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장 Dec 05. 2017

덴마크에 3,6,9를 전파하다.

월요일 아침 Morning assembly 시간에 부를 노래를 교장선생님이 추천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통했는지 교장선생님이 미리 골라둔 노래와 같다고 하네요. 학교에 선생님도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선생님 중에 한 명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은 한 장만 큰 벽 쪽에 띄어 두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명언이나 그런 건 없고 정말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인데....'Not being in control’이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커미티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안건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 커미티에 대한 안건과 Night box 커미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이트 박스 관련해서는 운영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끝에는 컬처클럽에 대한 안건도 나왔습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역할이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커미티가 구성이 되고 그 커미티에 참여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손을 들어서 자발적으로 모여서 커미티 활동을 합니다. 음식 관련한 커미티도 나중에 생겼고,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커뮤니티가 매주 수요일 퀴즈를 책임졌습니다. 


스포츠 커미티는 학교 안에 필요한 스포츠 용품을 조사해서 학교에 제안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때문에 학교에 새로운 탁구대와 탁구채 탁구공이 나중에 도착을 했습니다. 탁구대로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도 다른 학생들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배드민턴을 원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배드민턴 네트 설치가 여의치 않다는 의견 때문에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명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 커미티에서 의견을 모아서 탁구 관련한 용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커미티가 하는 일은 이렇듯 의견을 함께 나누고 실행과 운영에 책임을 지는 학생들의 모임입니다. 


푸드 커미티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몇 주에 한 번씩 미팅을 가지고 식당에 제안할 것들에 대한 토론을 하는 장면을 도서관에서 여러 번 본 것 같습니다. 채식을 하는 친구들을 대신해서 키친에 의견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도 음식 커미티를 통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커미티 수가 늘어나서 저도 정확히 몇 개의 커미티가 있는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런 커미티 활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일상적으로 배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인터내셔널 학생들에게는 메인 과목(?)인 Crossing borders 가 오전과 오후 이렇게 하루 종일 진행되는 날입니다. 오늘 오전 수업은 이전 학기에 학교에서 지냈던 학생이 덴마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수업을 위한 시간은 자원봉사 개념으로 할애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자신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도 보여줄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들에게 덴마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쭉 물어보면서 화이트보드에 받아 적고 사진을 찍어둡니다.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다음 수업을 진행할 때 참고 햇 내용을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그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아주 간단한 덴마크어를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숫자를 세는 것을 알려줬는데, 귀에도 익숙하지 않고 입에는 더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서 짧은 한 문장을 제대로 말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덴마크의 지리, 역사, 정치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면서 다음 기회에는 덴마크의 정치 관련된 부분을 살펴본 다음에는 덴마크의 의회에 방문해서 정당 중에 하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12:30분이면 점심시간입니다. 식당에 붙어 있는 당번 표를 보니 제가 앞으로 1주일 동안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맡아야 하는 설거지 조에 포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설거지는 고압력의 호스로 1차로 음식물을 제거하고 트레이에 접시를 잘 올려서 커다란 기계에 넣고 문을 닫아두면 몇 분 후에 설거지가 완료된 약간 뜨거운 접시들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식기세척기 치고는 덩치가 크지만 접시 하나하나를 닦을 필요는 없어서 효율적입니다. 압력이 센 호스로 접시에 음식물을 제거할 때는 시원한 기분이 들 때 도 있습니다. 보통 120~130인분의 설거지를 설거지 조 6명이 식당 청소와 함께 처리합니다. 

