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레네 Feb 13. 2024

사별일기 #12. 추워서 우울한 게 아니었어

따뜻해도 시리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짜증 날 정도로 좋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칼바람 부는 꽤 추운 날씨 더니,

오늘은 코트를 벗고 돌아다녔을 정도.

집안일을 하려다가 이 날씨가 너무 아까워 밖으로 뛰쳐나왔다.


한동안 추운 겨울날씨였어서

안 그래도 허전한 곁이 더 시리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온화한 날씨를 만나보니

그간의 우울이 찬 공기 탓은 아니었던 듯하다.

공기가 날카로우면 날카로운 대로

포근하면 포근한 대로

내 피부는 그 공기를 죄다 우울과 연결 짓곤 하기에.


처음엔 따스한 공기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 원망스러웠는데.

가만히 걷다 보니 조금 괜찮아진다.


아, 나 그동안 추워서 우울한 거 아니었구나.

따뜻해도 우울하구나. 날씨 탓이 아니었네.

그냥 내가 우울한 거였네.

이런 생각이 드니, 오히려 괜찮다.

싱숭생숭하던 마음이 고요해졌다.


추운 겨울이 지나는 동안

곁이 시려서

그토록 봄을 바랐었더란다.


막상 봄을 미리 맛보니, 별거 없다.

그 마음이 오히려 오늘의 나를 위로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인연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딱 이랬음 좋겠다.


포근한 날씨가 내 우울을 해결해주지 않듯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고 해서 내 삶의 고독이 해결되고 우울이 걷히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한다.


+ 내가 사는 도시에 너무 예쁜 도서관이 생겼다.

우연히 만나 빠져든 책과 함께,

전지적 내 시점에서 한 컷!

작가의 이전글 사별일기 #11. 결혼한다는 내 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