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에서 둘일 뿐인데
직장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새로 제출해야 한단다. 남편이 부양가족으로 등록되어 있어 그동안 40,000원의 가족 부양비를 받아왔는데, 이제 그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했다. 사별 후, 가족관계증명서는 사후처리를 하느라 수없이 많이 떼었지만 주민등록등본은 처음이었다. 등본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세대주-나, 세대원-아들. 끝. 더 없는 건가? 이 큰 집에 구성원이... 이게 끝이라고?
셋에서 둘이 되었을 뿐인데, 그 한 사람의 빈칸이 너무 허전하고 낯설었다. 오빠의 빈자리를 이렇게 또 한 번 실감하고 말았다. 살면서 수십번, 수백번 경험하게 될 그 '실감'이라는 것, 다른 사별자들이 말하길,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다는 그 '실감'...
30평 아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세대주와 세대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울었다. 그러다가 그 휑한 빈칸에만 주목해있던 내 시선이 유일한 세대원인 아들에게 향했다. 내 곁에 남겨진 세대원 한 명. 이 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이가 없이 사별을 했다면, 조금 덜 힘들었을까? 아니면 더 아팠을까? 답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 아이가 지금 내 눈 앞에 살아있다는 사실, 그리고 버텨내기 힘든 내 하루하루에 그나마 웃을 일을 만들어주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 남편의 부재만 실감하고 곱씹던 나는, 오늘 내 유일한 세대원, 이 아이의 존재를 더 명확히 실감하게 되었다.
남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아 삶이 허망하고 힘들었는데, 남편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온 존재로 증명해주는 너무나도 명확하고 소중한 흔적이 내 곁에 남아있었다. 이 작은 존재가, 오늘도 버티게 하는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