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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레네 Nov 30. 2023

사별일기 #2. 서른한 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구급대원의 문자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중에도, 췌장염의 치사율이 30%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위장 출혈이 심해 병실이 온통 피바다가 된 것을 보고도, 산소포화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 어떤 순간도 나는 죽음이란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서른여섯에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그리고 그 옆을 일주일간 지키던 서른하나의 나에게도 죽음은 너무나 먼 것이었다. 


한 순간이라도 죽음을 예상했었다면 지금 덜 아팠을까. 아니면 죽음이 원래 이렇게 아픈 걸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처음 경험해 본 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눈앞에 늘 있던 사람이 일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 경험은,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일상에 없던 사람이 생긴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이상한 경험이었다.


면도기도 있고, 자동차 키도 있고, 휴대폰도 그대로 있는데, 사람이 없단다. 코를 골며 누워있던 베개와 침대도 그대로 있는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아이패드 프로와 드론, 소니 카메라와 시네빔이 그대로 있는데, 사람이 없어졌단다. 우리 집 거실과 부엌, 침실과 화장실의 풍경은 모두 다 그대로인데, 쓰던 사람이 이제 여기 없단다. 늘 포근하고 따뜻했던 집안의 공기가, 이제는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 서늘함이 적막과 슬픔으로 이어지면 내 몸은 답답함과 메스꺼움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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