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도 괜찮아
이번주에 드디어 동생이 결혼을 한다.
동생이 결혼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 자체는 내게 정말 큰 기쁨이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 소화해야 할 슬픔, 처리해야 할 깊은 외로움이 과제처럼 남겨져있다.
이제 진짜 혼자다.
맘대로 불러내 야식을 먹으며, 깊은 우울로 꽉 차 있던 밤을 함께 보내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
피곤해서 슬픈지 어쩐 지도 모르게 어찌어찌 지나가는 밤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홀로 울며 지새우는 밤도 이제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집안의 적막하고 서늘한 공기가 온몸의 세포와 피부로 느껴질 때... 그 외로움이 이젠 몸서리치게 싫다.
사별이라는 사건은 그 사람 자체를, 그리고 그 사람과 보냈던 추억들을 잃어버리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잃어버리는 것은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내주었던, 내 존재의 일부 또한 함께 잃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프다. 팔이 잘리듯, 다리가 잘리듯, 존재의 일부가 잘려나간 그 흔적이 아리다.
요즘 내적으로 나 자신이 많이 약해져 있음을 느낀다.
작은 것에 요동하고, 별거 아닌 것에 분노하며,
마음이 쉽게 무너짐을 느낀다.
그래서 여전히 나 자신을 많이 돌보아야 함을 느낀다. “이제 좀 괜찮은 거 같은데?” 하다가도
한 번씩 깊은 외로움이 쓰나미처럼 사정없이 휘몰아칠 때면...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기에.
그냥 주저앉아 우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나의 이런 약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든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시는, 창조주이신 그분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정신과를 한창 다닐 때 의사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문득 스친다.
“너무 뻣뻣하려고 하면 부러져요. 적당히 유연해야 안 무너져요. 어린 아들 생각해서라도 버텨야지, 무너지지 말아야지 하고 버티고 있지 말고 슬픔이 오면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세요. 때론 나 자신을 무너지게 놔두세요.”
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한없이 무너져 내리고 요동하는 내 삶을 보며... 아직 내 안의 아픔이 아물지 못했음을 실감한다. 뻣뻣하게 버티려고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을 더 따뜻하게 돌볼 것. 나 자신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할 것.
조금 무너져도 괜찮아.
나 자신을 충분히 토닥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