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불확실성 속으로

내가 다시 시작하는 이유

by 에이로


​"도대체 왜?"
​나의 작은 '아뜰리에'공간을 열겠다고 선언했을 때, 내 주변의 반응은 명확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대학원 동기들, 교수님, 그리고 늘 기도로 함께해주시는 분들은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셨지만, 또 다른 편에 선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돈이 되는 학원 사업도 아니고, 당장 눈에 보이는 실속이 있는 것도 아닌 일. 그들은 나의 선택을 의아해했고, 도대체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이 글은 그 의문 부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이자, 나를 믿고 지지해 준 이들에게 보내는 구체적인 약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 훗날 이 길 위에서 흔들릴지도 모를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첫 마음의 기록'입니다.


​1. 렌즈 너머, 그리고 교실 안에서: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겉으로는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대학 시절 들었던 보도사진 수업에서 처음 흑백 사진을 찍고 인화하며 암실의 매혹적인 냄새를 맡았습니다. 타과생임에도 A+를 받았던 그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프레임 속에 세상을 담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뛰어든 영상 제작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6년의 시간 동안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을 꿈꿨지만, 현실은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기계처럼 영상을 찍어내고 편집하는 기능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후 이어진 12년의 영어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보람찼지만, 입시 위주의 환경 속에서 나는 다시금 아이들을 '기계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적은 오르는데 삶의 목적은 없는 아이들. "이게 진짜 교육일까?"라는 물음은 결국 나를 멈춰 세웠고, 2024년 여름, 나는 미련 없이 학원 문을 닫았습니다.


​2. 책, 길을 묻다: 늦깎이 대학원생의 깨달음


​그렇게 독서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소란스러운 마음들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는 나를 다시 만났습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나를 짓누르던 두려움의 실체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고 해서 틀린 길은 아니라는 것을. 실패조차 배움의 과정이며, 남들보다 앞서 경험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책과 글은 나에게 '실패할 용기'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3. 나의 작은 '아뜰리에', 각자의 빛이 이야기가 되는 공간


​이제 나는 다시 출발선에 섭니다. 누군가에게는 정의하기 모호해 보이는 이 실험적인 공간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자 내면에 품은 저마다의 '빛'을 발견하도록 돕는 아뜰리에(작업실)입니다. 내가 하려는 일은 점수로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닙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책을 읽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사진기 렌즈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예술로 빚어내는 '진짜 성장'의 장을 여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격려하는 '코치'이자 '퍼실리테이터'로서, 나는 기계적인 성취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회복을 돕고 싶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마음속의 그림은 아직 선명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현실, 학업,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까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나는 시작하려 합니다. 완벽한 지도가 있어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있기에, 한 걸음 내디디며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그리고 훗날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나에게 전합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용감한 한 발자국을 떼고 있습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슴 뛰는 이 설렘을 안고, 나는 기꺼이 이 불확실한 항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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