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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ke Nov 23. 2023

교육과 양육

부모의 교육관이 큰 줄기만 같다면 아빠의 방식, 엄마의 방식 간의 사소한 차는 다양성의 본보기가 될 거라 여겨,  남편이 아이들에게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이더라도  묵인해 왔었다.

 그런데 첫째의 공부에 대해 남편의 집착이 솟구치고 바글거린 지 2년 정도 된듯하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오늘 아이가 해야 할 공부량과 페이지를 나에게 문자 보내기 일쑤이고, 귀가 후 아이 얼굴을 보자마자 건네는 말이

“ 오늘 한자 시험 결과는 어때?” 라길래

 “어떤 하루를 보냈냐고 묻는 게 먼저 아니야?”라고 다그치는 일이 얼마 전에 생기기도 했다.


 해외 3년 나가있던 공백이 무색하게 학교공부 무리 없이 잘 해내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도 모든 면에서 다 성실히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고 왔지만 , 남편이 문제 삼는 영역은 입시 준비 학원에서의 시험 결과이다. 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인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치른 전국 모의고사 결과가 하위권이 나왔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 아직 5학년이라고!!!). 공부공부공부 프레셔에 보는 나까지 숨이찼다.


 학교 면담 때

 “ 쪽지시험이든 뭐든 보고 난 후에 본인 점수는 몇 점이냐고 물어옵니다.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가정에서 점수에 연연하니 아이도 학교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부모로서 반성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그랬다고 당장 학교 한자시험 100점 안 받아와도 된다는 식으로 마음을 희한하게 풀어 주었나 보다.

아니 매주 배운 한자를 복습의 의미로다가 가벼이 치르는 거고 정해진 소규모 범위정도는 꼼꼼히 대비해 긍정적 결과를 얻어야지. 아이는 아빠의 말을 듣자마자 곧장 한자공부를 대충 했고 엉망이 된 결과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사로운 것부터 의견이 맞지가 않다. 본인이 과했다 싶으면 살짝 제동을 걸면 될 것을 180도 팬 뒤집듯 극과 극을 달리고,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길어서 회사에 가져가버린다고 윽박만 질러놓고 유야무야 하는 모습. 부모로서 권위 잃기 딱 쉬운 행동.


 사건이라면 사건인 그날밤

숙제 시작하라고 해도 아이가 게임에 열중하니 본인 혼자 1층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샤워도 첫째는 안 시키겠다 한다. 뭐지 이런 옹졸한 사람?

부자간에 사이 돈독하도록 조용히 조력하고, 싸늘한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도록 조율해 왔던 것도 마냥 재미로 하는 줄 아는 건지. 남편의 한숨 푹푹 쉬는 모습에 이날은 나까지 순간적으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 전자기기 금지야! 알겠어?”

“ 아빠는 말로만 겁줘도 엄마는 한다면 해! 너희들한테 매번 회사에 가져가 버린다고 뭐라고 하지? 엄마는 가져가라고 정확하게 전달할 거야. 다 압수.”

 “ 자기 아이들 앞에서 어른답지 못한 행동 보이면 엄마도 참을 수 없어. 일본에 살 이유도 없다고! “ 라며 크게 소리쳐버렸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이틀 후 큰아이 책상을 청소하다가 서랍에서 발견했다.

“ 다 새 연필인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다 부러뜨린 거야?”

“그날밤에…”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는 얼굴이 금세 침울해졌다.

“ 엄마가 미안해.”

아이는 대꾸를 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어서인지,

연필을 분지른 본인의 행동이 들켜 겸연쩍었던 것인지.

“  하지만 감정을 실어 물건을 부수거나 하는 건 올바른 행동은 아니니까 앞으론 이러지 말자. “

“ 응.”


누구에게 조심하라고 할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더 잘 다스려야 할 때다.

교육과 양육의 참 발란스가 필요해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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