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장 Jun 02. 2024

'이보 전진, 삼보 후퇴' - 한 걸음 뒤의 세상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7787048

'거리의 사상가'가 라는 수사가 그 누구보다 어울리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책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선생님 글을 지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원고를 요청해서 엮은 책이다.

그 하나의 주제는 '후퇴'로 기획의 의도는 여러 필진들에게 보낸 원고 의뢰문에 잘 나타나 있다.


다양한 이들이 '후퇴'라는 주제로 후퇴학에서 부터 개인적인 경험등 각자의 시선으로 생각을 담았고 '후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해석하는 '후퇴'의 의미도 제 각각이라 다양성을 갖는 대신에 하나로 시원하게 관통하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표현과 시선은 다를뿐 '후퇴'라고 하는 글의 토대는 단단하다. 


'후퇴'를 영어로 retreat로 설명하면서 '후퇴'에 대한 이 책에서의 의미, 정의를 살펴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신영복 선생님의 '변방'과 일정 부분 많이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살펴봤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다. 


아래는 신영복 선생님이 변방을 찾아서 책애서 변방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변방이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비록 어떤 장세(場勢)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변방 의식을 내면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크게 보면 인간의 위상 자체가 기본적으로 변방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광활함과 구원함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위상 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변방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변방 의식은 세계와 주체에 대한 통찰이며, 그렇기 때문에 변방 의식은 우리가 갇혀 있는 틀을 깨뜨리는 탈문맥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脫走) 그 자체이다. 

변방성 없이는 성찰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세상에서 생명을 부지하는 하나의 생명체로서도 그러하고, 집단이든 지역이든 국가나 문명의 경우든 조금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를 조감하고 성찰하는 동안에만, 스스로 세로워지고 있는 동안에만 생명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장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그야말로 '변방'(邊方)에 지나지 않는다. 중심부에 대한 허망한 환상과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중심부보다 더욱 완고하고 교조적인 틀에 갇히게 된다. pp.26~27

이런 면에서 글쓴이 중에 반가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타루마리의 두 분이였다. 


한 걸음 뒤의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해서 고민했던 이야기 그것을 청산한 이야기까지 후퇴가 뒤쪽으로의 방향성을 갖는 형태가 아닌 '이보 전진, 삼보 후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후퇴'는 관조(觀照 theoria, contemplation)이다. 관조는 문자적으로는 ‘그냥 바

라보는것’으로서, 아무런 노력이나 긴장없이 두눈을 활짝열고 시야에 들어오는것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삶을 관조하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고 '후퇴'라는 자세를 지향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사업에서 혹은 사회가 때로는 인생 생애 주기에 필요한 '후퇴'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일본 사회를 문맥에 두고 있어서 그 중 일부는 이해가 어렵기는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감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많은 내용들이 우리사회와도 거리가 멀리 않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한 발 짝 물러나서 관조하는 자세로 '후퇴론'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거실에서 시민학교를 재현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