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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레네 Nov 30. 2023

사별일기 #4. 남편 없는 첫 출근

괜찮은건지 괜찮지 않은 건지

남편과 사별한 지 한 달 만에, 용기내어 출근을 했다.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으면 더 쉴 수도 있었지만, 내 일을 떠맡아 대신 하고 있는 직장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계속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럴 때 뻔뻔해지라고, 지금 굉장히 인생에서 큰 일 겪으신 거라고, 남들 시선이나 상황 신경쓰지 말고 본인만 신경쓰라고. 감사하게도 이런 따뜻한 말들을 해주셨다. 나도 안다. 지금은 날 돌볼 때라는거. 근데 왜이렇게 직장 사람들을 신경쓰고 있는지, 나도 내 자신이 답답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남편 없이 홀로 출근한 직장에서의 첫 날. 매일 아침, 오늘 하루도 자기 생각하며 힘내라는 남편의 애교 섞인 문자가 이젠 더이상 오지 않는다. 출근하기 전에는 그 문자 없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퇴근 후 집에 와도 나를 기다리는 남편이 더이상 없는데 출근을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섰었다. 일하다 울고, 수업하다 울고, 밥먹다 울고 그럼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출근이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출근을 하니 생각보다 괜찮기도 했고, 괜찮지 않기도 했다. 괜찮았던 순간은, 걱정과 달리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것. 막상 해야할 일들이 눈앞에 닥치니 그 일들을 해치우느라 슬픔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버틸만 했다.


괜찮지 않았던 순간은... 내가 나 자신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퇴근하자마자 터져나온 슬픔이 주체할 수 없이 폭발해 버린 것. 씩씩하게 잘 버티다 집에왔는데, 알수없는 감정이 저 밑에서부터 폭발하여 울음으로 터져나왔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낮, 그리고 괜찮지 않았던 밤과 새벽. 그렇게 며칠을, 나는 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내가 나 자신을 더이상 누르지 못하는 시간. 슬픔이 나를 지배하여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도록 나를 마비시키는 시간. 낮이 괜찮아서 밤이 이렇게 힘든 것일까, 아니면 밤이 이렇게 힘들기에 낮이 괜찮을 수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래도 낮이 견딜만 한 것에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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