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요즘 유치원 하원이 너무 힘들다.
맨날 집에 안 간다고 떼를 어찌나 쓰는지.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다 와서 이미 녹초가 되었는데. 어서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이놈은 어떻게든 집에 안 가려고 난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트를 가고 싶다고 떼를 왕창 썼다. 안 된다고 단호히 몇 번을 얘기해도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 오면 평소엔 지쳐서 몇 번 들어주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유독 오냐오냐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 애를 키워야 하는 내 상황에 대한 서러움,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 이런 것들이 뒤섞여 결국 아이에게 마구 쏟아부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아이는 갑자기 서럽게 울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나 심심해!!! 집에 가면 심심하다고!!!!!”
이 말이 왜 이렇게 슬펐을까?
이 말 한마디에 나는 못 견디고 펑펑 울고 말았다.
내 머릿속은 그냥 하얘져버렸다. 훈육이고 뭐고, 어느새 내 운전대는 그냥 마트를 향하고 있었다.
강하게 키우려면 엄마가 먼저 강해져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너무 약하고, 많이 지쳐있다.
마트로 향하는 그 짧은 순간, 갑자기 차 안이 조용해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카시트 위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목이 뒤로 넘어간 채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이 애처롭다.
엄마도 그 적막한 집구석에 들어가기가 그렇게 싫은데, 넌 얼마나 싫겠니. 내 하루를 들어줄 상대가 더 이상 없다는 게 나도 이렇게 힘든데, 넌 오죽하겠니.
심심하다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지
엄마도 깨달아가는 중인데,
내 새끼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