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계약 생존 가이드

법무팀 없는 실무자를 위한 실전 생존 포인트

by 미변 아일린

변호사가 아닌데 계약서 검토를 하다 보면 중요 사항을 놓쳐서 나중에 난처한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죠. 심지어 영문 계약서라면 더욱 난감할 텐데요. 저는 늘 법무팀이 있는 회사에 근무했지만, 가끔 상대 업체에 법무팀이 없는 경우를 보거나, 법무팀이 있어도 계약을 다루는 업무가 새로운 경우 당황해하는 직원들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전임자로부터 교육을 잘 받는 것이 늘 쉬운 건 아닌 현실이고요. 게다가 요즘은 창업도 많고 초기에 해외 진출하는 회사들도 많아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이 주제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


영문 계약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계약서 파일을 열어보고 드는 흔한 생각 한 가지...

영어는 읽을 수 있는데...
문장도 해석은 되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서...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이거 사인해도 되냐’는 질문을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는 점.

영문 계약서는 ‘영어 문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문 계약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영어 때문이 아니라,

영문 계약서는 애초에 영어 공부용 문서가 아니라
리스크를 나누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이 문서가 말하는 건 단순하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돈은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가

언제, 어떻게 계약을 끝낼 수 있는가

결과물은 누구 것인가


하지만 이 내용이
‘shall’, ‘may’,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같은 생소한 말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서 영문 계약서는
잘 읽는 사람보다, 잘 의심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실무자가 꼭 알아야 할 한 가지 사실


상대에서 보내오는 영문 계약서는 대부분 ‘초안’이다.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상한 것이 아니다.

특히 해외 업체나 플랫폼에서 보내오는 계약서는 상대에게 유리하게 쓰여 있는 경우가 거의 100%다.

“표준 계약서입니다”

“다들 이대로 사인합니다”

“수정은 어렵습니다”

이 말들, 다 반쯤은 맞고 반쯤은 아니다.

✔ 정말 표준인 경우도 있지만
✔ 수정 요청은 대부분 가능하고
✔ 최소한의 조율은 할 수 있다


양당사자 간의 협상력에 따라 우리 측의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안될 수도 있고, 중간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만은 꼭 보자 하는 몇 가지 필수 사항을 정리해 본다.


하나, Governing Law / Jurisdiction - 준거법 / 관할 법원 조항

이 계약이 어느 나라 법을 따르는지를 결정하는 조항으로 이 조항 하나로 난이도가 확 달라진다.

한국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미국법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계약 해석뿐 아니라 소송 시 적용되는 절차나 비용이 확연히 달라진다. 낯선 해외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하려면 섣불리 받아들이기 전에 좀 더 살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 하는 것들이 나중에 문제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허다하다.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삼고 한국의 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양사에게 중립적인 제3의 국가법을 지정하는 것을 권유한다.


회사 입장에서 이건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리스크 크기 자체다.


둘, Limitation of Liability -책임 제한 조항

“우리가 얼마까지 책임져야 하나요?”

여기서 꼭 봐야 할 문장 패턴이 있다.

“In no event shall … be liable for…”

이 문장이 나오면 무조건 정독해야 한다. 손해 배상을 제한하겠다는 문구다.

손해배상 상한이 있는가?

간접손해는 면책되는가?

고의나 과실도 면책되는가?

이 조항 때문에 “계약 하나 잘못 써서 회사가 망한다”는 말이 나온다. 상대의 책임을 어디까지 제한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셋, Termination — 계약 해지 조항

이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은 언제든 해지 가능

나는 해지하려면 30일 전에 통보해야 함

이미 낸 비용은 환불 없음

이런 구조, 꽤 흔하다. 특히 **“for convenience”**라는 표현이 있다면

상대방이 아무 이유 없이 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넷, Indemnification — 실무자가 제일 많이 놓치는 부분

이 조항은 한마디로 말하면 이거다.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져.”

그 ‘문제’에는 종종
✔ 제삼자 소송
✔ 고객 클레임
✔ 저작권 분쟁
까지 포함된다.

실무자가 보기엔 그냥 법률 문장인데,
나중에 보면 회사 전체 리스크가 걸린 조항인 경우도 많다.


다섯, IP Ownership — 지적 재산권은 누구 것인가

특히 외주, 용역, 콘텐츠, 개발 계약이라면 필수 체크.

결과물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적 재산권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Work for Hire” 문구가 있는지

우리는 사용만 가능한지, 소유하는지

이거 놓치면
“내가 만든 건데 내가 못 쓰는” 상황이 생긴다.


여섯, Auto-renewal — 자동 연장

은근히 사고 많이 나는 조항.

계약 만료 60일 전 통보 안 하면 자동 연장

연장되면 1년 묶임

해지 불가

모르고 있다가
“왜 아직도 계약 중이죠?” 하는 순간이 온다.


실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들

✔ “법무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죠”
✔ “이 정도는 다들 사인하겠지”
✔ “영어라서 제가 잘 몰라요”


하지만 계약서는 모른다고 봐주는 문서가 아니다.

사인하는 순간, 그건 ‘이해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현실적인 조언 하나만 하자면 모든 걸 확인할 수 없다면 가장 위험한 부분만이라도 체크하자.


이 질문들만 스스로에게 던져도 좋겠다.


이 계약으로 내가 질 수 있는 최악의 책임은?

상대는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인가?

계약이 끝나도 남는 의무는?

이게 우리 회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중 하나라도 “잘 모르겠다”면 그건 한 번 더 봐야 할 계약이다.


마무리하며

영문 계약서는 영어 시험이 아니다. 법무팀만의 영역도 아니다.

누가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느냐를 정하는 문서다.

모든 걸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아무것도 모른 채 사인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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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계약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구조와 리스크를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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