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기뻐할 거야
아이가 3년간 다니던 정든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했다.
네 아빠가 있었으면 무척 기뻐했을 텐데.
유난히 아이와 관련된 일이나 행사 같은 걸 나보다도 더 꼼꼼히 잘 챙기던 사람이었다.
아빠의 부재가 전혀 티 나지 않을 만큼, 어린이집에서 너무나 많은 사랑으로 그 공백을 채워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유치원에 입학하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사별 후 주민센터에서, 은행에서, 여러 공공기관에서 느꼈던 그 몸서리치게 싫었던 감정들이 느껴져 조금 힘들었다. 오랜만에...
“작년에 남편이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어요... 아직 1년이 채 안 됐네요.”
이제 좀 무뎌진 줄 알았더니.
여전히 소화되지 않은 슬픔, 충분히 터져 나오지 못한 애도가 내 몸 곳곳에 숨어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 마스크를 쓰고 갔었는데, 그 순간엔 그 손바닥만 한 마스크가 어찌나 고맙던지. 그 마스크 뒤로 내 눈물과 콧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던 것 같다.
어린이집과 연계된 유치원이라 전해 들으셨는지, 선생님은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듯한 눈치였다. 그 잠깐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내 아이를 얼마나 안쓰럽게 봤을까. 선생님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을 얼마나 불쌍하게 여겼을까.
그 생각에 또 눈물이 났다. 하여튼 자식은 어떤 엄마에게든지 불변의 눈물 버튼이다. 최근 납골당에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아들 유치원 입학상담 때 펑펑 흘러나오다니.
“아빠의 부재를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직 많이 찾아요. 특히 밤에. 아빠는 언제 오냐고. 아빠 보고 싶다고. 아빠 보러 하나님나라 가고 싶다고 그래요.”
“아... 그렇군요.”
“혹시 아이들과 학습이나 이야기를 하시다가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특별히 피하거나 딴 주제로 돌리거나 그러지 않으셨음 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호준이 아빠는 회사에 다니고, 현수는 주말에 아빠랑 축구를 했고, 예준이 아빠는... 하나님 나라에 있고...“
“네, 어머님. 그럴게요...”
훈육, 식습관, 미디어노출 등. 선생님과 상담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는데... 더는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이 싫었던 걸까.
선생님 앞에서 자꾸만 다 잊은 척,
괜찮은 척하려는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진 20분이었다.
2시간 같던 20분을 꾸역꾸역 견디고 나는 재빨리 도망치듯, 내 아이의 새로운 교실을 뛰쳐나왔다.
아직 몇 번의 입학과 졸업이 남아있는데,
그때마다 잘할 수 있을까.
나 꽤 자신 있었는데,
꿋꿋하게 잘 살아갈 거라고 믿었는데.
오늘만큼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