오후에는 앞으로 수업에 대한 짧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크로싱보더 수업은 인터내셔널이 참석하는 수업이라서 각자 돌아가면서 짧게 소개를 다시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학생이 저를 포함해서 2명. 인도네시아 태생이지만 호주에서 대학생활까지 포함해서 5년을 지낸 친구 1명, 가나에서 온 친구 1명, 인도에서 온 친구 1명, 아이슬란드에서 온 친구 2명, 일본에서 온 친구들 7명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짝을 지어서 서로를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서 한 장의 프로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인터뷰는 서로 수업 시간에 마치고 남는 수업 시간에 학교 주변에 원하는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는 다음 수업시간까지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온 모모라는 친구와 인터뷰 짝을 만들었습니다. 사진도 좋고 그림도 좋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모모는 그림을 잘 그려 서인제 제 초상화를 펜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모모가 원하는 자전거가 많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서 인터뷰 프로파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는 오늘 오전 수업 시간에 덴마크 문화와 역사 소개를 받을 때 등장한 덴마크의  로열패밀리에 대한 이야기로 덴마크 동기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견도 없었고 다만 왕실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세금에 대해서는 짧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의회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덴마크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에 덴마크 왕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힙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진행하는 합창이 있습니다.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관심 있는 학생들과 참가를 합니다. 2주 동안 시범적으로 진행을 할 예정이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첫 주에는 시간을 잘못 알고 참석을 못했지만 그다음부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번 참석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서 중에 하나입니다. 


복사할 일이 있어서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복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동기 한 명이 도서관 중간에 걸려있는 사진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그 사진이라 함은 학교투어를 처음 한 날에 도서관에 걸려있는 사진이었는데 여성 성기 사진들이 격자 형태로 모여있는 사진입니다. 학교 소개를 받는 시간이기도 하고  개방적인 나라라서 도서관에 이런 사진도 걸어놓는다고 생각하고 누구에고도 물어볼 생각을 못했던 사진이었습니다. 덴마크어로 설명이 있기는 했는데 덴마크어를 모르니 이 사진이 여기 걸려 있는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동기들의 설명으로는 이전 학기 포토그래피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동기들이랑 한동안 그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진을 앞에 두고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세월호까지 갔습니다. 아마도 나이를 서로 대답하다가 세월호 사건을 하는지 물어보게 된 것이 이유인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야기를 하다가는 눈물이 날뻔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기가 아마 비슷한 나이 또래였기 때문에 부족한 영어에도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제가 왜 그 친구들이 차갑고 어운둔 바닷속에 있는지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을 꿈꾸고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기업가라서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는데 자신도 기업가의 길을 가지 않을까 하고 아주 모호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영역이 아주 많기는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이렇게 동기들과 앉아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야기의 방향을 따라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 이곳 덴마크의 자유학교가 저에게 주는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일기와 같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 룸메이트가 방에 들어왔는데 화이트 와인 레드와인 스낵을 사 가지고 와서는 Night box에 가자고 합니다. 잠깐 글을 쓰는 것을 멈추고 우리들만의 자유공간인 나이트 박스로 향하기로 합니다. 술 먹는 게임도 하고 테이블 축구를 즐기는 친구들부터 다양한 모습입니다. 나이트 박스를 울리고 EDM이 배경음악입니다. 한쪽에서는 음악에 맞추서 춤을 추는 친구들이 있고 바에서는 맥주를 판매합니다. 나이트 박스 운영과 바의 운영은 모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합니다. 다만 오후 11 이후에는 다른 학생들의 취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문을 닫아야 합니다. 나이트 박스에서 소비하는 맥주의 주문 판매 비용 관리 모두 나이트 박스 커미티가 운영을 합니다. 

동기들이랑 조금 더 친해질 겸 한국의 3,6,9 게임을 알려줬습니다. 3,6,9를 어색한 발음이지만 따라 하면서 즐겼는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탓으로 3,6,9,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0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3,6,9를 전파한 이후로 나중에 파티가 있을 때나 나이트 박스에서 3,6,9 게임을 목소리 높여가면서 즐기게 됩니다. 


** 비슷한 나이에 한국의 청년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생각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해서 동기들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예의상 인지 모르겠지만..) 
** tell your story with YOUR OWN VOICE


자유학교 입학신청 : 입학지원서 : http://bit.ly/자유학교입학신청서
자유학교 프로그램 : http://bit.ly/자유학교프로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에 작은 카페가 만들어졌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