠다.’ 라며 자리에 앉아보세요.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놀이라면 슬슬 웃으며 다가올거에요. 그럴 때 ‘한 번 더!’라는 말을 알려주면 아이는 ‘한 번 더’를 외칠 것입니다.


익숙한 구절 반복해서 말하기 

이 의사소통 유혹은 앞의 ‘도움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놀이하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상황에서 익숙한 구절을 반복해서 말해주면 아이는 다음에 어떤 말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 둘…… 셋! 은 비누방울 놀이나 몸놀이를 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가 하나, 둘, 셋! 까지 해주다가 점점 익숙해지면 하나, 둘…… 만 해도 아이가 셋!을 외치며 엄마 아빠가 비누방울을 불어주길 기대하는 눈빛을 보낼 것입니다. 준비 시……작!이나 간다간다…… 출발! 도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아이와 익숙한 노래를 부를 때 삐약삐약 (병아리) 음메음메 (송아지) 처럼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부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아이들은 반복되는 활동의 순서를 인식하게 되고 차례 주고받기의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예상 밖의 우스운 상황을 만들기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아이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가 표현하는 척만 하면 아이가 원하는 놀잇감을 건네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A가 나올 줄 알았는데 B가 나온다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제가 만났던 아이들 중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주세요’를 사용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뭔가 원하는게 있으면 무조건 손부터 내밀고 보는거죠.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이런 아이가 좀 더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게 하려면 예상밖의 상황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봐도 우유를 원하는 상황에서 손을 딱 내밀었을 때 장난감 자동차를 건네주는 겁니다. ‘오잉? 내가 분명 주세요, 했는데 왜 자동차가 나왔지? 우유는 어디있지?’이럴 때 아이는 내가 원하는게 정확히 무엇인지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손만 내미는게 아니라 ‘자동차 아니야’ 라든지 ‘우유 줘’ 라든지 좀 더 정교한 표현을 배우게 되죠. 이런 유혹은 아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단어를 이어서 말하는 것이 목표인 아이가 소꿉놀이를 하면서 숟가락을 달라는 의도로’숟가락’이라고 말할 때, ‘숟가락으로 (사과) 잘라?’라면서 아이에게 건네주는 대신 엄마 아빠가 숟가락으로 사과를 자르는 시늉을 하면 아이는 어리둥절하겠지만 이내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알게됩니다. 엄마 아빠는’숟가락 줘’라고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할 때 숟가락을 건네주면 됩니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 유혹을 사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 유혹 사용하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아이에게는 주지 않고 아이 앞에서 먹는다.

태엽 감는 장난감을 작동시킨 후 작동이 멈추면 아이에게 건네 준다.

아이에게 블록 네 개를 주고 상자 안에 하나씩 넣게 한 후, 곧바로 이어서 작은 동물 모형을 주고 상자 안에 넣게 한다.

아이에게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몸놀이를 여러 번 한 뒤 아이가 좋아하는 기색이 보이면 놀이를 멈추고 기다린다.

비누방울 병을 열고 비누방울을 분 후에 병을 꼭 닫는다. 닫힌 비누방울 병을 아이에게 건네준다.

풍선을 불어서 천천히 바람이 빠지게 한다. 바람이 빠진 풍선을 그대로 아이에게 주거나 엄마 아빠의 입 가까이로 가져가 기다린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이나 놀잇감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 아이 가까이로 가져가 들고 있는다.

아이의 손을 젤리, 푸딩, 풀과 같은 차갑고 촉촉하거나 끈적거리는 표면에 닿게 한다.

아이에게 공을 굴린다. 아이가 세 번 공을 되돌려 굴린 후, 곧바로 이어서 딸랑이나 바퀴 달린 장난감을 아이에게 굴린다.

놀이 영역에서 장난감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갈 때 손을 흔들면서 '빠이빠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난감에도 이와 똑같이 반복한 후, 네 번째 장난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불투명한 주머니 안에 소리 나는 장난감을 넣고 주머니를 흔든다. 주머니를 들고 기다린다.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자고 하고 물감과 종이만 건넨다.


(출처: 장애 영유아를 위한 교육, 이소현 역(2003)에서 수정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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